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Forums Job & Work Life 어떤 할머니가 던진 말: “넌 한국에 있었으면 취업 전혀 안됐을거야” This topic has [51] replies, 0 voices, and was last updated 7 years ago by 무시가 답///. Now Editing “어떤 할머니가 던진 말: “넌 한국에 있었으면 취업 전혀 안됐을거야”” Name * Password * Email Topic Title (Maximum Length 80) 안녕하세요. 글이 길어요... 전 만21살 (한국나이 23살) 캐나다에 사는 시민권자 여대생입니다. 이제 4월만 끝나면 대학생활도 졸업이네요. 초4학년 때 이민왔었죠. 정말 노력많이 해서 졸업하기전에 잡오퍼 받고 기분 좋은데... 엄마가 제가 자랑스러워서 교회 친한분들께 저 취업했다고 축하해달라고 얘기했어요. 거기까진 좋은데 교회 집사님 (그냥 할머니라고 부를게요...)이 이 말을 하셨습니다. "너무 잘됐네. 얘 너, 넌 한국에 있었으면 취업 전혀 안됐을거야, 너무 잘됐네". 이 말 듣고 뭔가 너무 화가 났습니다. 지금은 좀 가라앉은 상태인데 일요일에 이 말 듣고 어제까지 가슴 벌렁벌렁 쿵쾅쿵쾅 할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고 화가났었어요. 엄마는 저 취업된거 너무 기뻐하셔서 엄마한테 말하기도 좀 그렇고요. 시험기간인데 그 말 때문에 밤에 잠도 안와요... 진짜 12학년 때 가고 싶었던 애니메이션과 불합격 됐을때 겪었던 만큼이네요. 엄마도 "너 한국가지 마, 한국은 후진국이야, 너 적응못해" 이런 말 많이 하시는데... 엄마가 말할 땐 별 생각 안들었는데 생판 모르던 할머니 말 듣고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요. 전 제가 왜 이 말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생각해보았는데... 아무래도 1.5세의 정체성 문제인것 같아요. (읽어보니까 여기서부터 제 인생얘기... 스킵할 분은 스킵하세요) 전 초4때 영어란 Hi, Hello, How are you 이거 밖에 모르던 때 이민왔어요. 그 때 여기 처음와서 엄청나게 많은 백인을 보는것도 인상깊었지만 한인교회에서 한국어 못하는 2세들을 보고 멘붕 온 기억 아직도 생생해요. 저는 영어를 잘 못했기에 그 애들도 저랑 잘 안놀려 했고 그 때부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영어를 잘 못했기에 애들이 저랑 잘 안 놀고 그랬어요. 그러다 어느날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데 어떤 백인여자애가 나보고 "니하오"라고 말하고 어디론가 뛰어갔던게 기억이 나요. 그 땐 인종차별 생각보단... '내가 그렇게 중국인처럼 보이나?!' 이 생각 들었던것도 기억나고요. 그 후로도 "난 네가 중국인인줄 알았다", "중국인 아니였어?!", "중국인처럼 생겨서 중국인인줄 알았어". 이 말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백인이던 중국인이던. 딱히 인종차별이다 생각은 안들고 '내가 그렇게나 중국인처럼 보이나'라는 생각만 맴돌았던 게 생각나네요. 그들 입장에선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다 중국인으로 보일테나... 저는 그런 말이 던져질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한국인처럼 보이지"라는 생각만 했어요. 인터넷에서 한국사이트 자주 들어가고 한국애들 유행이 뭔가 정말 많이 검색하고 2000년도 후반, 2010년 초반에 유행하던 10대훈녀생정 이런 블로그 진짜 많이 들여다 보고 그랬었어요. 그 때 검색하면서 알게된건 한국사람들 참 열심히 산다라는 것... 자살할정도로 독하게 공부하고 명문대가도 취업 잘 안된다는 뉴스를 읽으면서 제가 느낀건... '한국사람들 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였어요. 여기사람들은 정말 인생 가는데로 살고 삶의 속도가 느리고 뭘 하든 대충, 느릿느릿... 10년 넘게 살았지만 이게 너무 지겹고 그랬어요. 