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이민 와서 느꼈던 정신적 충격

  • #3940014
    daf 172.***.57.48 1684

    밑에 쓴 글에 달린 댓글을 읽어 보니까

    조금 더 아이 입장에서 어떤걸 느낄까 하는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때 이민 와서 지금은 30대 중후반입니다.

    이제 아이들도 있고 잘 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어릴때 받았던 그 스트레스가

    약간의 트라우마로 남아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이 처음 정착한 곳은 워싱턴주 west side의 suburb였습니다.

    지금이야 인도계도 잔뜩 들어와서 인종비율부터 예전과는 다르고

    한국 문화도 예전보다 훨 잘 나가고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제 삶의 방식 전체가 거부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대놓고 저보고 stupid asian이라고 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 맛있게 먹고 학교에 갔는데

    저에게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샤워를 더 해야 한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전 그 이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아침밥을 거부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부터는 한국에서 하던 것 처럼 하면 계속 게이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입고 있는 청바지가 너무 길어서 접어 올렸더니 게이냐고 물어봅니다.

    들어본 악기가 플루트밖에 없어서 밴드 시간에 플루트를 골랐더니 그것도 이상하답니다.

    고등학교 조회 시간에 학생들 사진을 보여주는데

    새로 온 동양계 유학생이 친한 동성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는 사진이 나왔습니다.

    그걸 보고 주위 학생들이 쟤는 게이인가 보다 하며 낄낄거립니다.

    이처럼 학교 주류 백인들은 유학생들을 굉장히 내려다 보았고

    동양계 유학생 무리가 지나가면 갑자기 조용해 졌다가

    자기들끼리 쳐다보며 웃고 낄낄거리곤 했습니다.

    그거에 대한 반항심 때문인지 특히 한국인 유학생 그룹이

    정말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한국말로 떠들곤 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많은 혼란을 느꼈고

    결국은 한국인들과 멀어지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오늘날 결혼도 한국계와 하지 않았고 한국인 친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름은 다시 영어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아이들과도 한국어로 대화합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학생때 일들은 정말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유쾌하게 넘길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코너에 몰린 기분이었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집에 가면 위안을 받기보다 오히려 부모님이 저보고 많은 부탁을 했습니다.

    우리가 영어를 못하니까 여기 전화해 달라, 이거 해결해 달라

    저도 영어 잘 못하는데 제가 해야 한다고 하는 어려운 부탁들이 많았습니다.

    부모님도 힘드니까 제 말을 듣기 보다 짜증과 화로 반응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모여 고등학교 끝날 무렵에 정신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사실 우울증과 패닉어택은 중학교 때 부터 있었지만요.

    저는 제 경험을 그냥 공유할 뿐이고, 판단은 여러분이 하시면 됩니다.

    • na 76.***.21.182

      well done

    • 커피 174.***.40.180

      음 초등학교때 미국온 사람이 한글을 이렇게 잘쓰기는 불가능 하다

      절대 못쓴다 이렇게는

      글쓴이는 어떻게 이글을 쓸수 있었는지를 말해봐라

      • daf 172.***.57.48

        한국에서 독서량이 엄청났었고 교내 글쓰기 경연 하면 항상 상을 받았을 정도로 한국어는 기본 베이스가 있었습니다. 중학교때 도피성으로 한국 커뮤니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 NIW-EB1A 174.***.89.220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을 떠날때만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던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참담해서 도저히 울음밖에 나오지 않을 황당한 일들도 많았구요. 그 중에 아이들을 위한 결정이 전혀 아이들을 위한게 아니었구나를 깨닫게 되면서 힘들었지요. 지금도 어려운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나마 아이들이 다소 차분해져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어려운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면허라는게 있다면 저는 탈락했을거라고 봅니다. 정말 어린 아이들에게 친구도, 친척도 없는 새로운 환경을 너무 자주 바꾸면 정신적으로 데미지가 크다는걸 이제야 알겠습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아무쪼록 앞으로 좋은 일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저희 가족에게도요.

      • daf 172.***.57.48

        저도 아빠가 되어 보니 알게 되는게 많습니다. 수고하셨고 아이들도 다 알겁니다.

    • 커피 174.***.40.180

      한국에서 독서량이 엄청났었고 교내 글쓰기 경연 하면 항상 상을 받았을 정도로 한국어는 기본 베이스가 있었습니다. 중학교때 도피성으로 한국 커뮤니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ㅡㅡㅡㅡㅡㅡㅡ
      일베노? 반갑다 이기야!! ㅎㅎ

    • 아무소리 104.***.55.226

      소중한 경험 공유 감사합니다

    • 지나가다1 24.***.173.160

      어이 갑자기 내가 못된 아재된기분이네그려.아주못된 꼰대됬네그려. 오해했수다. 구글번역기같은글에 거기에 애들교육에 동양인 비율이러는데 나같이 백인동네사는사람도 있는데 뭔가해서 급발진했군요. 뭐하여튼 사정들어보니 대단하구만요. 원글님 포인트는 크게 2가지로 (내글에4흘이라토다는선생 대환영) 보자면 자기정체성을 찾는거와 자녀정체성 찾아주기입니다. 그 2개가(4흘아 답글기다린다) 같을수 없다고 말하고싶습니다. 그두개를 언제가는 다이루겠지만 시간은 동시에 이루기 쉽지않다는 겁니다.
      제가아는집이있는데 아빠는 백인 엄마는 독일에서태어난 한국분이고 애들은 엄마한테독일말 아빠한테는 영어씁니다. 자 여가서 질문. 자녀들의 정체성은 뭘까요?

