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포닥부터 취직까지의 소감

  • #171870
    자연 148.***.96.25 9050

    한국서 학위 받고 미국에서 J1 비자로 포닥 생활 시작했구요…
    졸업할때 경제위기라고 난리였는데 미쿡와서 모든게 신기하고 좋기도 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 있으니 그냥 시간이 휙 흘러갔네요.

    원래 교수하고 싶은 꿈만 막연히 있었는데 제 능력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접고
    포닼 삼년차 결정이 필요해서 회사를 알아봤는데… 세부전공이 아카데믹해서 회사 포스팅에서는 눈뜨고 찾아도 쓸모없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논문 15개+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게다가 하이어링 프리즈걸리고 허구한날 정리해고하는 바이오인더스트리 현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죠…. 그러다 J비자로는 절대 안되겠다 싶어서 영주권 취득.

    어쩌다 세부전공이 조금 관련이 있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거기서 프로젝트 참여 경험으로 최근 대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 그 와중 낸 이력서는 몇백개…모두 커버레터+레쥬메 살짝 고치고 다듬어서 냈습니다.

    제 소감에 외국인으로서 교수이름빨 + 영주권 + 포지션관련 경험의 삼박자가 갖춰진 상태에서는 온사이트까지는 왠만하면 뚫을 수 있으나 하나만 가지고는 스크리닝도 넘기 힘들다 보여집니다.

    저는 학위후 5년 걸렸네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중간에 인턴십한 미국박사들은 바로 취직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점점 회사 1-2 년차와 포닥도 엔트리로 지원하다 보니 실적에서 밀리기 때문에 스펙이 상향평준화되고 있습니다. 외국학위가지고 포닥으로 오신 분들은 (영어소통은 편안하다는 전제에…) 빅파마및 바이오텍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위에 적힌것 중 최소 두가지는 구비하셔야 전화면접까지 간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로케이션은 덜 중요한 듯 하구요.

    • 포닥 151.***.109.10

      축하드립니다. 바이오포닥으로서 험란한 경쟁뚫고 미국에서 정착해가시는 원글님은 대단하신겁니다. 대학교의 교수라는 잡은 가르친 학생들이 세상에 나가서 좋은 잡을 잡는것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에서 big picture를 가지고 오랜기간 소신껏 연구를 해볼수도 있고 또 연구분야를 중간에 바꿀수 있는 자유도 있어서 학문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적의 직업인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대학교수의 실상은 연구비를 자기가 속한 대학교 및 학과로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기위한 처절한 연구비 전쟁터의 최전방에서 싸워야 하는 직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많은 교수들이 연구비 “판”에서 돈을 따는 활동에 대해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 전문성은 연구비의 Overhead가 절실한 대학교에게 요긴한 전문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능력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오랜 기간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본인의 리서치를 쌓아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절대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생각하는 과학자로서의 능력과 학교에서 요구하는 교수로서의 자질이 완벽한 상관관계가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상은 원글님이 압축해서 표현하신 “세상물정 모르는 교수들”을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 본 글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연구비 세상외의 실제세상물정 알필요가 없는 교수들”이 더 맞을 듯 싶습니다.

      • 자연 148.***.96.25

        다시 읽어보니 제 표현이 아카데미에 계신 교수님들을 폄하한 느낌이 있을수도 있겠네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업적을 내고 또 연구비를 수주해 연구를 지속하도록 하며 티칭에 사람들을 다루는 것까지 가까이 지켜본 저는 감탄만 할 뿐입니다.

        다행히 포닥님께서 제 부족한 표현을 좋게 풀이해 주셨네요. 말씀하신대로 전문 연구성과 그랜트 사정은 교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아카데미아 밖의 일은 현업에서 취업에 성공해서 일하며 리크루팅에도 참여하는 선배나 다른 사람들이 훨신 현실적인 도움을 줄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저는 늦게 알아서 시야가 좁았습니다 .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정보를 얻는게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대학원시절때부터 미리 준비가 되어있으면 나중에 학교 이외의 옵션을 알아볼때 저와 같은 시행착오및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옳은말씀 129.***.109.254

        많은 부분 맞습니다. 저도 프로젝트 따와서 결국 학교 좋은 일만 시키는 것 같습니다. 오버헤드는 너무 높고, 프로젝트 딸 때까지 일은 제가 다 했는데, 계약이 이루어지는 과정부터 주도권은 ORS에서 가져가고, 저는 일개 일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괴감도 듭니다. 학교에서 신규채용하는 교수들도 ‘연구비를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는가’에 가장 중점을 두어 선정을 하는 것 같고요. 연구비도 따와야하고, 논문도 내야하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요새는 학계를 떠나려고 다른데 잡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 bb 68.***.106.55

      공대중에서도 바이오는 취업이 다른 전공보다 많이 어려운것처럼 보입니다
      컴사, 전기, 기계, 토목, 화공 같은 전공은 석사면 주로 취업을 하고, 박사라면 미국/한국교수자리 적지 않게(다들 쉽지는 않겠지만요) 가는걸 많이 보는데, 바이오는 유난히 포닥기간 도 길고, 막상 교수자리로 가는 분들도 적은것 같아요. 취업문도 좁은듯하여 직원 수십명의 작은 벤처에도 경쟁자가 넘친다고 하구요
      얼핏 생각하기엔 바이오야말로 취업이나 연구직이 엄청나게 많을것 같은데 현실은 쉽지 않은가요?
      (궁금합니다)

      제 친구 아이가 유명 주립대에 바이오로 입학을 했습니다. 물론 메디칼 닥터가 목표이구요
      학교 오리엔테이션에 갔는데, 전공별로 학생들 이동하는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바이오 전공으로 입학해서 놀랬다고 하던데, 이런 상황도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하구요

    • 토토로 100.***.50.201

      주식 시장을 보면 제약회사 주식은 놀라울 정도로 상승하고 있는데, 어떻게 취직이 어렵죠?
      바이오 분야는 몇몇 소수의 천재만 있으면 되는 분야인가요?

    • 후배포닥 216.***.52.200

      제가 하고 있는 고민과 비슷합니다.

      포닥으로 올해 4년차이고, 한국 대학에서 최종까지 여러번 불려갔지만, 저에게 마무리 일격이 부족하여 아직도 미국서 포닥을 하고 있습니다.

      하여.. 저 또한 학계는 제 길이 아닌가 생각하고, 기업으로 눈을 돌려 봤으나 원글자 선배님처럼… 저 또한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너무 아카데미쪽 전공과 연구만 하다보니 기업이 원하고, 거기에 맞는 이력이 없었습니다.

      또한, 영주권도 문제더군요.

      그래서 포닥을 1-2년 더하면서 영주권 취득하고, 기업에 요구될만한 이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가족들이 저 때문에 힘든시기를 벌써 몇년째 보내고 있는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여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편, 기업쪽으로 자리를 옮기려고하는 의사를 학계에 계신 분들께 비추었더니, 모두 한결같이 핑크빛 거짓말(?)을 늘어 놓으며, 싼비용으로 노동력을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더군요. 이미 교수직은 연구, 서비스, 교육, 연구비 수주로 인해 피티기는 전쟁터가 되어있기에 매력적인 직업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요즘 미래에 대한 고민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제가 결심한 길을 걷고 계시는 선배님의 글을 보고 많이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사과정 149.***.125.229

      포닥하시면서 영주권 취득에는 문제가 없으셨나요?

      학교에서 스폰서를 서주는것인지 다른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포닥을 생각중인데 영주권을 받을수 있다면 회사보다 포닥을 1,2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