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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땅에서 자녀를 키우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우리 아이들이 이곳의 주류 사회로 당당히 나아갈 때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고국의 ‘선천적 복수국적’이라는 법적 굴레가, 정작 아이들이 날개를 펼쳐야 할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는 안타까운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부모님들은 “미국 시민권자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시지만, 한국 법의 시계는 우리 아이들을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고 있습니다.
왜 지금 국적 정리가 자녀를 향한 가장 큰 사랑이자 투자인지, 세 가지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1. 헌법재판소 판결의 진실: “기회”가 아닌 “책임”의 시작
지난 2020년, 한국 헌법재판소는 국적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적이탈 기한을 놓친 이들에게 예외적인 길을 열어주라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이를 “언제든 할 수 있게 됐다”고 오해하십니다.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과거의 ‘신고’만 하면 되던 방식과 달리, 이제는 왜 제때 하지 못했는지, 미국 내 생활 근거가 확실한지 등을 법무부 장관에게 ‘허가’받아야 하는 훨씬 까다로운 과정이 되었습니다.
국가가 무한정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제때 정리하지 못한 이들에게 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2. 자녀의 ‘유리 천장’을 만드는 국적 리스크
자녀가 미 연방 정부 공무원, 정보기관, 사관학교, 혹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연구직 등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장벽이 ‘Security Clearance(신원조회)’입니다.
“왜 당신은 제2국적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법적 증명을 내놓지 못하면, 수십 년간 쌓아온 자녀의 커리어는 한순간에 멈춰 설 수 있습니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병역 의무가 해소되는 만 38세까지 국적 이탈이 사실상 제한됩니다. 이는 단순한 군대 문제를 넘어 글로벌 인재로서의 이동성에 큰 제약이 됩니다.3. 부모님이 일군 한국 내 자산, 자녀에겐 ‘독’이 될 수도
부모님께서 한국에 정성껏 일궈놓으신 부동산 등 소중한 자산들.
언젠가 자녀에게 물려줄 소중한 결실입니다. 하지만 국적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의 상속은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세무적 불이익: 복수국적 상태에서는 한국 내 비거주자 판정 문제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놓치거나 세무 당국의 엄격한 감시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글로벌 금융 신고: 한국 내 계좌 정보가 미국 IRS에 강제 통보(FATCA/CRS)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세금 폭탄과 벌금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마치며: 자녀의 미래에 ‘바른 격’을 더해주는 일
국적이탈은 단순히 서류 한 장을 내는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자녀가 미국 사회에서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법적 안전판을 만들어주는 일이며, 부모님의 자산이 자녀에게 짐이 아닌 축복이 되도록 설계하는 통합적인 자산 관리 전략입니다.한국에서 행정사·공인중개사·자산관리사 염수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