    • 마음 24.***.5.115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셨군요. 저도 아이를 고등학교때 미국에 데려왔는데 나중에 그 시기가 많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좋은 경험 공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rv 157.***.124.213

      저의 자녀들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귀한 나눔에 감사드립니다.

    • K 73.***.182.97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미국에서 어릴 때 부터 자라는게 결코 쉽지 않았겠구나 싶습니다. 성인이된 우리 아이들에게도 미안함을 느낍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좋은 경험담이네요. 12.***.186.18

      저도 아이들과 같이 와서 비슷한 경험을 해 본 것이 많아요.
      결론적으로는 지금은 아이들 모두 잘 살고 있지만, 학교 다닐 때는 매우 힘들어 했어요.
      제 경험으로 볼 때는 어릴 때 오면 오히려 더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어느 정도 인지하는 나이, 즉 중학교 1,2학년 정도 거기에 포함하면 초등학교 6학년 정도가
      저는 매우 좋은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어리면 한글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고, 너무 나이가 많으면 영어에 익숙해 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온 아이들은 사실 완전 미국 애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나중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경우가 주변에서
      많이 보였습니다. (제 경험이고요,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기도 하겠지만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잘 케어하고 상담하고 해야 님 처럼 바르게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제는 아이들에게 미국이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노력을 한국에서 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그래서, 저는 제 주변에서 미국으로 이민이나 유학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돈이면 한국에서 최고의 교육을
      더 받게 하라고 얘기합니다.
      이것도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제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점 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지금은 잘 지내고 행복하다 하지만 학교 다닐때의 힘든 상황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둘째아이의 경우, 수업 시간 중간에 손들고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서 전날 저녁 9시 부터는 물도 마시지
      않았어요. 영어가 서툴러서 아이들이 놀릴까봐요…
      이런 상황이 지나서 지금까지 왔지만, 만약 지금 시작하라면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큰 짐을 주는 것 같거든요.
      그냥 저의 얘기입니다.

    • 초가지붕 216.***.121.154

      제가 일하면서 본 한국인과 비슷한 길을 겪으셨네요. 그 친구도 중부 백인마을에서 자라 이해심이 부족한 친구들과 부딪혀 힘들었죠. 그래서 그 친구는 자기는 한국사람이 아니라 알래스카에서 왔다고 얘기했다고 해서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 저는) 충격받았었어요. 힘든 삶이었던 것을 이해합니다.

      한국에서 자라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였어요. 미국은 인종차별, 글래스실링만 좀 견디면 되었다면 한국에서 직장생활할때는 그놈의 학벌, 군대 안갔다와서 차별, 경상도 전라도 차별, 그리고 여자라서 차별등등 … 인생의 역경은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존재하는데 다만 어릴때는 좀 보호받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렸을때 받는 고통은 더 크고 그 트라우마는 오래 가는 편이니까요.

      관리를 잘하시고 앞만 보고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 1234 172.***.108.93

      미국에서는 뭐 인종차별 항상 겪는일임.. 미국에사 동양인들은 사림 취급인힘 미국놈들 겉으로는 나이스힌척 지기들밖에 모르는 엄청 이기적인 놈들이고 남을 배려하는 문회지체가 없음 미국이린 나라는 그냥 문재잉임. 아주 개씽놈들 양키임.이놈들 엄청 게으르고 말많고 회사 근무시간애 시간만 떼우다가 가는놈둘이 양놈들임. 전세계 백인들중에 가장 이기적이고 사악함. 애들이 엄청 빠꼼힘

    • 암바싸 140.***.198.159

      초등 고학년 때 머리 좀 굵어 부모 따라 이민오면 충격이 좀 있을듯. 여기서 태어나 자라거나 아주 어릴 때 온 애들하고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었겠지.

      그리고 계속 생각이 드는건데, 부모가 어떤 수준이었는가, 부모와의 관계가 어때왔는가가 당연하게 애한테 매우 큰 영향을 줌. 애가 혼란스러울 때 튼튼하고 믿고 기댈 보호자로 있어주는게 바람직하지. 부모의 서포트 없이 혼란스런 환경에서 자라느라 수고 많았어요.

    • ㅇㅇ 194.***.136.73

      인도인이랑 중국인이 늘었으니까 아시아인이라고 차별받는건 덜하겠지만
      반에 중국인이 대부분이고 자녀 혼자 한국인이면 어쨋거나 차별받는건 매한가지임. 한국인이라서 차별당하겠지

    • 알려주마 40.***.148.176

      아이들 교육 문제 많아
      미국오지 말고 한국살어라

    • 빅뱅 73.***.247.114

      미국 교육 문제많고 개판입니다.. 미국 초중고생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마약 하는 애들이 엄청 많습니다.. 미국은 나라 자체가 썩었습니다..이나라는 지금 갈때까지 감 구제불능 상태임…미국넘들 엄청 이기적이고 게으르고 겉으로는 나이스한척은 하지만 전부다 가식이고 자기밖에 모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인드가 전혀없음… 미국넘들이랑 일하면 열받음 왜냐 근무시간에 노가리 까기 바뿌고 시간만 떼우다가 집에감…가난하면서 열심히 일해서 집을 페이오프 시킨다거나 그런 목표도 없은 그냥 하루벌어서 하루먹고 살자는 홈리스 마인드가 강함…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음..

    • 오다가다 136.***.251.100

      초등학교 6학년때 왔으면 이렇게 글 충분히 쓰고도 남습니다.

    • fewgarbeqw 104.***.220.202

      정말 좋은글 공유 감사합니다. 이런글들이 많아지는 이곳이 되었음 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잘 이겨 내시고 멋진 부모가 되신걸 축하 드립니다.

      우리딸이 maybe 겪게될 수도 있는 일같아 마음이 무겁네요. 잘 지내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