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픈 뉴스

  • #3546979
    칼있으마 73.***.151.16 415

    음……얘.

    너말여 너.

    어젯밤 꿈엔 네가 보이더라?
    네 유년의 시절 말야.

    보니까
    막 네 아버님께서 화가 막 엄청나셔갖곤
    막 네 막 가방을 막 쏟더니

    막 책,
    책이란 책은 막 다 찢으시더라?
    그러시더니
    막 그 책을 막 다 태우는 거 있지.

    음……얘,

    꿈속이지만 네게 묻고 싶었어.

    아버지가 막
    막 화를 내시던데

    얘,

    막, 막, 막.

    막이 무슨 뜻야?

    넌 아니?

    막이 뭔 뜻인지
    알고 쓰고 있니?
    .
    .
    .
    .
    .
    바른생활과 자연
    산수와 국어 사회와 역사.

    흡흡,

    하아!!!

    냄새중의 으뜸의 냄샌
    역시 책냄새.

    새 책을 받아 흡흡거리며
    때 타거나 낡고 헐지 말라고
    달력을 뒤집어 표질 쌀 때의 다짐,

    열심히 공부를 해서
    훟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초딩 초년

    내 가슴에 품으며
    훌륭한 사람이 되고팠던 기준의 훌륭한 사람은

    거시기하고 거시기.

    쓰바,

    대가리 굵어진 지금 생각하면 참
    토하다 꿱, 죽을 일이지만,

    무튼,

    다짐을 하고 또 했던 새 책을 들곤

    헌책방에 가

    다짐했던 새 책을 공손히 드리곤
    헌책을 얌전히 다루며 들고 나와

    그 차액으로

    띠기와 호떡과 붕어빵도
    충분이 흡입했고

    그리고 오늘날 내가
    노름꾼으로 훌륭히 성장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케 했던

    뽑기도 했고

    수정같은 다마가
    가방의 무게를 독식했으며

    신제품이라
    안 사곤 못 견뎌져서
    실 감아 돌리는 팽이도 하나 장만했고

    빨노파 풍선도
    여러개가 호주머닐 채웠었다.

    물론
    칠성사이다도 한 병 깠지.

    엄마 몰래 다시 달력을 뒤집어
    헌책 표질 싸
    당분간 안녕했는데

    변또 넣어주다
    국어책 변두리를 감싸고 있던
    불그스름한 김칫국물 자국을 닦는다며

    왜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던 엄만,

    쓰바,

    그 때 그렇게 당하고도
    안 죽고 용케 살아남은 게 지금도 신기해.

    엄만 분이 극도로 치밀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아름다운 말이 하나 있었는데

    “저런 뜯어먹을 놈”

    말보단 실천이 중요하다고
    늘 내게 가르치시던 엄만

    몸소 시범을 보이시면서

    팔도 한입 뜯어먹고
    배도 한입 뜯어먹고
    어깨도 한입 뜯어먹고……

    그날,

    엄마는 계모였으며

    온몸 구석구석을 뜯어먹었지만

    뭔갈 아는 엄만

    다 뜯어먹었어도

    거기,

    거시기만큼은 타치하지 않았다.

    장차 며느리 될 여잘
    배려함였었고

    훗날
    우리집 국사책을 읽어 본 마눌은

    지금까지도 시어머니를
    감사하고 존경하며 살고 있는 이유가 거라겠다.
    .
    .
    .
    .
    .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의 하나가
    서점에 갈 때였던 때도 있었다.

    아버지 덕에

    봉창은 항상 가벼웠던 터라

    헌책방을 많이 들락거렸었는데

    그런 서정어린 헌책방들이
    우리 세대엔
    머리속에만 남아있고

    실젠
    폼을 우선시하는 시댄지라

    그리로 발길을 옮기는 이가 없어

    헌책방들이

    문을 닫을,
    쫒겨날 처지,
    몇 곳 안 남은

    위기에 처해 있단 뉴스.

    내 유년의 아련한 추억 하나가
    몸에서 텉려나가는 듯

    뭔가 허전하고 공허한 아픈 가슴.

    책이 사라지고
    서점이 사라지고 있음은

    인간대 인간이 사라지고
    마음대 마음이 사라지고 있음이라

    잠시 안타까웠고.

    헌책이나 새책이나
    내용은 그 내용 그대론데
    내용은 보려하지 않고

    껍데기만 보려고
    껍데기만 싱싱한 씬삥인 책을 사려는 이들 때문인데

    그나마 그 씬삥의 책마저 등지고 사는 오늘의

    너.

    그리고 너

    또 너.

    오늘은 너와 함께

    나도.
    .
    .
    .
    .
    .
    안 되겠다.

    말 나온김에 오늘은
    껍데기만 예쁜 걸로
    책 몇 권을 주문해야겠다.

    아니 나우.~~~
    .
    .
    .
    .
    .
    얘,

    막,

    막이 뭔뜻인지
    알고 쓰녜두우?~~~

    • 승전상사 98.***.109.4

      헌책방이 사라져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 책방 자체도 줄어드는데, 헌책방이 버티기 힘들겠죠.

      그런데 특히나 한국은 조금 철지난 것들에 대한 보존 의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맡아서 운영하는 특정 분야 구식 장비 사이트가 있는데, 한국에 사는 외국인 동호인이 가입하면 ‘한국에 이런데가 있다는게 놀랍다. 한국 사람들은 다 내다 버리는줄 알았는데’ 그럽니다. 옛 물건은 뽀대가 나서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그 역사적 가치를 인식하고 보존하는 경우는 한국에서 훨씬 드뭅니다. 이사 많이 다니고 다들 아파트에 살아서 더 그럴 수도 있겠죠.

    • 맞다 107.***.227.33

      그땐 그랬지..ㅋㅋ
      철지난 달력으로 새책 표지를 싸고.. 참 새삼 기억이 새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