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삶의 판타지…

  • #103422
    jkl;gjkjl; 68.***.178.67 3408

    어느 칼럼에서 읽었던, 문장이 머리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돈키호테는 위험에 처한 영화극장 자막에 비추어진 아름다운여인을 구하기 위해,
    영화자막을 칼로 찢으면서 뛰어 들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15여년전에 왔는데, 무엇이 저로하여금 미국으로 이민오게 만들었는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위의 문장이 겹쳐서 떠오르곤 합니다.

    제가 어렸을때, Made in US는 하나의 숭배 이데올로기였으며, “미국” 과 “디즈니랜드”, 그리고 끝없이 포장되어진 미국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미끈하게 잘빠진 승용차들과 그안에 탑승한채 웃음을 띄우고 있는 미국사람들의 모습은 매일 꿈꾸는 드림이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 졸업한후, 한국대기업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치 않게 미국취업의 기회가 왔는데, 주저없이 미국행을 택한셈이죠.

    여기서 주저없음이라는 표현이 핵심인데요. 그 “주저없음”을 가능케한 내자신의 의식은 이미 제가 코흘리며 지저분한 동네골목길을 질주하던 아주 어린시절부터 제 머리속을 세뇌하였던 “어메리칸 드림”이라는 판타지였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끝없이 펼쳐진 고속도로를 잘빠진 승용차로 매일 출퇴근하며, 디즈니랜드도 다섯번 이상 아이들과 다녀왔던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판타지는 현실로 구현된 셈이지요.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생활에 대한 꿈을 꾸고 있을때 기대한만큼의 행복감은 전혀 아닌것 같습니다.

    유일하게 짧은 순간이나마 아주 가끔 느끼는 행복감은, 온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저녁을 맛나게 먹을때 뿐입니다. 이러한 정도의 행복감은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생각 입니다.

    차라리, 어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현재보다는,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영어단어 하나하나를 머리속에 억지로 집어넣었던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행복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인생에 있어서의 판타지가 행복의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판타지를 꿈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나이가 50줄을 바라보는 지금은, 별로 제인생의 판타지가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어느 한국분은 자신의 칼럼에서 “40이 넘도록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자른이거나 철이 없는 사람이다” 말했습니다. 저는 물론 두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인간이지요.

    그런데, 그 양반은 지금 비행기 조종연습하고 있다고 하는 군요. 그분 역시 또다른 판타지(하늘을 날아다니는 꿈)를 만들어내서 자신의 중년이후 인생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추어 집니다.

    저처럼 미주지역에서 멀쩡한 전문직 직장생활 하면서, 재미동포 상대로 피라미드 판매업도 병행하는 제 친구 한녀석은, 자신보다 훨씬 위 단계에서 피라미드업을 하고 있는 어떤이의 요트를 탐내며, 자신만의 판타지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저보고 계속 자신의 관리아래 피라미드 판매요원으로 들어올것을 종용하면서 말이죠.

    어제 그녀석과 통화하다가, “그래 그 요트 한번 가지고 싶어서, 수많이 이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냐?”며 일갈 하고 싶었지만, 오랜 친구라서, 그냥 “너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라고만 했습니다.

    누구나에게나 판타지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종교적 판타지도 좋고,
    부자되고픈 판타지도 좋고,
    정치적 판타지도 좋고,
    건강 판타지도 좋고…

    다 좋은데…

    제가 요즈음 우울한것은, 저에게 쓸만한 판타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성경말씀에도 있다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것이 헛되도다.”라는 말씀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갈 수록 들고 있기때문이기도 한것 같고, “세상은 번뇌들의 집합체”라는 불경말씀도 자꾸 떠오릅니다.

    그냥, 아직 온존하게 성인으로 성장치 못한 제 자식넘들의 모습들만이 저를 매일아침 침대로부터 일으켜 세우는 이유로만 남아있고, 신명나게 저를 추동하였던 과거의 모든 판타지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 느낌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치료가 되지 않는 불치병으로 힘들게 살아가시던 어머니가, 해가 질 무렵이며 가끔 옥상에 올라가셔서 붉은 저녁노을을 하염없이 쳐다만 보시다가, 어머님에게 저녁드시라고 알려주러 올라온 저에게(아직 온존히 성인이 되지 못한) 쓸쓸한 미소를 던져주시던 그 모습이 제가슴에 이제는 울컥하는 서러운 기억으로 몰려오곤 합니다.

