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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칼럼에서 읽었던, 문장이 머리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위험에 처한 영화극장 자막에 비추어진 아름다운여인을 구하기 위해,
영화자막을 칼로 찢으면서 뛰어 들었다.”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15여년전에 왔는데, 무엇이 저로하여금 미국으로 이민오게 만들었는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위의 문장이 겹쳐서 떠오르곤 합니다.
제가 어렸을때, Made in US는 하나의 숭배 이데올로기였으며, “미국” 과 “디즈니랜드”, 그리고 끝없이 포장되어진 미국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미끈하게 잘빠진 승용차들과 그안에 탑승한채 웃음을 띄우고 있는 미국사람들의 모습은 매일 꿈꾸는 드림이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 졸업한후, 한국대기업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치 않게 미국취업의 기회가 왔는데, 주저없이 미국행을 택한셈이죠.
여기서 주저없음이라는 표현이 핵심인데요. 그 “주저없음”을 가능케한 내자신의 의식은 이미 제가 코흘리며 지저분한 동네골목길을 질주하던 아주 어린시절부터 제 머리속을 세뇌하였던 “어메리칸 드림”이라는 판타지였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끝없이 펼쳐진 고속도로를 잘빠진 승용차로 매일 출퇴근하며, 디즈니랜드도 다섯번 이상 아이들과 다녀왔던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판타지는 현실로 구현된 셈이지요.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생활에 대한 꿈을 꾸고 있을때 기대한만큼의 행복감은 전혀 아닌것 같습니다.
유일하게 짧은 순간이나마 아주 가끔 느끼는 행복감은, 온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저녁을 맛나게 먹을때 뿐입니다. 이러한 정도의 행복감은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생각 입니다.
차라리, 어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현재보다는,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영어단어 하나하나를 머리속에 억지로 집어넣었던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행복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인생에 있어서의 판타지가 행복의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판타지를 꿈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나이가 50줄을 바라보는 지금은, 별로 제인생의 판타지가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어느 한국분은 자신의 칼럼에서 “40이 넘도록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자른이거나 철이 없는 사람이다” 말했습니다. 저는 물론 두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인간이지요.그런데, 그 양반은 지금 비행기 조종연습하고 있다고 하는 군요. 그분 역시 또다른 판타지(하늘을 날아다니는 꿈)를 만들어내서 자신의 중년이후 인생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추어 집니다.
저처럼 미주지역에서 멀쩡한 전문직 직장생활 하면서, 재미동포 상대로 피라미드 판매업도 병행하는 제 친구 한녀석은, 자신보다 훨씬 위 단계에서 피라미드업을 하고 있는 어떤이의 요트를 탐내며, 자신만의 판타지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저보고 계속 자신의 관리아래 피라미드 판매요원으로 들어올것을 종용하면서 말이죠.
어제 그녀석과 통화하다가, “그래 그 요트 한번 가지고 싶어서, 수많이 이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냐?”며 일갈 하고 싶었지만, 오랜 친구라서, 그냥 “너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라고만 했습니다.
누구나에게나 판타지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종교적 판타지도 좋고,
부자되고픈 판타지도 좋고,
정치적 판타지도 좋고,
건강 판타지도 좋고…다 좋은데…
제가 요즈음 우울한것은, 저에게 쓸만한 판타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성경말씀에도 있다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것이 헛되도다.”라는 말씀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갈 수록 들고 있기때문이기도 한것 같고, “세상은 번뇌들의 집합체”라는 불경말씀도 자꾸 떠오릅니다.
그냥, 아직 온존하게 성인으로 성장치 못한 제 자식넘들의 모습들만이 저를 매일아침 침대로부터 일으켜 세우는 이유로만 남아있고, 신명나게 저를 추동하였던 과거의 모든 판타지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 느낌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치료가 되지 않는 불치병으로 힘들게 살아가시던 어머니가, 해가 질 무렵이며 가끔 옥상에 올라가셔서 붉은 저녁노을을 하염없이 쳐다만 보시다가, 어머님에게 저녁드시라고 알려주러 올라온 저에게(아직 온존히 성인이 되지 못한) 쓸쓸한 미소를 던져주시던 그 모습이 제가슴에 이제는 울컥하는 서러운 기억으로 몰려오곤 합니다.
요즈음 부쩍 흰머리가 늘은 저는, 당시 백발이 다되신 어머님 머리가 생각납니다.
판타지를 어떻게 하면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누구처럼 비행기 조종술을 배워 볼까요, 아니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라도 하나 구입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