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이와 여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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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있으마 73.***.151.16 289

    초등교과서 산수책에 나왔었지.

    장항선 끝에쯤에
    늙은 송충이의 대가리처럼 생긴,

    더이상 달리지 못하고 서 있는
    기차대가리만 있는 사진 하나 달랑 말야.

    그 대가리 앞엔 이렇게 써 있었지.

    ———철마는 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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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덜커덕덜커덕.

    간만에 타 보는 경부선 완행열차.

    다음 역은 종착역
    여수, 여숩니다.

    내리실 곳은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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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 숲을 지나……표절임을 밝혀둠.

    딱 거북선이
    바드시 통과할 정도의 높이의

    돌산대교를 지나

    10만 양병설을 주장하여
    그 양병으로
    나당 연합군 100만명을 몰살시킨
    살수대첩의 영웅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

    그 전 또 전의 신부가 그랬듯
    능숙한 사진사의 말꼬리를 잡고
    이, 저 자세를 취하며
    딱 한 번 보고 말
    결혼 야외촬영을 하고 있는

    절에 다니는 신부

    를 지나

    방파제 가생이로
    드문드문 섬처럼 앉아

    바다에 낚실 드리우고
    세월을 방생하고 있는

    태공들을 지나

    모두가 쌍쌍,

    손을 잡고
    혹은 어깨에 손을 얹고
    혹은 허릴 감싸고
    방파젤 거니는 연인들,

    나 쌍과
    저 쌍들과

    목적은 하나,

    이따 다
    인숙이네 집에서 만나게 될
    이 쌍, 저 쌍, 그 쌍

    쌍것들을 지나

    동백아가씰 부르다
    목청이 터져버린 동백이

    겨우내 토해 낸
    붉디 붉은 피를 마시며 산다는

    와~~!!!

    오동도

    다.
    .
    .
    .
    .
    .
    빨간 글씨로 쓰여진 간판이
    빨래를 말리러 온 바람에
    풍경처럼 흔들리는
    오동도횃집.

    버얼건 대낮에
    바로 옆에 사람들이 있음도 아랑곳 않고

    미정이는

    내 입술을 빨고
    내 혀를 빨고

    있는

    산낙지를 보더니

    “조심해.
    까딱하다 디진사람도 있댜.”

    이르더니

    산낙지를 한 모금에 들이키곤
    안주는 쐬주 한 점,

    켁켁켁,

    산낙질 떼내곤
    나도 쐬주 한 점.
    .
    .
    .
    .
    .
    창으로 들어온 손톱달이 예뻐
    담배도 빨겸
    달 좀 볼까 나갔더니

    멀리서부터 소리를 밀고 오는 기차.

    저 철마 절마 기적소린
    왜 꼭 곡소리처럼

    음산하게
    낮은 자세로 들리는지,

    등골 오싹하니
    기분 드러운지,

    기찬 같은 기찬데

    경부선 완행열찰 타고 여술 갈 때의
    경쾌도하게 상쾌도하게 들리던 소리와

    여기 철마 절마 소리가
    왜 이리도 판이한지.
    .
    .
    .
    .
    .
    그 땐 옆에
    미정이가 있었고

    이 땐 옆에
    마눌이 있어설거야.

    게 아님

    낯선 땅에 홀로 버려져
    미아 된 나 때문인 거지.

    무튼,

    이 곳 철마 절마 소린
    들을 때마다
    웬지 기분 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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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치수약간 50.***.190.2312021-02-0711:16:48

    전라도는 대학 졸업여행 갈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 봤는데, 완도의 싸구려 백반집 음식이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기억을 아직도 합니다. 백반집이 한정식집 수준으로 찬이 나오고, 하나하나 다 맛있더군요.

    그 당시/혹은 그 이전, 전라도 여행이 힘들었던 것이 숙소가 마땅치 않을 정도로 개발/투자가 되지 않았고, 70년대 초 4차선 경부 고속도로에서 전라도쪽으로 나뉘는 인터체인지를 지나면 2차선으로 바뀐다고 여러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은퇴까지는 시간이 좀 있기도 하고, 그 이후에 한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가게 되면 전주나 여수에 가서 살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오로지 맛있는 음식 먹겠다는 의지로..) 꿈만 꾸고 있습니다. 여유 있게 한국 가게 되면 전주에 가서 권해주신 식당들 챙겨 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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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후 여건이 된다면
    전주나 여수에 머물고 싶다는
    참 아름다운 꿈을 꾸고 계시는군요.

    저도 님 덕분에
    여수에 갔던 꿈을 꿔 봤습니다.

    간만에 마눌을 잊고
    미정이를 만날 수 있어
    무척 행복한 꿈였습니다.

    그리고 진짜 간만에 이곳에서
    아름다운 님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쁘기까지 하니

    외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저는 은퇴후 여건이 된다면
    아마도 전북 부안에 머물 것 같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어 낚시에 미쳐버리기 용이하고요,
    겨울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서 건 덤으로 좋고요.

    무튼,
    님의 그 아름다운 꿈 꼭 이루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