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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마치고 직장생활 3년차입니다…(인턴 1년, 풀타임 2년)
직종은..크리에이티브한 전문직이랄까요. 규모는 150명정도 되는 회사이고 대도시에서 여러 인터네셔날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 자체에 특수한 상황은 없다는 얘기에요)
설명하자면 좀 긴데….너무나 보편적이면서 딱히 답이 없는 상황이랄까..
심플하게 상황을 설명드리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프로젝이. 회사에서 꽤나 골치아픈 클라이언트의 일이라..중간에 많은 사람들이 두손들고 나가거나 다른 프로젝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그런 일입니다. 프로젝 자체의 규모도 크고 향후 레쥬메에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것이고, 중간에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나가버린 덕에 제 경력에 비해서는 꽤 많은 책임감을 부여받고있는 좋은 기회지요..제가 실질적으로는 2년차임에도, 하고 있는 일은 그 이상의 일들도 많이 하고, 회사에서 어느정도 그걸 감안하고 올해 연봉인상도 잘 해주었더근요. 쥬니어로서는 좋은 기회이지요. 작년에 직속 시니어가 임신휴가 다녀온 사이 사람들이 왕창 바뀌면서 우연찮게 가장 막내인 제가 가장 오래 이 일을 해오게 된 상황이 된지라. 사람들이 함부로 쥬니어 취급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기도 하구요.
여기까지는 아주 핑크빛 스토리이고..
아주아주 까다롭고 골치아픈 클라이언트입니다…프로젝 매니저도 두손 들었지요. 하지만 프로젝 규모가 큰지라 우리는 감놔라 배놔라에 꼼짝 못하는 입장이구요.
그리고 팀원들간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한 프로젝이 오래오래 질질 진행되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지치지요..서로 책임도 미루게 되고. 클라이언트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플게되는 그런 상황도 종종 발생해요.
가장 큰 문제는…팀원중 직속 시니어 (말이 직속 시니어이지만, 그녀는 대략 20년차이고 저는 이제 2년차입니다)가 너무너무 emotional한지라. 저는 하루에도 몇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우리 중간에는 딱히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 없고, 저는 2년차인데도 실질 업무는 3~5년차들이 하는 일을 해오고 있는지라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도 크구요. (제가 욕심이 좀 많긴 해요…어딜가서든 지는거 싫어하고, 스트레스 받아가면서도 잘 하고 싶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거라 생각은 하지만 이제 막 한계에 부딪치기 시작하는거 같아요. 특히 언어면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많은분들이 겪어보셨을거 같은데…유난히 말이 안되는 상황이 있잖아요…특히나 중요한 상황에서 그사람이 ‘난 지금 너가 뭐라하는지 모르겠어’ 혹은 ‘지금 내말 이해하고 있어?’ 이런 의심하고 답답해하는 눈치가 보이면 더 위축되고 긴장되어 실수를 더 하게 되는거…이 아줌마가 임신휴가 가기 전까지는 임신해서 워낙 예민한 상태라 그런줄 알았는데..돌아와서도 똑같은 거에요…그것도 항상 그런게 아니라 이분이 특히 스트레스 받거나 몸이 피곤할때만..
아…잘해줄땐 무진장 잘해줘요..칭찬도 과하게 하구요..근데 이젠 그걸 ‘미국인 특유의 가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어버렸죠..근데 언어적인것도 있지만..꽤 많은 상황에서, 시니어의 클리어한 디렉션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아줌마는 가끔 입을 다물어버릴때가 있어요…단지 바쁘다고…혹은 피곤하다고…혹은 제가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본다고…저는 성격상 ‘아..내가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건가보다’ 라고 받아들이고 고민하며 일할때가 좀 많아요.
근데 이제 막 헷갈리기 시작하는거에요…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손들고 나갔다 그랬지요…알고봤더니 프로젝 자체가 좀 지루하고 클라이언트가 까다로운것도 있지만 이 아줌마 때문에..단지 ‘나 이 일 더이상 못하겠다’ 라며 회사를 관두거나 다른 프로젝으로 옮기는 그런 경우.. 글쎄..전 한국에서도 직장생활을 조금 해보았기 때문에 단지 ‘이 일이 하기 싫다-왜냐면 저사람과 잘 안맞다’ 라고 말하면서 다른 프로젝으로 옮겨줄것을 요청하는건 잘 상상이 안되거든요. 근데 알고보니 저 밑에 있던 쥬니어조차도 재미없고 하기싫다고 프로젝 교체를 요청한거에요..왠지 뭐랄까 이상한 배신감 비슷한거.
앞서 밝혔듯…프로젝 자체는 경력에, 배우는데에 도움은 많이 될거라 생각해요..그런데 정말 정신적으로 힘든걸 굳이 참아가면서, ‘한국식’ 직업윤리때문에 괴로워도 참아가며 일하는게 과연 맞는건지…결국 디렉터, 프로젝 매니저랑 상담도 해봤어요..그 아줌마하고도 몇번 의사전달을 시도해보았구요..(근데 사람 성격이 쉽게 바뀌나요) 전 모든게 모호하고 답답해요..모든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일을 (그리고 모든사람들이 힘들다는걸 알고 있는 일을) 단지 경력에 좋을것이라는 이유로 참고 해야만 하는건지..
그런저런 이유로 어쨌거나 일할 사람은 필요하니까 디렉터나 프로젝 매니저나 그녀 조차 저에게 당근을 주면서 ‘잘하고 있으니 좀만 더 버텨다오-유리는 너를 무진장 아끼고 있다’ 이렇게 구슬리는것 같다는 의심도 들기 시작했구요..
제 성격상..지기 싫어하는 면이 있어서. 여기서 팽개치고 못하겠다 손 들어버리면 나중에 포기했다고 후회할거 같아요..(아마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후회하겠지요) 근데 정말 헷갈리기 시작했어요..다른 미국애들은 힘들다고 하기싫고 재미없다고 징징대며 그만두는 일을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며 끝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는건지, 그리고 난 후에 과연 나에게 무엇이 올것인지…정말 모르겠어요..나도 힘들어서 못하겠다 라고 교체를 요구해야 하는건지, 남들이 다 하기 싫어하는 일이니만큼 후에 좋은 날이 올거라 믿고 조금만 버티면 되는건지…정말 모르겠어요…디렉터는 ‘정말 네가 원하는게 뭔지 가지고 와라’라고 말하는데. 지금 당장 하기 힘들어서 포기해버리면 나도 감정적으로 대처하는것 같아 후회할것도 같고, 이 아줌마와 대놓고 풀어보려고 노력도 몇번 해보았지만 사람의 성격이 쉽게 바뀌지는 않고, 견디기에는 하루하루가 힘들고…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