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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없다. 이 더러운 땅 어디에 희망이 있는가. 희망 같은 건 없다. 차별은 깊어지고,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며, 내일은 오늘보다 살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발랄해야 할 10대의 일그러진 얼굴 어디에 희망이 있는가? 방황하는 20대 저 가난한 나이 어디에 희망이 있는가?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30대 어디에 희망이 있는가? 쉬지 않고 일했으나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고 몸 구석구석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40대 누구에게 희망이 있단 말인가? 벌써부터 노후가 걱정인 50대, 존재감을 잃어가는 60대, 자식에게 부담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노인들 어느 누구에게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앞으로도 희망은 없다. 이 ×같은 세상 어디에 희망이 있단 말인가. 우리가 몸부림치는 동안만 희망이다. 우리가 쓰러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순간만이 희망이다. 우리가 서로를 부축하며 가고 있는 동안만 희망이다.거기까지만 가면 희망이라고 믿었던 날들은 갔다. 이 고개만 넘으면 산 너머에서 희망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우리가 함께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동안만 희망이다.도종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