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리스트 검프 러닝

  • #1982453
    .. 66.***.92.132 838

    영화 포리스트 검프의 러닝이 현실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이 말하더군요, 단지, 운동화 수 백 켤레, 서포트 팀의 수 억 내지 그 이상의 비용이 조달 되야 하고, 무엇보다, 그 일에 대한 동기/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거의 미친 행위는, 한 8개월 정도가 되면, 동기가 희박해 진다고 하더군요.

    이 곳의 원/답 글들, 대부분이 수긍이 가나, 가끔 의외의 질문은, 뚜렷한 이유 없이 앞에서 뛰고, 뒤에서 따르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 cpaderp 206.***.128.10

      저도 포레스트 검프는 정말정말 좋아해서 수십번을 봤는데
      포레스트 검프에서의 달리기 장면은 참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된 부분이라 보겠습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셨듯, 이미 달리는 그 시점에서 포레스트는 새우 사업+애플 투자로 돈 걱정할 시기는 많이 지났고,
      달린 시기도 총 3년 2개월 14일 16시간을 달렸죠.
      서포터들이 달라 붙기 시작한건 이미 달리기로 유명해 진 후의 일이고, 여러모로 봐도 상당히 현실성이 있죠.

      ‘I just felt like running’ 이라며 뚜렷한 이유 없이 달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 안에서 달리기는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게 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선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던 포레스트에게, 달리기는 일단 가장 중요한 ‘자유’ 로의 문을 열어 줍니다.
      다리때문에 항상 제한되는 삶을 살았던 포레스트는, 달리기를 통해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되죠.
      대사에도 있죠 달릴 수 있기 시작하고 부터는 어디든 갈때 뛰어갔다고..

      이 ‘자유’를 일깨워준 인물이 영화속에서 제니 이고,
      나중 3년간의 달리기를 회상하면서 포레스트는 자신이 달린 기간 내내 제니를 생각 했다고 고백합니다.

      즉, 달리기는 포레스트에게 자유와 사랑을 의미 합니다.

      i just felt like running -> i just felt like freedom and love 가 되겠죠.

      즉, 아무 생각 없이 보이는 달리기 라곤 하지만, 결국 자유와 사랑. 이 두 가지 가치를 좆는 미국인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입니다.

    • cpaderp 206.***.128.10

      이제 영화 외적으로 바라보겠습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인물상은 전쟁과 가난을 겪은 한국인의 모습을 그린 국제시장과 마찬가지로,
      50-80년대를 겪어온 미국인들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경제 발전 및 전쟁, 고위 관료들의 암살 및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로.. 유례없던 과도기를 겪은,
      어찌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라 할 수 있는 세대의 미국인들을 투영한 인물이 포레스트 검프죠.. 아시다시피..

      그 중에서도 포레스트 와 제니는 서로 다른 판이한 인물상을 보여줍니다.

      애국심과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고지식 하지만 마음이 깊고 따스한, 남부 레드넥의 성격도 있으면서,
      건실한 리퍼블리칸 이미지를 지닌 포레스트와,

      어찌보면 철없어 보이지만, 사랑과 평화, 평등을 외치나, 여러 유혹에 넘어가 어두운 시기를 보내는
      히피 및 길잃은 데모크래틱을 표방하는 제니로 대변되는 미국 인물상 입니다.

      문화적 정치적으로도 극을 달리는 두 주인공이지만, 그때 당시 미국인들의 모습을 아주 잘 반영 하였습니다.

      포레스트가 달리기에 눈을 뜨는 그 시점은, westward expansion 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독립과 확장을 상징합니다.
      식민 지배로 제한적이고, 경제 및 정치 문제로 제한적이던 미국의 확장을 깨부수고 서부로 남부로 확장해 나가는 미국의 발돋움을 상징합니다.

      항상 포레스트를 괴롭히던 (미국을 괴롭히던) 꼬맹이들을 피해 달리는 (외부 세력을 피해 달리는), 이 달리기의 모티브는 바로 제니 였는데, 견고한 보수적인 가치가 민주적으로 자유로운 가치와 새로 만나 사랑에 빠지며 미국이 확장하게 되는, 포레스트가 달리게 되는 뭉클한 장면입니다.