한국의 사교육, 열정 이런게 너무 동경스러웠고 이 느린 캐나다 땅에서 나만 뒤쳐지는 느낌... 미술학원, 일본어학원 이런거 제대로 된 곳 가고 싶었고 한국사람들은 저렇게 열심히 살 수 있게 인프라가 되어있는데 난 제자리... 내가 한국사람들 같이 혼을 다해서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도 친구들은 왜 그렇게 사냐, 인생을 즐겨라 이런 소리듣는게 정말 싫었습니다. 제 눈엔 그냥 캐나다사람들과 2세들은 게을러터지고 한심한걸로 밖에 안보이고... 친구가 있어도 한국친구처럼 편안하지 않았어요. 이런생활이 계속 되니 전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거야. 한국에서 일할거야.'라는 생각도 하게됐어요. 캐나다에서 생활하면 내 한국어는 나날이 도태되는 것 같고, 내가 캐나다에서 애를 가지면? 솔직히 애 한국어랑 문화교육 자신없고, 내가 '넌 한국어랑 한국문화를 배워야돼' 이렇게 강요한다면 애도 나도 스트레스 받을듯해요. 2세들 무리에 껴서 반항한다면 정말 삶이 하루하루가 끔찍할것 같고... 교회 아이들 한국어 잘 못하는것도 가끔 보기 역겨운데 자식이 그러면 미칠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이미 교회에서 한국어학교에서 한국어 가르쳤을때 8살 9살 애들이 "한국어 싫어!" 이런소리 하는 거 보고 이곳에 미래는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정말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만 자주 나고 그러니, '어떻게 되든 한국사람만큼 열심히 살자, 그러면 한국에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생각으로 대학생활 했어요. 한국분들은 캐나다에서 한국에 가더라도 먼저 경력 쌓고 가라는 말 듣고 여기서 먼저 취직하기를 목표로 했죠. 전 그래픽/디자인/인쇄 이런걸 배우는 학과에 들어갔어요. 다들 안하는 부전공 2개씩이나 하려니까 한학기에 다들 5과목들을 때 난 7~8과목듣고... 여름에도 여름수강하고... 알바도 학과랑 관련된 인쇄샵에서 지난 3년동안 열심히 일하고... 3학년때 패키징산업에 미래가 밝다는 것을 보고 패키징 수업을 최대한 많이 들을 수 있는 만큼 듣고... 과제에선 레포트만 쓰고 패키징 프로토타입 안만들어도 된다고 했지만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교수님들에게 인정받고, 포트폴리오에 넣고. 그러다보니 매일 아침 주5회 새벽 5시에 학교가고 집은 밤11시에 돌아오고... 과에 있는 모든 교수님이랑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고, 패키징 자격증 따고, 틈틈히 온라인으로 제 지식을 다듬고 업계에서 사용하는 최대한 많은 소프트웨어를 익히려 노력하고 그리고 벨기에에서 패키징업계에서 알아주는 소프트웨어 만드는 회사에서 2주 Honours Class가 있다는 걸 들었을때 혼신을 다해서 에세이쓰고 인터뷰해서 합격해서 벨기에서 정말 많이 배우는 경험을 했고... 그걸 계기로 대기업 규모 패키징회사에 인턴십하고, 매일 회의 노트 정리해서 이메일 보내고, 시키지 않아도 할 일 하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아빠가 지난 7년동안 실업으로 고생하시는 걸 보고 더욱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학기에 한국인 교수님 한분 오셨는데 한국 큰 기업에서 연구직하다가 교수님 되신거라서 제가 그분한테 정말 배울게 많아요. 그 분 조교 될려고 이력서 보내고 인터뷰했을 때, 그 분이 말하시길 저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 못 본것 같다고 했어요. 제가 오히려 너무 경험이 많아서 3학년 후배들에게 경험을 주고 싶다고 하셔서 이해하고 그냥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그랬어요. 이번 취업한것도 제가 만들지 않아도 됐었는데 만든 프로토타입들, 3년동안 인쇄샵에서 알바하면서 익힌것, 인턴십에서 배운것, 벨기에에서 배운것, 패키징 자격증 딴 것, 이런걸 인터뷰 때 어필했더니 큰 패키징 기업 두곳에서나 잡오퍼 받고 연봉 높은데로 고른거에요. 