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 한국교수 미국 취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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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 고민 119.***.134.153 2858

    한국에서 학위하고, 운 좋게 미국 좋은 학교 (분야내 5위권), 좋은 교수님 밑에서 포닥으로 있습니다.
    학부는 서울 상위권 정도고 박사만 소위 말하는 SKP에서 해서 교수하기에는 감점 요소(국내 최상위 학부x , 해외박사x)가 많긴합니다.

    처음 포닥 나올땐, 한국에 학교로 기회있음 무조건 들어와야지 하고 나왔는데 이제 실질적인 것들이 고민됩니다.
    – 한국 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로 인한 연봉 동결 혹은 상승률 낮음, 일부 연구 중심 학교 (10개정도?) 빼고는 제대로 연구실 꾸리기 힘듦, 조교수에게 너무나 가혹한 재임용 실적 기준 (요구하는 논문 % 채울려면 소설가처럼 살든지, 아니면 논문 끼워넣기 등으로 어떻게든 실적 맞추고 있는 상황)

    이렇게 말씀드리면, 한국 교수든 미국 취업이든 일단 되고나서 고민하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한국 학교에 한번 지원하면 항공료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현재 포닥기관의 휴가, 비자 문제 등 한번 지원하는데 시간/비용 소모가 너무 큽니다. 이번학기에도 수도권 중/상위권 위주로 3~4군데 정도 지원해봤는데, 서류 발표난 대학들에 30분 발표하려고 여기 휴가내고 잠시 다녀와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 취업 쪽은 PI가 계약 연장을 하면서 회사-학교 공동 포닥으로 포지션을 변경해주면서, 회사에 2~3일 학교에 2~3일 머무르는 조건으로 1년정도 하다가 정규직 자리가 나면 들어가면 된다고는 합니다. (자동차 완성업체)

    사실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지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 제 전공분야에 대한 수요가 좋아서 제 학벌에 비해, 지금은 한국에서 제 전공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 서류 통과도 잘되는 상황이고, 미국 취업도 PI가 많이 챙겨줘서 그냥 학교 포닥보다는 훨씬 유리한 포지션, 그리고 연구 내용 또한 유망한 주제로 포닥 혹은 정규직 취업까지 유리한 상황입니다.

    저도 한국학교 보단 미국 회사에서 지낼 경우 배우는 것도 많고, 제 가치를 높이는데는 좋다는 걸 알고있고 취업을 한다면 3~4년은 행복하게 지내겠지만 그 후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한국 학교로 복귀하기는 힘들다는것도 있고요.

    비슷한 고민 하신 분들, 혹은 이미 선택하셔서 하나의 길로 쭉 나아가시고 계신분들께서 좋은 말씀해주실수 있을것 같아서 글 남깁니다.

    • CS 59.***.27.67

      본인 실적만 좋다면 나이 먹고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보더도 더 좋은 기회가 올수도 있지요

    • dd 75.***.250.213

      미국에서 포닥으로 있으면서 성과 좀 더 내시고 회사경력도 쌓으시면 나중에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대학 수준이 달라질겁니다. 그리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해요. 좋은데서 포닥하시면서 PI한테도 인정 받으시는 거 보니 대단하시는 분 같은데 어깨 쫙 펴고 본인의 능력에 자부심을 가지시면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 zzz 38.***.137.11

      희망적인 것도 좋은데.
      한국에서 교수되는 건 사실 쉽진 않고 운이 많이 필요하죠.
      각 대학마다 때마다 원하는 인재가 다 달라서.

      하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둘 다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는
      어디서 살고 싶은지를 먼저 결정하셔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조교수 몇 년, 회사 생활 몇 년 사실 다 금방 지 나가요.
      비행기값 몇 천 정도는 좋은 곳에 취직이 된다면
      인생 길게 봤을 때 별것도 아니고.
      뭐 살고 싶은데로 살 수 있다면 살고 싶은데서 살아야죠.

    • Ab 107.***.70.91

      한국은 학생수 감소로 앞으로 대학 교수 엄청 짤려 나갑니다.