    요즈음 부쩍 흰머리가 늘은 저는, 당시 백발이 다되신 어머님 머리가 생각납니다.

    판타지를 어떻게 하면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누구처럼 비행기 조종술을 배워 볼까요, 아니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라도 하나 구입할까요?

    • xvzc 75.***.94.187

      공감되는 글입니다.

      비행기조종술도 할리 데이비슨도 또 그냥 지나갈 뿐인걸요. 커플방에 50이되어 바람난 그분은 이래서 그 바람을 잡으려 하시는걸까요. 그걸 잡는게 용기라고 여기시면서. 그것도 그냥 더 빨리 지나가버릴텐데…
      그게 지나가면 그다음엔 또 무엇을 잡으려 찾으실까요. 헛되고 헛되도다. 아마 자그마치 5번정도는 반복되지요. 그것도 세상호강은 다 누렸고 세상에서 가장지혜로왔다는 솔로몬왕이 말이죠.

    • mm 68.***.143.225

      헛되다의 영어표현을 New King James version 에서는 ‘vanity’, New Int’l version 에서는 ‘meaningless’로 적고 있습니다. 결국 해아래(under the sun)존재하는 모든것이 의미없고 덧없더라 라는 솔로몬왕의 고백입니다. 그리고는 끝에 이런말을 하지요.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키는것이 사람의 본분이다 라고 말이죠.

      뭐 솔로몬왕이 남긴 말들을 그대로 옮겨적은것 뿐이니 ‘헛된’태클 없었으면 합니다. :-)

    • solo 174.***.22.254

      xvzc님의 말씀처럼 그냥 스쳐지나가는 헛된 것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15년 전에 오셨다면 저보다 1년 정도 빨리 왔네요. 감히 1년 미국 선배님에게 감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미국 유학을 결정하고 오면서 크게 3가지 목표를 세웠답니다. 경영학 석사따는 것, 오픈카 타보는 것(어렸을 때 주말의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 따는 것(공군사관학교 못가는 한을 풀기 위해)이었읍니다. 아울러 이 세가지 달성하면 돈은 자동으로 따라 올 것이라 생각했는 데 아직도 큰 돈은 벌지 못했읍니다.

      판타지! 허황되지 않게 하는 것 결국 본인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제 아이디가 솔로입니다. 비행기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소위 무협지에서 나오는 것처럼 환골탈태를 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말 그대로 교관없이 혼자 이,착륙을 세 번하고 나면 담당 교관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게 되며 기념으로 담당교관은 가위로 제 셔츠의 뒷 부분을 잘라냅니다.
      혹시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비행기 전투영화를 보신 적 있으신지?
      커버 없이 조종합니다. 비행기 훈련시 교관은 뒤에 앉아서 방향지시를 내릴 때 바람과 소음떄문에 훈련학생은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학생의 옷의 좌, 우부분을 뒤에서 잡아 다녔다는 역사적 기원에 기초하여 솔로의 단계에서부터는 이럴 필요가 없다라는 뜻으로 잘라내었읍니다.

      미국인의 약 1%가 조종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후에는 제에게는 또 다른 판타지가 생겼읍니다. 언젠가는 꼭 도전해 볼려고 합니다. 도전하는 과정 속에 가슴에 품었던 개인사업을 할 수 있도록 용기와 동기부여를 해 주었읍니다. 결과론적으로 제에게는 아주 유익한 경험이었읍니다. 물론 제 사업도 아주 순항중이고요…

      도전! 그리 어려운 단어는 아닙니다. 하신다면 그 분야에서 솔로가 되시기를…. 비행기를 몰 수 있다는 지식외에 더 큰 무언가를 저는 분명히 얻었답니다.

    • 조은 136.***.250.100

      좋은 글이네요.

      그래도 판타지를 꿈꾸실 정도이니 현실은 편안하신 가 봅니다.

