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임재범과 미국의 엔지니어들

  • #161972
    jhkfljhfjilfhjflhkjl 24.***.59.17 7227

    인터넷으로 요즈음 소문이 파다한 임재범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저또한 눈물이 주르룩 흘러내렸습니다.

    그의 노래도 감동적 이었지만, 그 기막힌 노래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음악시장과 친하지 못한탓에 (그의 성격이 모난탓도 있겠지만, 가수가 노래만 잘부르면 됐지, 한국 대중음악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가, 그러나 한때는 그 또한 가수였던 이수만 같은 SM 프로덕션 사장에게 아부하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삶이 구차하게 어려지게 되면 안되는데) 쫄쫄히 굶주리면서 살아야 하고, 아내는 아파도 병원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 그래서 그의 삶에 대한 처절한 설움이 그의 노래를 통하여 제 가슴을 후벼 파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들 공부한만큼 공부했고, 남들 자격증 가진만큼 가지고 있고, 가슴벅차곤 했던 도전적인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들도 지난 15년간 수도없이 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는 15년전 수습엔지니어 시절과 똑같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랑 공부를 함께했던 한 친구는 진작에 자신의 기술력에 관심을 끊고서, 정치와 인맥쌓기에 올인하면서, 승승장구, 지금은 탑 매니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도 명함에 여전히 엔지니어지로 박고 다니지만, 엔지니어링 기술은 더이상 기억하는게 없고, 좋게 말하면 매니징 기술, 나쁘게 말하면, 브로커질의 달인이 되어 있지요. 소위, 복덕방 기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일거리 받아다가, 하청으로 넘기고, 수수로 떼어먹는 기술 말입니다.
    프로젝트가 산으로 올라가건, 강속으로 들어가건 말건, 자신의 이익에만 도가 튼 기술 말입니다.
    일의 결과가 잘못되어도, 약삭빠른 그는 잘도 빠져 나왔습니다. 생존기술 너무 훌륭합니다. 그의 처신에 따른 수많은 순진한 기술자들이 처벌당하거나, 책임을 뒤집어 쓰고, 이 바닥을 떠나기도 많이 했지요.

    엔지니어는 기술력만 갈고 닦으면 됐지, 그 친구처럼, 영업기술이 이토록 중요한지 몰랐고,
    아니, 알았다고 할 수 는 있지만, 세월이 흐를 수록 영업기술이나 브로커질 기술이, 심오한 엔지니어링 기술보다 훨씬 중요해지는 이 더러운 세상이 올지는 사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옛날에 가수였던 SM사장 이수만은 똑똑했고,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불렀던 수많았던 임재범과 같은 진짜가수들은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여지는, 이 더러운 세상이, 한국음반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직종에 걸치어 일어나는 전 세계적인 상황이 될줄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만일 적지않은 사람들이 가수 이수만이나 제 브로커 엔지니어 친구같았더라면,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익히기 보다는, 술퍼마시고, 사람사귀고, 남의것 잘빼앗다가, 자기것으로 해서, 결국은 Qaulity도 안되는 하청업자에게 고가에 팔아먹는 기술을 젋을때 부터 진작 배우려고 애를 썼엇겠죠.

    지금 19년째 살아온 미국사회에 대하여 절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 임재범같은 이가, 자기딸하고 대공원 놀러갈때, 버스를 타야만 하는 한국사회 또한 희망스러운 사회라고 보기 어렵지요.

    아래 어떤 글에서, 엔지니어로 살아오신 중년의 어떤분이 자신의 아들은 절대로 엔지니어 길을 가지않게 할것이며, 정직하거나 열심히 살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할것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로, 인간들은 언제나 특정가치에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처절한 삶을 살아가다가 사라져 왔지요.

    고대사회는 절대군주 왕이라는 한사람의 욕심을 위하여 수십만 인간들이 짐승처럼 노예로 살다가 죽었고, 중세때는 몇몇 안되는 종교 성직자들의 욕심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농노나 노예로 살다가 갔고, 근대이후로 지금까지, 1%도 안되는 부자들(소위 자본가들과 그 앞잡이들인 브로커들)을 위하여 나머지 99% 인간들은 한국 가수 임재범처럼 처절하게 살다가 그냥 사라지는것 같네요.

    그래도 고대나 중세때 노예들이 지금의 저같은 노예엔지니어보다 나아 보이는 것은, 그 시절 그 노예들은 자신들이 왕이나 성직자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 그들과 평등한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죽었지만, 지금 우리들은 “만인은 평등하다”라는 쓸데없는 이데올로기를 머리에 깨우치고 나서는,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노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게 참으로 좌절스럽습니다.