한국에서 말하는 스펙쌓기 이런 마인드로 대학생활 했어요. 전 정말 한국사람들 못지 않게 노력하고 한국에 돌아가도 부끄럽지 않으려고 한국어도 까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러는데, 그 할머니가 한 말씀이 심장에 푹하고 창을 던진 것 같았어요. '넌 백날 노력해도 한국사람들 콩알만큼도 못 따라가' 이렇게 들린것 같아요. 전 정말 한국에 있었다면 취업 전혀 안됐을까요... 여기서 살아서 정말 다양한 곳에서 배울 기회가 있었던건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자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공모전 참여하고 , 토익 점수 올리고, 언어학원다니면서 열심히 살았을 것 같고 그러면 취업 쉽진 않아도 결국엔 되었을 것 같은데 제가 너무 한국생활을 이상적이게 생각한걸까요... 야근이야 제가 지난 4년동안 생활한거에 비하면 별로 안어려울것 같고, 회식은 공짜로 회사사람들과 저녁 먹는거니까 행복할것같고 (술은 처음부터 종교적 이유로 딱잘라 거절하면 될것 같고), 상사와의 관계는... 전 오히려 상사와 동등한 관계인게 좀 어색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인턴십 할 때 잡일 시킬때도 잡일이라 생각한적 없이 행복하게 일했어요. 무엇보다 한국에선 점심시간에 회사사람들 우르르 나와서 같이 점심먹는 모습을 보고 참 좋겠다 생각했어요... 책상에서 샌드위치 혼자 먹는건 정말 외롭달까요. 사람들은 지옥철이라 하지만 전 사람많은 지하철 타는 아침마다 '참 좋은아침의 관경이다... 오늘도 76억 넘는 인구의 지구에서 열심히 살아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미생을 봤을때도 '여기 회사생활이랑 조금 다르지만 다 사람 사는 곳이네' 라고 느꼈어요.. 성추행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여자들이 겪는 거라 여기서도 당해봤어요 (부모님께는 속상해 하실까봐 말 못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 무급으로 "인턴십"이라고 절 고용한 인도계 사장한테 당한적이 있어서 윗사람이 그런다는게 무슨 느낌인지 알아요... 한국아저씨가 그러면 "아니요", "싫어요", 또는 "뭐하시는 거에요"하고 쏘아 붙었을 텐데 내 어깨 인도식 마사지 해준다고 할 때, 내 무릎에 무이식처럼 손 올려놓을때, 인도문화는 이러는게 정상인가보다 하고 캐나다학교에서 배운 다문화 그거 때문에 그게 비정상인지도 몰랐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3개월 지나면 레퍼런스 레터 써준다고 해서 알바경력도 없던 전 그냥 꾹 참고 다녔죠... 성추행 같은 거 완전 없어지면 좋겠지만 어딜가나 이상한 남자는 있는 법이고... 제가 저 스스로 보호하고 다니는 것 밖에 없어요. 여기 WorkingUS에 계신 분들 정말 존경해요. 영어 배우기도 힘들셨을 텐데 거기에 스킬 쌓고 미국에서 성공하신 분들 많은것 같아요. 제가 노력하는 것에 몇배는 하셨겠죠. 여러분이 생각하기엔 한국에서 제가 못 살아남을 것 같은가요... 이 정도의 노력은 한국인들 눈꼽만큼도 못 따라가는 건가요... 3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고 만약 그러하다면 그냥 캐나다에서 죽을 때까지 사는게 저한테 맞는 걸까요... 제가 생각한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가능성에 좀 암울하기도 해요. 캐나다에 발 딛은 순간부터 내 운명은 정해진 건가하고 생각되기도 하고... 저 보통은 이렇게 멘탈 약하지 않은데 그 할머니 말이 뭐라고 제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지, 제가 한심합니다... 이 글 며칠 지나면 지울 것 같은데 그전에 여러분들은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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