    • ㅎㅎ 174.***.144.19

      한국교수가 된다면 그게 더 좋죠. 미시간의 경우 완성차 업계 포닥 포지션으로 정규직 나면 들어가는건, 가능은 한데 이게 쉽게 자리가 나지 않아서 복불복이라 할수 있어요. 요즘같이 자동차 업계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선 그렇습니다.

      제일 흔한 케이스가 완성차 업계 포닥 하시던 분들 자리가 나면 특히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경우, 컨트렉터 자리로 오퍼를 주는데 한시직인 만큼 메리트가 크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시기엔 컨트렉터 되면 수년간 정직원 오퍼 안주는 경우가 많고요.

      gm이나 ford 모두 layoff중이고 장기적으로 인력 규모를 줄이는 방향이라 비추이고, 도요타나 혼다 같은 일본계라면 실력도 있고 괜찮긴 한데 헤드쿼터가 미국이 아니라보니 좋은건 다 일본에서 진행하다보니 연구는 연구같지 않고, 평생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테슬라나 웨이모 같으면 추천하고 싶네요.

    • 32548791 137.***.255.31

      미국에 남아 사시게 된다면, 아무리 한국사람이라도 미국문화에 적응 될 수 밖에 없어 한국식 사고방식이 없어지지 않겠지만, 변화가 생기거나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박사학위 이후 미국에 살게된 저의 경우는, 한국대학 교수직종에 대한 욕망이 미국에서 남아 살아갈 수록 줄어 들다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 입니다. 물론 한국교수님들은 저의 경우를 생각이 바뀐게 아니라, 한국교수직 추구에 대한 체념이나 포기라고 하 실수 도 있게지만,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에 남게되어 관련업종 세계최고레벨의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보유하거나 개발해온 입장이 되었고, 만일 제가 한국교수로 가게 되었다면 (아마도 지방대학이나 연구여건이 열악한 대학에 갈 확률이 높았던 한국에서의 제 학부입니다. 비서울대 출신이면 누구나 감수해야 하는 부당한 사회적 입지)

      지금과 같은 전문기술과 경험을 유지해왔을지에 대한 깊은 회의감 들기 떄문입니다.

      실제로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교수직을 잡아 들어가 동문학부 선후배들은 (모두다 지방대학입니다) 지금 한국학계에서 존재감도 없을 뿐더러, 대다수 지방에서 자기만족을 억지로 억지로 하는 모습들로만 제겐 비추어지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아이들은 서울아니면 미국에 모두 유학보내놓고 본인은 기러기 하거나 (그것도 지방에서 혼자 쓸쓸이 교수라는 타이틀 하나 달랑 유지하면선) 이분들의 아내는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거나 이미 이혼을 하신 경우도 적지 않고요.

      가끔 연락되는 한국지방대학 교수 선후배 분들은 넌지시, 이럴줄 알았다면 미국에 남을 걸 그랬다는 이야기를 내뱉곤 합니다.

      한국도 세계 10대 경제규모인 만큼, 연구투자면에서 어느나라 못지않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빈부격차는 대학사회에도 어김없이 투사되어져 원글이 언급하신 국내 10대 대학교의 교수직이 아니면, 언감생신 그 막대한 국내연구 투자를 펀딩 받아 볼만한 기회를 얻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껏해야 국내 10대 대학 교수님들의 시다바리 보조연구직을 50대가 다되어도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 처지 입니다.

      지방대학엔 대학원생 없습니다. 학부생도 안들와서, 지방시골 고등학교에 교수님들이 일일이 방문 섭외 학생유치업무를 해야하는 현실에서 연구를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대학원생이 사라진지는 오래이지요. 베트남 학생이나 동남아 학생이니 하는 것도 일부 막강한 지방거점 국립대학 또는 메이저급 사립대학 이야에 해당하는 것들이지요.

      각설하고, 결론은 이거입니다.
      원글께서 말씀하신 국내 10대 메이저 대학 교수자리가 아니면 미국에 남아라 이거입니다. 아마도, 이 10대 메이저 대학아닌 나머지 대학들은 대다수 곧 정리가 되거나 사실상의 2년제대학이나 다름없는 역할쪽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규모나 인구감소로 인한 줄어들고 있는 대학입시생을 고려한다면, 어떤면에서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미국에 남게되면 외롭겠지만, 세상만사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도 있고, 반대로 잃는것도 있으면 얻는것도 있지요.

