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어찌보면 배부른 투정일 듯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한번은 통과하셨을 듯 싶어, 이렇게 조언을 구합니다.
저는 한국 대학-미국 박사-미국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이공계, 이 게시판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코스입니다.

운좋게 입사한지는 2년이 조금 못 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좀 바쁘게 돌아가는 편이고, 제 매니져는 일 중독일 정도로 열심히 합니다. 매니져 중에는 많이 젊은 편으로, 아마도 더 높은 자리에 결국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팀 멤버에 대해 친절한 편이고(물론 개인적인 관심은 없어 보입니다), 피드백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주는 편입니다. 기대치가 많이 높구요. 인종에 대한 선입견은 없습니다만, 굳이 밝히면 인도인입니다. (저희 분야엔 인도사람들이 많아 굳이 어떻다고 나누고 싶진 않습니다.)
처음 입사하고 반년, 일년 동안, 즐겁게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짧게 짧게 쳐졌지만, 암울했던 박사과정에 비해 시키는 일 고민없이 즉각즉각 했고, 평화롭게 느꼈습니다. 매니져도 저에 대해 만족한 듯 보였구요.
근데 시간이 갈수록, 무엇을 향해 달려가야 하나, 내 인생에 남은 건 무얼까 하는 맘이 듭니다. 계속 학교에 있었을 때는, 힘들고 아니꼬올때도, 그래 졸업은 하자 하며 방향은 확실했었는데, 회사에 들어오자 길을 잃은 듯한 허전함이 있습니다.
일도 맡은 부분은 하지만, 그 이상은 찾지 않고, 제 매니져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매니져에게 그런 피드백을 받기도 했구요. 객관적으로 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니져가 기대하는 시니어급들과 비교하여 단점들을 지적받았습니다.
인생이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죽은 듯 일을 열심히 해서 (즉 퇴근후 주말에서도 계속 일을 생각하며) 매니져 기대를 채워야 하나, 이왕 하는 거 잘한다는 말 들어야 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가 무슨 의미가 있나, 나보다 일 못하는 애들도 큰 고민 없이 잘 다니고 있고 내 인생에서 큰 차이를 만들지 않을 것 같고… 매니저 처럼 일 중독이 되면 과연 이 회사에서 내가 야망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 맘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취미 생활을 만들어 회사는 월급 받고 일하는 곳 정도로 의미를 가져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더 갈등을 하는 것도 같습니다. 결혼 하면 그냥저냥으로 가족들 보며, 자식들 보며 그렇게 다른 쪽으로 의미를 찾고 흘러가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정답이 없다는 건 압니다. 서로 바라는 바대로 흘러가겠지만, 다양한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좀 나누어 주신다면 제 생각과 마음을 직시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