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신체라는것도 젋을때는 유연한 근육이나 몸놀림을 가지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면 신체각부분들이 경직됩니다. 노화되는 이러한 인간의 신체와 더불어 그 신체에 깃들어 있는 정신도 굳어지거나 무감각해진다는 느낌을 요즈음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직장퇴근후에, 저녁먹고나서 아이들 공부조금 도와주고 나면, 잠자리들기전에 별로 할일이 없어서, 책을 읽거나 TV를 시청하는데, 최근 책속의 작은 글자읽기가 조금 힘이들정도로 눈에 노안이 와서, 요새는 주로 TV를 시청합니다. 인터넷과 연결된 TV덕분에 몇몇 한국드라마를 보고 있지요.
흔히 대중통속 줄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드라마에는 악인들과 선인들의 대결양상이 펼쳐지곤합니다. 그런데, 악인들의 악행들로 부터 제가 젋었을때 시청하면서 느껴졌던 감정들이 사라져 버린듯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악인들이 응징을 당하거나 처벌을 받았을때도, 카타르시스같은 감정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악인들이 진실을 은폐하는데 성공하고, 오히려 성공적인 삶을 이어가게되는 드라마 종영을 지겨보더라도 별로 답답한 마음마저 들지 않곤 합니다.
그냥, 그렇게 됐구나 하는 시청감상들 뿐 입니다. 오히려, 저 드라마속 악인 캐릭터를 이런구도로 배치하였다면, 좀더 실감나는 악인성격이 드라마속에서 구현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생길 정도 입니다.
악인들이나 선인들이나 그저 한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말입니다. 밥먹고 똥싸는 그저그런 한 인간 말입니다.
신체가 노화되면 여러가지 굳은살이 박히고, 경직되어 미세한 고통이나, 외부충격에도 무감각해지듯이, 우리들의 정신상태도, 다른사람들의 황당한 악행들에 무감각 해지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TV드라마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겪고 직장생활이나, 피부로 와닿는 일부 주변분들의 악의적인 행동이 나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을때도, 즉각적인 반응이나 보복같은거 보다는, 그들의 악행을 어떻게 이용하면, 나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하는 생각 뿐입니다. 그들의 악행이 고쳐지거나 바로잡혀지는것에 대하여 관심이 없을 뿐더러, 제가 그들의 악행을 이용하는 저의 행동또한 선과 악이라는 잣대는 전혀 고려치 않은채, 얼마만한 긍정적 효과가 나에게 되돌아 올까 하는 생각들 말입니다.
결국은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이나 그것이 악행이라고 판단하는 저 조차도, 곧바로 남들에게 악인으로 보일 수 있는 반응적 행동들을 하게 되는 셈 입니다.
물론 사이코패스들 처럼, 수많은 타인들의 고통을 수반하는 악행들의 강도는 아닐지라도, 저와같은 무감각해지는 영혼을 세월속에 형성해 나가는 사람들이 아주 사소한 악행을 부담없이 저지르게 되고, 그것이 수백만 수천만인들의 유사한 행동들로 전사회적으로 축적이 될때, 그 사회는 절망의 사회로 변질되는게 아닌가 하는 논리적 유추까지 해보게 됩니다.
한국사회나 미국사회나, 상류지배층들의 파렴치한 행위들과 그것으로 인한 온갖 사회부조리들을 매일매일 듣고, 혀를 끌끌 차지만, 그러한 그 지배층들의 파렴치성이 과거완 달리 심드렁한 뉴스거리로 별로 관심을 끌게되지 못하는 무감각의 영혼들이 전 사회 구석구석으로 완연하게 펴저나간 결과가, 바로 지난주 토요일 아리조나 투손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학살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같은 사람들은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다가 죽는게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나서 기계같은 차가운 존재로 살아가다가 죽어가는 과정들이 좀 씁쓸해지는 생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