    하긴, 저에게 못되게 굴었던 어떤이가 몇일전에 저에게 충고하더이다.

    Life is not fair.

    그는 내가 다음달에 그의 보스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삶이 과연 얼마나 평등치 못하것인지, 그에게 제대로 알려줄 심산이지만,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고민중입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여러분
    http://www.youtube.com/watch?v=QVSUvJXGRqs

    • 2000 50.***.32.229

      ㅋㅋㅋ 그는 이제 죽었다

    • 글로봐선 99.***.132.30

      다음달부터 보스라면 메니징 트랙으로 갈아타시는건가요?

    • 친구분이나 이수만 216.***.65.86

      친구분이나 이수만의 처세 방법이나 전략에 더 관심이 가네요.

      엔지니어들의 삶에 대해서는 알만큼 다 알고…

      일부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임재범도 이제 제대로 대박 터뜨릴 것 같네요. 요즘 조금씩 보상 받아가는 걸 보면… 저는 개인적으로 많이 축하하고 있고 몇 주 노래 잘 들었습니다.)

      조금 짧지 않은 인생 살아보니 기술보다는 처세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을 읽는 눈이라고 할까요? 기술과 처세가 겸비되면 좋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전 처세를 고르겠습니다. 전자만 있으면 원글님 말씀대로 딱 노예로 끝나기 십상인 것 같습니다. 대우가 한국보다 나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전 개인적으로 그냥 그렇게 살기는 싫네요.

      그냥 제 가치관에 기반한 의견이었습니다.

    • gf 67.***.108.98

      It’s business stupid!

    • 꿀꿀 64.***.152.131

      나름 좋은 비교 였지만,,사실 임재범의 인생도 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있겠고,, 머 정확히는 모르죠머, 임재범이 꼭 자신을 끌어줄수 있는 능력자들에게 아부 못해서 힘든 시기를 보낸건 아닐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예능에서 말하는것이나, 태도 보면,,나름 그 분위기, 상황에 적을 잘하는 사람인듯 한데,,
      아마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겠지요,,
      신분차별이 있던 옛날 이나,, 자본에 얽매인 새로운 신분 사회인 현대나,,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처해진 환경에 순응하고 때론 약간씩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때론 극단적인 방법으로 때론 소극적인 방법으로 자기 꿈을 실현하려 노력해보기도 하고,,
      어느 시대나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고 현재는 또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글쎄 199.***.103.249

      영업기술이 엔지니어기술보다 저급한 기술인가요? 엔지니어가 그토록 고매한 분야였던가요? 흠..
      자본주의 생리가 그런것을 몰랐다면 너무 naive 한거죠. life is unfair 한것도 태초부터 그랬던거구. 뭐 새삼스러이..

      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정도를 지키는 사람이 있겠죠. 더티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을테구.
      엔지니어 중에서도 더티하게 코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전 엔지니어는 아니고 엔지니어랑 일을 하는 사람인데,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눈가림식으로 일을 하는 엔지니어 넘치지 않나요?

      돈많은 부인, 혹은 남편을 얻는게 팔자피는 길인지 진작에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요?

      그냥 자기가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보다는 앞으로 놓여진 길에 대한 고민을 하는게 좀더 건강할듯 하네요.

      그리고 만약 님이 원한다면 님이 말하는 영어기술 익혀서 그쪽 트랙으로 인생을 바꾸는게 뭐 그리 어렵나요? 그게 님이 원하는 길이라면..

      • 영업 98.***.250.81

        저도 엔지니어링이 그렇게 고귀하고 영업이 하찮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글님 글에는 강하게 묻어나는데요…

        이건 좀 아니라 생각합니다. 영업 경력으로 CEO 되는 사람들 많습니다.

    • 76.***.119.16

      배우면 바뀌어지는 건가요?

    • 76.***.119.16

      윤복희씨 원래노래도 좋아요. 사실은 가사탓도 있어요. 가사들으니 꼭 찬송가 같더군요…”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주님!” 요렇게 살짝 바꾸기만 하면.

      사실 윤복희 씨, 이노래가지고 국제 가요 대상 탈때 소감 동영상을 보니,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하시더군요. 찬송가에서 이곡의 영감이 온 것 같은 생각이…

      • 198.***.210.230

        가스펠이라고 무릅팍에서 말씀하셨습니다.

    • jj 24.***.240.121

      임재범의 음색과 카리스마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입니다만 현 대중문화자본의 희생양이라고 보기 힘든 면이 많습니다. 자신의 음악세계는 확고하고 수려했으나, 남의 손을 잡을 줄도 나의 손을 남에게 내주지도 못했기에 자발적인 왕따가 되어 버린 케이스입니다. 예전 그의 기행은 한편 멋있어 보이고 전설이 되다 시피했지만 결국 살아있으면서 활발히 활동해야 할 나이의 임재범이란 가수를 현실의 인물이 아닌 전설로 만들어 버린 면도 있죠.

