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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에 big 4 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혹은 일하셨던 분들이 많은것 같아 용기내 올려봅니다.
가끔 와서 게시판을 보면 어떻게 빅포에 들어가냐는 것에대한 질문들이 참 많은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어떻게 big 4를 나가야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좀 드려보겠습니다. big 4에 부푼 꿈을 갖게 계신 학생분들께는 웬지 조금 씁쓸한 글이 될수도 있을거 같아 미리 사죄드립니다.
저는 big 4 중 한곳에서 tax senior로 일하고 있고 일한지는 5년 정도 됐습니다. 대도시쪽이고.. 입사후 중간에 처음 시작한 팀에 자괴감을 느껴 2년쯤 지났을때 팀도 바꾸고 지금 팀에서 3년을 더 있었네요..
성격적으로 상당히 꼼꼼한 편이라 tax라는 업무와는 상당히 잘맞는다고 느껴왔고 5년이라는 시간동안 회사내에서 업무능력도 꽤 인정받았고 업무에 관련된 feedback에서는 한번도 안좋은 feedback을 받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위쪽에선 1년반정도 더 버티면 매니져로 밀어주겠다는 뉘앙스를 주고 있고.. 제 어설픈 영어실력과 (20살때미국왔습니다..) 소극적인 동양인 마인드를 가지고도 이렇게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던 적도 무척 많았습니다만.. 일단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네요. 지금 저는 나가려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좋은 점들은 과감히 빼고(죄송합니다ㅜ.ㅜ) big 4 에서의 삶과 가장큰 문제점 3개만 좀 나열해보겠습니다..
1. 과도한 업무량.. 업무량.. 업무량..
비지시즌을 벌써 10번넘게 했지만 (1년에 두번)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지않는게 비지시즌 같습니다. 1-3년차때는 그래도 뭣도 몰라서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고 그냥저냥 버틸만하다 했는데 senior가 되고나서 비지시즌의 압박감과 stress level이 제가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습니다. 일단 아래로 매니지하고 위로 보고하는 위치가 힘든것도 사실이지만 그건뭐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겠죠.. 하지만 함께 시작했던 동기들은 이제 거의 다 떠나가고 이제 한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되었고, 한국사람의 눈으로 봤을때 같은 미국인이어도 착하고 누구보다 빡쎄게 일한 동료들은 전부다 떠나갔고 말 번지르르하고 좀 독한애들은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우습지만 지금와서는 저보다 오래버틴 사람들은 다 독해보입니다.. ^^; 물론 일은 대부분 다 열심히 합니다..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big 4의 turn over는 정말 심합니다.. audit쪽 한국동료들 말을 들어보면 그쪽은 더 심하다고 하는데 정들면 떠나고 정들면 떠나고 그래요. 친한 친구들이 많이 나가다보니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겠죠. 비지시즌의 또한가지 문제점은 사람이 나갔을때 입니다. 보통 비지시즌 시작하기 바로전 혹은 비지시즌과 비지시즌 사이에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데, senior/manager level에서 나갈경우 한두명만 나가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타격이 너무 크게 다가옵니다. 회사쪽에서 나가자마자 새로운 사람을 뽑은 경우는 5년동안 한번도 못봤구요, 항상 비지시즌마다 똑같이 하는 얘기가 힘들겠지만 버티자라는 식입니다 , 저희 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가서 남아있는 사람들이 불만이 생기면 비지시즌이 끝난후에 그 사람들이 또 나가고 또 남아있는 사람들이 괴롭고 지쳐 나가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2. 스케쥴링과 시니어의 눈으로 보는 매니져/디렉터의 삶
아무리 생각해도 big 4의 업무구조는 참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괴리감은.. 보통 한 조직에서 승진을하거나 advance 하게 되면 그 삶이 훨씬 윤택해지고 나아져야 하는것이 바람직한것인데 senior의 입장에서 매니져와 디렉터를 보면 이것이 바람직한 업무구조인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파트너가 되기전까지는 크게 나아지는 것같지 않은 업무량과 work/life balance.. (제가 너무 이상적인 생각만 하는건가요..?)
