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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한국에 있구요, 지난 주에 알라바마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 현지채용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여기 사이트에도 심심찮게 구인광고가 올라오는 회사입니다.
포지션은 생산쪽은 아니고 관리직입니다.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이 곳에, 현대 협력업체에 대한 글들을 보고 갔었는데,
면접을 보고 나니 왜 그런 말들이 나왔을지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말이 면접이었지, 경력직임에도 불구하고 경력에 대한 질문은 하나도 없었고,
질문에 대한 내용은 대부분 “미국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 것이며, 얼마나 (무급으로) 야근 및 휴일 근무가 가능한가?” 였습니다.
회사측에서 설명해 줬는데, 미국 현지 법인에 한국 사람을 뽑아서 보내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미국 현지에서 한국사람을 채용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 사람들이 미국 스타일이라 휴일에도 근무를 안 하려고 하고, 칼퇴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한국 스타일로 야근, 휴일근무 등을 기꺼이 할 사람들을 뽑아서
한꺼번에 미국에 보내서 그 곳의 문화를 (한국 스타일로) 바꾸려고 한다고 합니다.
채용 조건이요?
급여는 5년 안팎 경력이면 4만불~4만 5천불, 9년 정도 되시면 6만불~6만 5천불 입니다. 세전 금액, 상여 다 포함이구요.
(급여는 뭐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적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저축은 못하고 그냥 아껴쓰면서 생활정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험은 본인에 한하여 회사에서 70% 보조해 줍니다.
현지 채용이므로, 당연히 집, 식대, 자동차 등 보조 하나도 없고, 심지어 비자 수속(E2 employee 비자)도 자기 비용으로 하랍니다.
회사에서는 1개월간 숙소와 자동차 제공인데, 이 자동차도 렌탈 개념이 아니라 일하러 왔다갔다 할 때 셔틀 태워주는 거랍니다.
일단 6개월 근무 한 뒤, 근무평가를 해서 가족들을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웬만한 건 다 근로자 부담이고, 그나마 회사가 부담해 준 부분도 3년 이내에 이직하면 다 토해내라고 합니다.
3년 후 영주권 스폰서 해 주는데, 대신 영주권 스폰 해 주면, 그 후에 다시 5년간 의무 근무랍니다. 한 마디로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영주권까지 받으려면 최소 8년 근무해야 합니다. 영주권도 본인 부담이고… 3년 후 천만원 한도에서 실비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예상했지만) 미국에도 실업자들 많은데, 굳이 한국에서 스폰서까지 서 주면 데려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저도 미국에 잠깐 산 적이 있고, 아이 교육 때문에 미국에 너무 가고 싶어서
어느 정도의 금전적 희생은 감수하려고 했지만… 면접을 보면서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미국에 가는 이유가, 아이 교육, 그리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인데…
이 회사에서 일하다가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은 커녕 얼굴조차 보고 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암튼,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혹시 이쪽 근무 생각하시는 분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