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토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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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IT 65.***.88.156 412

    저는 1990년 초반부터 인터넷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는 분위기가 거의 Wild Wild West 였죠.
    정말 끝없이 토론을 했던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진검승부의 혈전을 벌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인터넷을 거칠게 배웠다면 거칠게 배운거죠.
    약육강식같은 표현이 떠오르게 말입니다.
    세월이 흘러흘러 21세기하고도 2010년대 후반이 됐구요.
    요즘에 이따금씩 토론해보면 재밌는 현상이 보이더군요.
    사람들이 토론을 해본적이 전혀 없는 모양입니다.
    젊은 친구들은 그렇다치고 나이가 있는걸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늦은 나이에 인터넷에 입문했는지 토론을 제대로 치뤄본적이 없어보이더군요.
    약육강식의 진검승부로 토론에 임하면 금방 어버버하면서 말을 못하더군요.
    예전 토론할때는 상대방이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것처럼 저의 의도를 파악하고 제 논지를 정확히 짚은 다음에 예리하게 쳐들어왔었죠.
    방어하고 역습할려고 무지 머리를 굴려댔습니다.
    요즘 상대하는 사람들은 허허 이것 참#$%^&…
    논리력 사고력도 부족하지만 감정조절 역시 못하더군요.
    쉽게 쉽게 뚜껑이 잘 열리고요.
    그리고 옛날 토론할때는 사람이 치고 박고 싸우고 나서 어찌 앙금이 없겠냐마는 그래도 깔끔하게 털고 아무일없던 것처럼 다시 리플 주고받는 맛이 있었죠.
    지금은 사소한 토론 한번으로 본인 맘 상했으면 영원히 쫓아다니며 저주하더군요.
    거의 스토킹을 합니다.
    저는 예전에 하던것처럼 절대 감정동요하지 않고 냉정하게 논리로서 차근차근 조여드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걸 까칠하다고 생각하더군요.
    토론하면서 슬쩍 툭툭 건드려도 추풍낙옆처럼 나가 떨어지고, 그 나가 떨어진 사람들이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현상을 보면서 해석을 하다보니 결론이 나는것 같았습니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다 인터넷에 들어왔구나…
    제가 1990년 초부터 인터넷에서 토론을 했을때는 실제 생활에서는 함부로 못하던 열띤 토론을 인터넷 공간에서 부담없이 펼치는 상황이었는데, 2010년대 후반에는 이미 인터넷이 실제 생활이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사고력이 떨어지고 감정조절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전원 인터넷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생활에서 함부로 못하는 열띤 토론은 인터넷에서도 못하는 시대가 된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유져들도 현실 옆사람 대하듯이 나이스하게 속마음 다 털지 않고 격식차려서 대해야 하는것 같습니다.
    아예 토론이라는 형식으로 싸우지를 말아야 할듯 합니다.
    그런데 그러면 인터넷을 할 이유가 뭐가 있나 싶네요.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기거나 하는게 절대 아니라, 인터넷에서 글이나 리플을 보면 이건 나보다 떨어지는 사람들이 쓴 것이니 나와 동등한 사람이라 여기면서 1:1 로 붙을 생각말고, 생각이 모자라고 감정조절을 못한다고 한심해하지 않고, 이런저런 사정 고려해서 그러려니 다 감안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것은 인터넷에서 토론을 하지 말아야겠죠. 정직한 질문과 답변이면 모를까 인터넷에서 토론해서 누구를 논리적으로 압도하는거 살면서 써먹을때가 하나도 없더군요.
    1990년대 그때는 나중에 요긴하게 쓸때가 있을까 싶어 열심이었는데 티비토론같은거 할 일도 없고 말이죠.
    그런데 사실 이런 모든 깨달음이 이미 와있는 상태였었는데도, 계속 꾸준히 인터넷 토론에 끼어들었었죠.
    토론을 하면 앞서 말씀드린대로 다들 추풍낙옆처럼 나가떨어지는게 재미있더란 말입니다.
    생각이 짧고 감정 못 추스리는 사람들 계속 앞에다 놓고 때려눕히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제가 매우 서글프기도 하네요.
    이런데서 즐거움을 느끼지 말고 뭔가 생산적인 것에서 삶의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 말이죠.
    글 쓰다보니 제가 잘못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 ?? 24.***.27.247

      이젠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 댓글달고 하는 시대라,
      너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댓글 달고 해서,,
      참 어지러운 인터넷 장이 되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 도도 174.***.131.132

      니때는 편햇지만 요즘은 경쟁이 살벌해서 무너지면 죽이려들거든. 역시 편하게 산 세대는 달라

    • 아니 98.***.184.236

      PC 통신 세대시군요…
      저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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