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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며 살았고 살아보니 늙었지만 죽을 때까지 배움은 그만둘 수 없습니다.”
근학(勤學·부지런히 공부하여 학문에 힘씀)은 교직자였던 진기환 씨(75·사진)가 평생 추구해 온 가치다. 1953년 전쟁 중 국민(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 70년간 이어온 공부 기록을 담은 자서전 ‘도연근학칠십년(陶硯勤學七十年)’을 최근 냈다. 도연(陶硯)은 도연명의 이름에서 따온 아호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34년간 역사 교사에 이어 교장까지 지낸 뒤 2009년 2월 정년퇴직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14년간 배우고 42년간 가르치며 머물렀던 학교를 이때 처음 떠났다. 하지만 삶은 별반 달라질 게 없었다. 중국 고전 번역이라는 평생 과업이 눈앞에 있었다. 재직 중 중국 고전 역서를 15권 출간했고 퇴직할 때 인생 목표를 ‘내 키만큼 내 책을(等身書)’ 펴내는 것으로 삼았다. 그리고 정년퇴직 후 13년 만에 자신의 키(170cm)를 훌쩍 넘는 37종 81권을 출간해 인생 목표를 달성했다. 자서전에서 그는 “이 책은 ‘도연 진기환은 열심히 살았다’는 기록”이라며 “이름 없는 민중의 기록에 불과하지만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삶은 없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