      박사학위 이후, 한국에 돌아가 대기업 연구소에서 2년동안 일하다가 (환멸을 느끼고) 미국에 돌아와서, 18년째 관련 업종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아이 둘다 모두 아이비 대학에 보냈고 이제는 아내와 함께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때론 외로웠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좋은 결정 하셔셔 행복한 삶 이어가시기를 기원합니다.

    • ㅎㅎ 174.***.144.19

      325 분이 엄청 좋은글 남기셨네요. 하지만 저는 반대로 한국에 돌아간적 없고 졸업한 후에, 줄곳 미국 사기업 연구소들에 있는데, 이것 조차도 결국은 인더스트리다 보니, 주변에 레이오프도 자주 보고, 경쟁이 치열해지는걸 보며.. 요즘은 나름 나이가 먹다보니까 장기적으로 볼때 심리적인 안정감에서 더 좋은 교수를 할껄 후회를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승진 기회가 많은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좋지만 언제 터져나갈지 모르는 불안감이 찾아옵니다. 아무리 연구소라지만 결국 이윤 추구 회사는 회사이다 보니 교수만큼의 자율도 없고요. 가끔이지만 저는 이것이 곧 사람을 부품으로 치부하는 인더스트리의 한계라는걸 느끼게 되고 첫단추를 인더스트리도 잘못 끼운생각마저 듭니다.

      예전에 같은 회사의 아시안들끼리 설문조사를 해서 미국과 home country에 선호도를 조사했었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도전하며 미국에 남고 싶은 선호가 강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자국으로 돌어가서 마음이라도 여유 있는 적당히 좋은 직업을 가지고 살기를 원하는것 같더군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구인데 어딜가셔도 즐겁게만 노력한다면 후회는 없을것입니다.

    • asdf 198.***.189.62

      저도 또다른 포닥인데 반대 의견을 여쭙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딱 달아주셨네요.
      좋은 선배님들 식견 얻어갑니다…

      또한 같은 포닥으로서, 원글님도 파이팅 하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본인께서 능력만 되신다면 미국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에 갈 타이밍을 보는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취직 후 한국에 돌아가기 위해 막바지로 논문 실적 쌓아두고 구직하는 중입니다.

      포닥 막바지는 끊임없이 저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고 부정하고 또다시 긍정하고를 반복하고,
      욕심에 대해 고민하고 지치고,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치고 외로웠으나 다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좋은 선택 하세요. 파이팅입니다!

    • rmc 12.***.85.34

      5-6년전에 포닥할때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있던 학교 다른 학과에 지방대학 교수인 친구가 안식년 왔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도 저에게 한국 돌아가는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라고 몇번 이야기 해줬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저를 보자고 하더니 절대 한국갈 생각하지 말고 무슨수를 써서라도 미국 남으라고 하는것 이었습니다, 그때 교육부에서 내려온 대학 구조조정 문건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한국은 소수의 큰 대학 몇곳 제외하고는 망할일만 남았다고. (물론 격앙해서 이렇게 말한것도 있습니다)

      저도 비자 때문에 잠시 한국 있다가 미국 기업으로 왔습니다. 잠시 가졌던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확실히 사라져주게한 1년반 이었습니다. 지인들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한국 상황이 어떤지

    • 1111 134.***.139.75

      저도 주변의 교수된 선후배들을 보니, 최상위권 대학 한방에 간 사람은 없고, 몇번 걸쳐서 이동하고 그러더라고요. 지방/수도권 혹은 서울 중위권 이하 대학에서는 대학원 운영 (학생부족, 펀딩 부족)이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나중에 최상위 대학으로 이직 할 희망 (그러나 말 그대로 희망..희망 고문일수도), 그리고 테뉴어 받아 안정적인 자리를 잡을 기대로 버티더라고요. 박사까지 하고 포닥까지 하고도, 더 나중을 위해 투자하며 살건지 (한국 교수) 아니면 좀 더 빨리 안정된 자리를 찾을 건지는 (미국 취업) 본인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 글쓴이 175.***.70.207

      정말 주옥 같은 의견들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고 준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