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도굴범

  • #3572159
    칼있으마 73.***.151.16 236

    성리학의 근간은

    유물론이다.

    해 날

    성리학자

    라고만 알고들 있는데
    아니다.
    유물론자가 먼저다.

    어려 마르크스니 엥겔스닐 만나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다 매료돼

    넌 알진 못 하지만
    들어 본 듯도 한 그들을
    중점적이고 집중적으로 깊게 파고 들며
    한국 최초로

    유물론을 집대성한 분이 바로

    나다.
    .
    .
    .
    .
    .
    나의 첫 인턴생활의 시작은

    국립 유물 발굴단

    에서였다.

    국사책에서 보았던

    왕관이니 귀걸이니
    빗살무늬 토기니

    청자니
    한산도니 거북선이니 88마일드니 뭐니뭐니 한 것들은

    거의 다가
    내 인턴시절에
    보조로 일하면서 발굴한 유물들이다.

    또 하나가

    황성옛터

    다.

    그 때 옛터에서 삽질하다
    지쳐 잠시 쉬며 씨부린 게

    시자 노래가 되어 알려졌었는데

    앞대가리가 이랬지 아마?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의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날껴.

    그러다 내 세가 확장되면서
    독립적으로 유물 발굴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대표할 만한 성과를 하나만 대라면
    건 바로

    패총

    의 발굴이다.

    조상들이

    조개를 따다
    조갯살을 흡입하곤
    조개껍데기를 버려 쌓였던

    조개무지.

    걸로
    일약 유물론자의 스타로 등극하게 되는데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왜왜왜왜

    왜.

    유물발굴은 꼭 오래 된 것들만을 고집할까.

    왜 유물은
    몇 천, 혹은 몇 백 년만 되어얄까 고민하다

    고정관념을 깨기로 맘을 먹곤

    현대 유물

    을 발굴해
    빛을 보게하는데
    박찰 가하기로 했다.

    대표할 만한 성과를 나열해 보람.

    18년 된 미숙이
    20년 된 종숙이
    22년 된 현숙이
    25년 된 경숙이
    27년 된 영숙이……

    내게 도굴 당한 그들은
    내가 불법도굴을 했다면서

    자취방에서
    집에서
    차에서
    인숙이네서

    도굴 되던 날

    날 이리 불렀다.

    나쁜 색휘.

    도둑놈.
    도둑놈.
    도둑놈.
    .
    .
    .
    .
    .
    과연 미국도 패총이 있을까?

    걸 찾아
    생선코너를 살피고 있는데

    삐리리리@#%#^$%&^~~~

    왜에?

    “간 김에 배추 한 박스 사와.”

    썩어문드러지는 바나나농장을 지나
    제 철 지난 배와 사과밭을 지나
    상추밭 사이를 가로질러
    파와 무 밭을 지나 당도한

    배추농장.

    농부 하나가

    배추를 박스에 담고 있는데

    보니

    꽉찬 박스를 벌려

    션찮은 걸로 몇 포길 꺼내더니

    옆 박슬 열어
    안 션찮은 걸 도굴해선

    제 박스에 담는데

    빈 공간 하나 없이 쟁여넣는데
    백 포긴 더 넣는가봐.

    갑자기 내 입에서

    아, 저런 개자식.

    배추 백 포기 더 넣어가면

    배가 불러
    부자가 돼
    장수에 도움이 돼.

    백 포기 빠진 옆 박스는
    찌끄럭지만 남은 박슨 누구보고 사 가라고.

    또 마켓 주인은 어쩌라고.

    불읠보면 못 참는 나잖아 또.


    야이 도둑놈아.
    야이 나쁜새끼야.

    그따위로 배출 도굴해 가면 쓰겠냐?
    주인한테 일를까 짭새한테 전화할까 원상복귀 할까?

    따지려는 찰나

    환청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그 때 내게 도굴 당했던

    숙 자 돌림

    지지배들이 떼로 나타나선

    떼창으로
    너는 도둑놈 아니냐며
    내 양심을 조사대서
    찍소리를 하지 못 했는데.

    다시 또 카운터에서
    그 도둑놈을 만났지 뭐야.

    내 앞에서 계산을 하는데

    와, 그 도둑놈.
    어찌나 말이 많은지

    걸 다 추려 봤더니

    “우리집은 배추 한 박스라야
    1 주일도 못 먹어.”

    배출 훔쳐갈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이 훔쳐가야만 하는 당위성을
    제 양심에 설파하자

    아따 그 아줌씨 무식하대.

    대뜸 이러는 거야.

    아저씨 댁은
    집에

    초식동물

    만 사나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고나선
    그 도둑놈 뒷통술 냥 냅다 한 대 후려 갈겼다.

    야이 개새야.

    김치 많이먹는단 자랑말고
    배추나 도둑질 하지마이 개노무 색휘야.

    들렸나 몰라.~~~
    .
    .
    .
    .
    .
    음……얘.

    배추 훔쳐간 놈이 너였지?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