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TSB가 아시아나機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는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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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NTSB가 아시아나機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는 세가지 이유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입력 : 2013.07.15 13:51 | 수정 : 2013.07.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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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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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보잉777 한 대가 착륙을 위해 활주로로 접근하다가 활주로를 300m 못 미쳐 굉음을 내며 불시착한다. 조종사는 “갑자기 고도가 떨어져 출력을 올리려고 스로틀을 작동했으나 엔진이 응답하지 않아 고도 부족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고 후 말했다. 2008년 1월17일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의 27L활주로에서 베이징발(發) 런던행 영국 브리티시항공(BA) 소속의 보잉777-200ER 사고 상황이다. 

    4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이 건을 조사한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실은 입장을 고수했다가 엔진 연료공급계통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후 확인되자 당초 입장을 뒤집었다.

    2001년 6월 6일에는 타이항공 소속 보잉777이 대만에서 방콕으로 가던 중 연료 튜브 파열 고장을 일으켰다. 2005년 6월 23일에는 일본항공(JAL) 소속 보잉 777이 도쿄공항을 이륙하자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제트엔진의 핵심부품인 터빈을 감싼 표면에 생긴 구멍 때문이었다. 2006년 9월 18일에는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777기의 우측 엔진이 운항 중 갑자기 작동되지 않다가 재작동되는 위기도 있었다.


    보잉777은 안전한 항공기가 아니라 ‘엔진 관련 고장 사고 다발 기종’

    이달 6일 오후(미국 현지시간 기준)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중 충돌사고로 3명의 사망자를 낸 아시아나기를 포함해 보잉 777은 이처럼 엔진 관련 고장사고 다발(多發) 기종이다.

    하지만 엄중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고조사를 하고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NTSB는 유독 보잉사의 항공기가 사고를 낼 경우, 초기부터 ‘조종사 과실’을 강하게 암시하거나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아시아나기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NTSB가 사고경위 조사를 막 착수한 시점에서부터 조종사 과실, 조종사 미숙으로 인한 몰아갔고, 한 술 더떠 NTSB의 전 위원장이자 항공사고 수석책임자였던 톰 호이터는 “보잉777은 정말 환상적인 기록을 보유한 기종이다”라며 보잉777의 안전성을 노골적으로 찬양했다. 톰 호이터는 ‘프랫 휘트니’란 보잉의 항공기 엔진 납품제작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NTSB는 아시아나항공기 사고 원인과 관련, 당초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1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데버러 허스먼 NTSB위원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살펴본 결과, 엔진과 동항법장치, 비행지시기, 오토스로틀(자동출력장비)의 작동에서 비정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발생부터 시종일관 기체 결함이나 이상(異常)은 없고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그러나 NTSB의 조사규정 제3.9.1항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NTSB는 이 조항의 브리핑 지침에서 “조종사에 대한 언급은 종종 ‘조종사 과실’에 대한 의문을 야기시킨다”며 “위원장의 답변은 오로지 확인된 사실정보만을 전달해야 하며 사고 원인에 대한 어떠한 추측도 포함해선 안된다”라고 못박고 있다. 

    그렇다면 NTSB는 이런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사고 조사 초반부터 ‘기체결함’이 아닌 ‘조종사과실’로 몰아가고 있는가? 세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보잉777의 기체 고장, 그 중에서도 치명적인 엔진계통 고장으로 인한 기체 추락에 따른 최초의 사망사고(fatality accident)인 측면이다. 

    보잉777은 그동안 수많은 엔진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통해 이젠 안전한 운항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광고하고 있었고, 판매도 상승하는 중이었는데 항공기 시장에서 치명적인 기체결함, 특히 엔진결함으로 인해 추락에 가까운 동체 불시착으로 ‘탑승객’이 사망까지 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미국 군수 및 제조업 아이콘인 보잉사, 제조결함으로 드러나면 미국에 치명적 타격?

    상업용 민간 항공기 산업의 특성상, 판매계약이 성사됐더라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 수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제품(항공기) 인도 과정에서, 절대 없다고 광고했던 기체결함으로 인한 사망사고 뉴스는 ‘계약철회 및 취소’까지 번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실제로 보잉 777은 보잉사의 핵심 판매 기종이다. 최근 카타르 항공과 체결한 보잉 777-300ER 9대 계약가는 28억달러에 달한다. 대당 3억달러가 넘는 초고가 고수익 항공기다. 현재 보잉은 에어버스와 고수익을 보장하는 미니점보 항공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제 50회 파리 에에쇼에서 경쟁업체인 에어버스는 총 466대 700억달러의 계약고를 올린 반면, 보잉은 총 442대 660억달러의 계약고를 올렸다. 따라서 보잉으로선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의 보잉 777기 사고 처리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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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미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데버러 허스먼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이 9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조종사협회 등은“NTSB가 이번 사고를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P 뉴시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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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미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데버러 허스먼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이 9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조종사협회 등은“NTSB가 이번 사고를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P 뉴시스

    두번째로는 현 NTSB의 최고 집행부인 5명의 위원장 가운데 수석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얼 위너(Earl Weener) 박사의 존재이다. NTSB 홈페이지에 게재된 위너 위원장의 프로필을 보면, 그는 보잉사에서 24년간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보잉측과 긴밀한 커넥션을 맺고 있을 정황이 농후해 보이는 대목이다. 보잉사 입장에서 향후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이 예상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위너 박사를 통해 NTSB를 막후에서 조종하거나 움직일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는 보잉사가 민간 항공기만 만드는 게 아니라 미국 최대의 항공우주 방산업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보잉사의 2011년도 총매출액(687억달러) 가운데 방산부문 매출은 319억달러 정도이다. 이권(利權) 경쟁이 첨예한 방위산업에서 보잉은 미국 최대 기업 중 하나이다. 최근 연방 정부재정 적자 악화로 국방 예산을 삭감 중인 미국 정부로선 보잉사의 민간항공기 사업 부문의 사업 악화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은 마지막 세번째 요인, 즉 미국 언론과 정치인들의 애국주의(patriotism) 정서와 맞물려 더 고조되고 있다. 연방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찰스 슈머(Schumer·뉴욕주)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 승객들이 외국의 엉터리 훈련을 받은 조종사들 때문에 야기될 수 있는 위험에 대책없이 방치되어야 할 이유는 절대 없다. 아시아나기 사고가 ‘조종사 과실에 의한 전형적인 문제 양상’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라며 NTSB의 ‘조종사 과실’ 주장을 공공연하게 두둔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류 언론들도 슈머 의원처럼 NTSB의 ‘조종사 과실’론을 이구동성으로 보도하고 있다. 보잉사는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미국 경제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언론, 일반 국민도 ‘자국 기업 편들기’라는 관점에서 보잉을 옹호, 즉 기체 결함 가능성에 대해 눈을 감고 한국 조종사 과실 쪽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문제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일방적인 ‘조종사 과실’론이 굳어졌을 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피해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해당 항공사의 승객 감소와 신뢰도 저하는 물론 각종 평판 하락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 증가와 국가 신인도 추락 사태까지 예상된다. 

    NTSB가 의도적으로 보잉사를 편들고 조종사 과실을 펴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농후한 게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와 기업도 이런 상황에서 합법적인 방식을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우리의 국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 노력을 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한미(韓美)관계가 중요하다고 해도 강대국과 강대국 정부 기관에 놀아날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정부와해당 항공사, 언론의 효과적인 대응과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