      어디선가 인생의 목적은 자아 실현이 아니라 자아 봉헌이라고 하여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뭐가 가치있는 일에 쓰여지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뭐 그런 거창한 건 아닐지라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목표를 세우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서 마라톤에 도전한다던가, 스페니시를 배운다던가.. 그리고 적은 돈이지만 의미있게 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아프리카 굶는 아이에게 하루 10불씩 주는 프로그램 같은…

    • bittersweet 71.***.132.210

      동감이 가는 글 잘 읽었구요,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판타지 세계에서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현실세계로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매트릭스 영화 대사가 기억납니다.
      Welcome to the real world! Neo

    • jkl;gjkjl; 68.***.178.67

      원글 입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셔 감사합니다.
      말씀 드렸듯이 판타지가 우리들 삶에 필요한것이고, 그 판타지를 실제세계에 구현하기위해 우리는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다보니, 예전에 꿈꾸었던 판타지중 몇가지를 직접 경험해보니, 인생의 판타지를 꿈꿀때보다, 그것을 이루어 낸 이후가 그다지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없다는 점, 오히려 판타지를 구현하기 이전이 더 좋은느낌을 가지고 살아갈수 있다는 점도 발견 하였습니다.

      그래서, 또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내어 노력하는 (죽을때까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 헛되다는 인간의 삶의 여정속에서, 그나마 유일한 정답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왜냐하면 판타지가 실현된 이후보다 실현중일때가 더 행복하다면),

      예전의 판타지추구과정보다, 더욱 농밀하게 판타지추구과정 자체를 즐기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서, 판타지가 보여주는 꿈의 실현이후가 허탈하고 헛되다는 감정만이 남게 된다면, 그 판타지를 실현키 위해 선택하고, 실천하는 여러과정들의 하나하나에 전력으로 행복감을 채취하려는 노력들말입니다.

      만약 제가 비행기조정술을 익히고자하는 판타지를 꿈꾼다면, 어떤 비행기를 운전하고픈지에 대한 선택의 고민들, 그 다음단계로 어느곳에 어떤 교관과 만나, 무슨 짓거리들을 배우고, 좌절하고, 성취하는지, 결국 혼자 날개되었을때는 어떤 기쁨으로 그것을 대비할 것인지,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어떤식으로 이 판타지 추구과정의 행복감을 나눌 것인지등등 세세하고 디테일한 것들에 전력으로 달려드는 행위들이 오히려 비행기술을 완전하게 익히고 난 이후보다 더욱더 강렬한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dasf 129.***.190.230

        원글님, 이세상에 모든것은 다 헛되다는걸 인정하신다면, 이세상에서 또 헛되이 지나가버릴 일시적인 판타지를 추구하느니, 한번 일생일대의, 죽음을 넘어서도 사라져버리지 않을 유일한 그리고 영원한 판타지를 추구해보심은 어떠실지요?

        그 영원한 판타지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 판타지를 통하면 인생의 참소망을 얻을수 있다고 합니다. 영생과 천국의 소망.

        사실 이 거대한 판타지를 가지면, 비행기조종술이라는 이세상속에서의 소소한 판타지를 이루는 데에도 어떤 면에서 큰 도움이 될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두가지 길이 있다고 하네요; 내 이기적인 pleasure를 채우며 살아가는 길과, 그리고 나를 예수에게 surrender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하나는 죽음의 길이요, 하나는 생명의 길이랍니다.

        • 심심 136.***.250.100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 데요. 영생과 천국은 글자 그대로 각각 영혼이 현재의 육신에서 영원히 사는 것과 죽어서 가는 지옥과 반대 개념의 행복한 장소를 의미하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개념을 의미하는 건가요?

          • dasf 75.***.93.87

            슬픔도, 고통도, 두려움도, 눈물도 없는곳이고 영원히 하나님과 어린양 예수님을 경배하며 즐거워하는 곳이라고 요한계시록에 나오네요. 가스펠 여러 곳에도 천국에 대해서 예수님이 직접 말씀하시는 비유들이 나오고요. 예를 들어 천국은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아서 모든 재산을 다 팔아 이 밭을 사는 어떤 사람의 비유를 이야기하는 장면같은 비유요.

            사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삶에 있어서 다른 세상적인 복과는 비교가 안되는 가장 큰 복이기 때문에, 믿음 자체가 하나님의 큰 은혜입니다. 아무나 그 판타지(?)를 갖고 싶다고 해서 가져지는게 아니죠. 아무나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복이라고 받아들일수 있는게 아니죠. 그런데 제 경험에 의하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으로는 참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것도 하나님의 방법이신거 같습니다.

            천국에 대해서는 http://www.keepbelieving.com/sermon/1998-01-18-What-is-Heaven-Like/ 를 보시면 어떤 목사님의 설교가 있네요. 이 설교가 대단해서라기 보다는 천국에 대해서 알고싶다고 하시니, 이 설교가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천국에 대해서 어느정도 요약하고 있는것 같아서 여기에 링크를 드리느것입니다.