    • cpaderp 206.***.128.10

      이제 그 달리기를 통해 포레스트는 대학 교육도 받게 되고 대학 졸업 후엔 군대에 입대하게 됩니다.
      이 장면도 상당히 중요한데, 결국 자유와 사랑을 좆다 보니, 그에 맞는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고, 또 그에 맞는 책임이 따르더란 얘깁니다.

      그 당시 미국의 베트남 참전의 명분을 아주 직설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격변의 흐름동안 영화는 제니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자유와 사랑이라는 가치를 똑같이 원하면서도 교육도 뒷전이고 책임도 뒷전인,
      즉, 히피세대의 모습을 영화는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제니가 얼마나 망가지게 되는지 보여줍니다.

      전쟁터에 가서도 포레스트는 얘기하죠, 자기가 한건 달리기 밖에 없다고.
      즉, 미국은 베트남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유와 사랑을 전파시키고자 노력했단 입장을 대변합니다.

    • cpaderp 206.***.128.10

      전쟁이 끝나고 포레스트는 탁구 및 새우 사업을 하며 명성을 쌓아갑니다.
      또 웃긴게 이 부분에서는 달리기에 관한 언급이 없습니다.

      전쟁 후 제니와 만나서 좋은 시간도 어느정도 보내고 하지만, 크게 관계의 발전은 없고,
      여러 일이 벌어지지만 달리기에 관한 언급은 없습니다.

      역시 미국의 모습을 제대로 풍자합니다.

      경제발전, 전쟁 후 어느정도 진행 된 가치관의 통합, 경제발전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하여, 전 미국이 잠시 자유와 사랑이라는 가치는 좀 뒷전으로 미루고, money sex rock’n roll 로 대변되는 소비문화가 정점을 찍으며, 그제껏 지켜온 가치관을 어느정도 망각하게 됩니다.

      이 과도기가 끝나고, 화합이 될줄 알았지만, 다시금 미국의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는 이루어 지지 못했고, 마침내 포레스트는 달리기로 결심합니다. 어느정도 상황이 진정되고, 급격한 발전이 지나자 다시금 미국은 본연의 가치를 좆아 달리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마지막 포레스트의 ‘i’m pretty tired, i think i’m gonna go home now’ 라는 대사는, 그 급변의 시대를 힙겹게 겪어온 이들이 장성하여 90년대 안정기로 접어들며, 올바른 가치관으로 고된 삶을 살아온 미국인들의 공감을 진하게 지어내고, 그 시대를 이어 받은 어린 세대에게는 ‘now what?’ 이라는 과제를 던져주게 됩니다.

      회의 들어가야 해서 정신없이 떠들었네요..
      제대로 다듬어 쓰면 한참 더 쓸 수 있을것 같은데…

      여튼 뚜렷한 이유 없이 앞에서 뛰고, 뒤에서 따르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게 합니다 << 이걸 보고 그냥 좋아하는 영화라 주저리 주저리 떠들게 되었네요.

      • 이건 173.***.189.54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비슷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또 전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도 많이 있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um 173.***.147.219

      마라톤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달린다는건 처음에는 힘들고 땀도 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의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완전 군장 10KM 구보를 마치고 나서 체력의 소진된 느낌과 더불어 뭔가 희열을 느끼는 기분과 같이 포레스트 역시 힘들고 지친 감정에 자유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불어 영화 전반에 걸쳐 미국의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고 제니를 향한 포레스트의 변함 없는 사랑 그리고 제니의 죽음후 아들(진짜 아들인지는 의문이 들지만) 을 스쿨 버스에 태워 보내고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에서 아련한 부정을 느끼게도 하는 영화입니다.

    • 쥐멸박 70.***.204.73

      173.***.147 이 새퀸 …적당히 구라를 쳐야지…병심세키 ㅋ

      • dfs4 155.***.250.114

        아들에서 빵터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