이것도 저희 오피스/저희 팀에만 해당되는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져/디렉터들이 비지시즌에 70시간씩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프로젝트에 따라 매일 밤 11시-12시까지 남아서 일하는 매니져들도 있습니다.. 또 위에 언급했듯이 한번에 여러명이 나가서 조금더 힘든 비지시즌엔 step down해서 매니져가 senior work이나 심지어는 prep하는 경우도 너무나 흔합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스케쥴링에서 오는 스트레스.. 매니져가 되면 주요업무중 하나가 되는 staff/senior의 스케쥴링 관리는 정말 미친거같습니다. 저희팀이 private client를 많이 다루는 팀이라서 자잘한 프로젝트가 많고 따라서 project shuffle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로인한 스트레스와 불만이 staff/senior 레벨에서 장난이 아닙니다. 이걸 달래주고 정리해야되는게 매니져들인데.. 쉽게말하자면, 내 스케쥴을 예측해서 기입하고 정리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곳에 availability가 있는 사람은 매니져들이 미팅을 하게 되면 거의 랜덤하게 프로젝트를 assign해서 넣어줍니다. 그 프로젝트가 내가 원하는쪽의 일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거기서 많은 불만이 생기고여.. 아무튼 꾸준히 매니져이상의 삶을 지켜보면서 과연 내가 저 스트레스와 업무량을 견딜수 있을까, 매니져가 된다해도 돈조금 더 받는거 이외에 일은 똑같이 많이 일하고 책임감은 훨씬 더 높아지고, 그들의 생활을 보면서 내가 계속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날이 갈수록 더해갑니다.3. 박봉과 물가상승
1번내용과 연결되는 내용인데요.. 일을 이렇게 많이하면서 이돈을 받는다는게 솔직히 좀 짜증이 날때가 많습니다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제가 친한 매니져들한테 가끔 하는 얘기가 각 레벨마다 지금 받는 돈에서 만불-이만불씩만 더줘도 turn over가 훅 줄어들거라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저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turn over가 회사 전체에서 항상 큰 문제로 대두되고 매 분기마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사원들의 행복을 위해 힘쓴다고 설문조사를 하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 ($$)를 이해못하는것인지 아니면 파트너쉽이라는 구조상의 고쳐질수 없는 한계인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짜로 이해가 안가는것은 생활비와 집값은 미친듯이 오르는데 회계 firm의 초봉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5만 5천언저리라는 겁니다. (눈치 채셨을수도 있는데 여기는 bay area 쪽입니다…집값 렌트값이 미쳐가네요..) IT와 tech쪽 facebook, google 의 boom으로 인한 영향이 너무 크고 그쪽 업계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사람들은 점점 힘들어지는게 사실인거같습니다. 하다못해 비지시즌이 끝나고 bonus라도 펑펑 때려주면 모르겠으나.. senior 밑으로는 bonus가 아예 없는거나 마찬가지고 senior도 보너스를 아무리 일년에 많이 받아야 5천-1만불언저리인데 single은 이것도 택스때면 반동강 나네요.. 무엇보다 결혼 적령기가 되가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이렇게 벌면서 혼자 렌트내면서 살아서는 집사고 애기낳고 하는거는 정말 계획하기도 힘들정도로 오랜시간이 걸리고 힘든게 현실이네요. 유흥과는 담을 쌓고 생활하고 있는데도 가끔가는 여행/한국 친지방문/ 부모님 용돈 혹은 가끔 예상치 못하게 들어가는 목돈등등 돈을 모으기가 너무 힘듭니다. 주변에서는 독하게 거지같은 생활해서 모으는 사람들도 있지만.. 학생때도 돈없어서 맨날 고생하고 또 몇년이나 일한 직장인이.. 남들이 알아주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그러고 살아야하나 하는 자괴감도 크고여.. 저도 학생때 큰 꿈을 갖고 big 4를 들어오기 위해 무단히도 애쓰고 고생했지만.. big 4라는 곳이 현실적으로 돈을 벌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솔직히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아시겠지만.. 지금 마음은 거의 나가려고 마음은 먹고 있습니다만..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나가야 하는 것인가하는 두려움이 지금 현재로서 너무 큽니다. 일단 busy season은 도저히 더이상 못하겠다.. 하는 맘이 크고 두손 두발 다 든 상태라서 private이나 일반 기업 회계팀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어디서 시작해야 전망이 좋은지.. 시간과 금전적으로 좀더 나은 삶과 될지도 잘 모르겠어서 마음적으로 좀 방황하고 있습니다. 너무 비젼도 생각안하고 그저 수동적으로 주어진 업무에만 신경쓰고 지내온 5년이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고여..
더군다나 제가 해온 업무가 private client가 많고 파트너쉽과 인디비쥬얼 택스에 경험이 많다보니 갈 수 있는곳도 조금 한정되있는것 같고.. corp쪽도 중간중간 깨작깨작 대긴 했는데 provision이나 이쪽은 경험이 전무하고여.. 이제와서 또 후회되기도 하고.. 왜 이렇게 부정적은 쪽으로만 생각이 많아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또 솔직히 당장 그만둔다고 해서 job을 못찾을거라는 두려움은 없는데.. 막상 어디로 가야하나 하는 건 깝깝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오는 recruiter들은 전부 cpa firm 이라 또 같은 생활이 반복될것이고.. 그럴거면 그냥 여기 계속 있지하는 마음이 들고.. 하아..하나를 택해도 정말 좀더 나은 삶을 찾고 싶은데.. 어차피 제가 결정하고 답을 찾아야 할 제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답답해서 한번 장문의 글을 올려봤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거나 이런 시기를 지나가시고 더 나은 삶을 찾으신 ex-big 4분들의 조언을 좀 듣고 싶습니다. 어떤식으로 기회를 찾아서 나가셨는지.. 어느쪽으로 가셨는지.. 그리고 만족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