      본인이 가진 유일한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고 처박아 둔다면 딸과 함께 버스가 아니라 걸어다녀도 할말이 없는 겁니다.

      자신을 현대자본주의의 노예로 생각한다면 그런 삶은 과연 미래가 있을까요? 가족은? 그럼 뭘해야 노예에서 벗어날런지… 내가 위로 올라가더라도 결국 내위에 또 누가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다시 노예로 전락하게 될텐데…

    • w 76.***.119.16

      “그럼 뭘해야 노예에서 벗어날런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어떤 “매매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으면, 노예가 안되죠. 가능한가요는 다른 질문이고. 계시록에서 밝히신 대답입니다.

    • 이런… 68.***.198.197

      올려 주신 임재범씨 노래 너무 잘 들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한번 듣고 눈물 콧물 쏟았는데…
      다시 들어도 감동적이네요.
      원글님 글 잘 읽고 많이 공감이 갑니다. 비단
      처세에만 능한 인간들 뿐만 아니라, 실제
      위에 어떤 분이 말씀 하셨듯 엔지니어 중에도
      참 눈가리고 아옹식으로 일하는 사람들 의외로
      많더군요. 오히려, 제대로 알고 아니 알려고 하고
      제대로 active하게 일하는 사람이 참 드물다는
      느낌을 미국에서는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결국은 지금의
      내 앞에 있는 신물 나는 현실은 우리의 현실 이기
      보다는 나의 현실 이지 않나… 내가 추구해온
      현실 이지 않나…
      어딜 가나 마찬가지 인 부분도 있겠지만 제일
      나 자신을 좌절 시키고 힘들게 하는 부분은 결국
      이런 신물 나는 현실을 벗어날 방법이 없을 때지
      않나 하는 생각 입니다.
      길게 보고 준비해야 하지 않나…싶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 아이러니벗투루 69.***.120.160

      글쓰신 분 말씀에 공감이 가긴 합니다만.. 그 친구분이던, 아니면 다른 탑 매니저이든지.. 누군가가 비지니스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면, 지금 일하시는 회사가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글쓰신 분과 같은 실력자분들이 또한 그 회사에 계시기에 그러한 매니저들도 비지니스를 계속 가지고 올수 있는것일테구요.

    • 67.***.193.1

      제 버릇 누구 못준다고 임재범이 이번에 또 한번 사고를 쳤더군요.

      그의 좌충우돌 인생은 아버지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처세술이 좋고 나쁘고, 옳고 그름을 떠나서 옆에 있다가 말한번 잘못하면 언제 주먹이 날라올지도 모르는 사람과 인연을 맺고 싶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 zz 76.***.38.160

      저는 임재범이란 가수가 누군지도 몰랐다가, 이번에 기사를 보고 약간 알게 되는데…
      배다른 형제, 손지창도 아버지와 인연을 접었고 (한번도 아버지로부터 정을 받지 못했나보더군요. 초등학교때부터도 학교서 상처받은게 많고. ),
      임재범도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사랑이나 관심을 받고 자라지 못했더군요 (고아원?).
      그런게 현재 임재법을 힘들게 했던 또 아직도 힘들어하는 잠재적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
      메이저방송사의 직업도 괜챦았던 그 아버지란 사람의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까 아니면…그게 궁금해지더군요.

      이혼하셨거나 바람피워서 사고로 아버지가 되었거나, 그 엄마가 개같은 X이거나 상관없이,
      아버지들, 자식들 버리지 맙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 줍시다. 애들이 무슨 죄가 있어요.

    • ㅛㄴ 216.***.191.34

      학교 다닐때 임재범씨 아버지 임택근씨가 연대 동문회 사무총장이었던게 생각나네요. 그 당시엔 그냥 부자집 아들이겠거니 했는데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저런 사연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보니 손지창씨도 임택근씨 아들이란게 밝혀진지 한 10년정도 밖에 안 되었네요.

      이번에 나가수에서 여러분 부른다기에 윤복희씨의 원곡을 유툽에서 찾아보다보니 서울국제가요제 수상 당시 발표자가 아버지 임택근씨더군요. 참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http://www.youtube.com/watch?v=rpR8a-ta-co

      혹시 임재범씨의 음악세계에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오랜 팬이셨던 분께서 자세히 설명해 놓은 블로그도 링크합니다.

      http://lifeasadog.egloos.com/3172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