        • 573568 72.***.204.9

          저는 님께서, 이미 원글님이 언급하신 여러판타지중의 하나인 종교적 판타지를 택하신것 같으신데요. 각자 취향대로 사는것 처럼…

    • Block 12.***.134.3

      많이 공감가는 글입니다.
      이전에 즐겼거나 하고 싶어하던 많은 관심거리들이 이제는 시덥잖거나 두려워지기까지 하는 요즘의 제 자신을 다시한번 뒤돌아 보게 되네요. 그러나 판타지는 성취한 이후보다 성취과정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에 상당부분 동의도 하지만 일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합니다.
      예를 들면 스노우보드를 배운다고 했을때 배워야지 하는 마음, 스노우 보드를 구입할때의 기대감, 그리고 스키장을 갈때 까지의 또다른 설레임까지는 원글님의 얘기가 맞습니다만 스노우 보드를 배우려면 정말 많이 넘어져야 하고 엉덩이와 손목의 아픔은 결코 즐겁지 않습니다. 많은 고통이 따릅니다. 그러나 일단 스노우보드를 배우고 나면, 그 고통후의 즐거움은 또다른 작은세상을 부여해 줄만큼 큽니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결코 허망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은 판타지나 희망, 소망, 기대감, 등등의 결과가 허망한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삶에서 없어지는 것이 삶에 허망함을 덮어 씌우는것이 아닐까생각합니다. 처한 상황이나 능력에 따라 다 다르긴하겠지만 어린시절이나 젊은 날에 비해 이제는 원하는 것을 좀더 쉽게 엊을수 있기 때문에 기대감의 감정을 갖는 시간이 줄고 갖기위한 노력이 줄어 얻은후의 감동이 적어진 것이겠지요.

      저의 경우는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런 판타지가 더이상 없다는게 지금 가장 경계하고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꿈이 없어지만 더이상 구르지 않는돌과 같은데… 그러면 이끼가 끼고 흙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텐데 말이지요….
      오늘당장 하나의 꿈(판타지)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삶에 묻혀 버리기 전에…

    • 겨울남 112.***.31.114

      악기를 한번 배워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저는 묵직한 테너 색소폰을 중년의 남성이 연주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 합니다.

    • 쒜틀 67.***.89.11

      “Like I said, in prison a man will do most anything to keep his mind occupied.” – shawshank redemption

    • Krytron 69.***.148.25

      너무나 좋은 글입니다. 저도 40대중반이 되어버린 나이에 왠지 모를 허무함과 답답함을 느낍니다. 12년전에 미국에 와서 나름 열심히 살았고 이제 어느정도는 안정된 전문직으로 내 회사를 가지고 있지만 원글님의 말씀처럼 판타지? 로망?을 해 버리고 나니 더 답답해 집니다.

      댓글중의 한분처럼 저도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로드스터를 타고 달리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돈이 필요했기에 열심히 살았죠. 3년전 쯤 로드스터를 샀습니다. 2년도 못 타고 뚜껑있는 차로 바꾸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여서 날씨는 좋았지만 그 엄청난 소음과 햇살을 못 견디겠더군요. 일년에 뚜껑열고 달리는게 열번도 안되는 현실이 제 로망을 작살내었습니다. 차라리 계속 로망으로 가지고 있을 때가 좋았을 것 이라고 후회해 봅니다.

      좋은 차도 벤츠, 렉서스 모두 타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차들보다 한국에서 제 첫 차였던 프라이드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프라이드를 탈때는 고급차들을 타고 미국에서 멋지게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제 그 꿈을 이루었지만 남는것은 이제 뭐? 하는 허탈감뿐입니다. 이제 제게 남은 마지막 로망은 비행기 조종입니다. 하지만 와이프의 결사반대로 시도조차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와이프의 반대는 제 핑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행기 조종마저 하고 나면 또 다시 밀려올지 모르는 허탈감을 무엇으로 메꾸고 견뎌내야 할 지 모르겠거든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회사운영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아직은 있다는 것 입니다. 전 가끔 돈에 전혀 궁하지 않는 사람들은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나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 나름의 세상이 있고 거기서 즐기며 살겠지만 저는 스트레스없는 삶은 너무 두렵습니다. 스트레스주는 회사와 어린 아이들, 맘이 통하는 와이프, 그리고 영원한 로망인 비행기 조종으로 남은 삶을 살아가야 겠습니다.

      뭔가 몰입할 만 한거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