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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하다 보니깐 아무리 운동 하고 나가서 걷고 해도 농땡이만 피우고 (하루에 4시간도 일 안하는 듯) 생각이 많아지네요.
어떻게 근근히 버티고 살아가고는 있는데… 만 32인데 모든 게 조금씩 늦다 보니 계속 밀려서 학사 졸업 후 SWE 경력 이제 3~4년이네요. 안정은 됐는데 지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매니저가 되기엔 의사소통 능력, 카리스마 같은 게 부족하고 성격상도 안 맞고 미국인이 아니라서 더 힘든 것 같은데, 언젠가 제 회사를 경영하고 싶어서 포기를 못하겠네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매니저로서의 자질을 기르려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해야 되는데 그런 가장 기본적인 문제부터 부딪히니… 모든걸 영어로 하는데도 영어는 진짜 찔끔찔끔 늘고…회사를 세워서 성공적으로 키우고 싶다는 꿈을 어릴 때부터 갖고 왔고, 당장 학점, 취직 매달릴 때는 안정만 되면 좋은 아이디어로 프로덕트를 만들어서 론칭해서 회사도 잘 굴러가고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근데 막상 안정이 되고 1~2년 안으로 뭔가 해보려면 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되니 현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냥 별 것도 없는데 운 좋게 프로덕트가 성공해서 잘 나가는 회사 CEO, CTO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일단 미국인이고, 엄청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게 왜 이제 와서야 보이는지. 그리고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든 뭐든 자질이 없으면 그 자리까지 회사를 끌고 갈 수가 없다는 게 예전에 꿈만 꿀 때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이제 겨우 한 계단 올라오니깐 그들한테 있고 나한테 없는 자질들이 더 부각되어 보입니다.앞으로 한 1년 안으로 시니어 엔지니어가 되는 게 그나마 좀 현실적인 목표인데, 회사 안에 다른 시니어 엔지니어들 보면 미친듯이 똑똑한데다가 열정까지 넘치는데 한참 멀어보이고..
그래도 운동 하고 자기계발 꾸준히 하니깐 뭐라도 발전하는 느낌은 있지만 솔직히 회사에 똑똑한 애들은 시작부터 나랑 다르니 내가 따라잡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듭니다. 내가 나이도 최소 5살은 많은데.. 나는 그냥 한국에 자영업 하시는 평범한 부모님 아래서 20살까지 헛된 꿈만 꾸고 그냥 게으르게 살다가 미국 오고서 어떻게든 나보다 나은 그룹에 어거지로 껴서 때로는 묻어가고 대부분은 낑낑대며 발끝을 따라가는 삶만 살았는데, 걔네들은 보니 미국인으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뛰어난 부모 아래 뛰어난 친구들 사이에서 뛰어난 머리로 내가 나이 다 먹고서 배워간 것들 어릴 때 다 배워놓고 실무 경험까지 쌓으면서 쉽게 쉽게 헤쳐 나가니…
그냥 능력이 보통이면 꿈도 보통이었다면 그냥 평범한 일 하고 살면서 덜 고통스러웠을 텐데 전 그것도 안 됩니다.요즘 그나마 낙은 안 나가니 저축이 좀 더 되고 주식 하면 장이 상승세라 웬만한 걸 사도 올라 주니깐 돈 모이는 재미는 좀 있네요. 근데 이 나이에 이제 겨우 5~6만불 모았고 (실직 기간이 있어서 까먹고 다시 모으다 보니) 월 2~3천불씩 모으면 많이 모아봤자 몇 년 뒤 10~20만불인데 싱글이면 모르지만 결혼하고 애 낳는다면 빚 내고 쪼들려가며 애 키워야 되고…
그래도 착한 여자친구라도 있지만 이렇게 열심히 자기계발 하고 미국 언어 문화에 동화되려고 노력하는데 몇 년 뒤면 내가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그 때도 걔랑 잘 맞을까? 하는 생각, 혹시 더 나은 사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혼은 아직도 모르겠고 여건도 안되고 코로나 때문에 본국에서 못 돌아오는 상황이라 네 달 째 만나지도 못하고 있고..
그래서 일도 안하고 이렇게 워킹유에스에 와서 푸념을 늘어놓네요… 한글 사이트 안 가기로 한 다짐은 어디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