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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공학 박사 마치고 일 시작한지 3개월 된 신입사원입니다. 인생 첫 매니저로 인도 사람을 만났어요.
사기업 이지만 현재 정부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여러 데드라인이 있어서 시간에 쫓기는 편입니다. 야근은 없지만 매니저가 푸시를 많이 합니다. 첫 출근 1달 후 코로나 때문에 자택근무를 시작했고 1:1로 붙어서 엄청나게 배워야하는 제 입장에서는 모든 가르침이 전화와 메신저로 이루어지고 있어 저에겐 최악의 효율을 낳고 있습니다.
매니저 사람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상식적이고 질문을 거부하지 않으며 일적으로는 가르켜주려 하고 여러 어드바이스를 거의 항상 해줍니다.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서 물리전공에 소프트웨어 스킬도 상당합니다. 지금까지 제 질문에 모른다고 한적은 없습니다.
문제는 제가 질문할 때 답해주는 말들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예를들면
“어떻게 이거를 모를 수 있냐? 이거는 박사 때 알았어야 했다”
“이정도 설명했는데 모르면 너를 이해시킬 자신이 없다.”
“이렇게 쉬운것도 이해 못하면 나중에 더 어렵기 때문에 절대 이해 못한다.”
“이거 설명해주느라 내 할일을 못했다. 이런 속도라면 몇십년이 걸려도 이 프로젝트는 못 끝낸다.”이런 멘트를 할 때는 톤도 올라가고 목소리도 커집니다.
그리고 설명 후 제가 이해가 안가서 following question을 할 때 매니저가 그 질문이 어리석거나 쉬운 질문이라 생각하면 한숨을 쉽니다. 이 때 기분이 정말 더럽습니다. 자꾸 이런 말들을 듣다보니 제 자신이 위축되고 새로운 질문을 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니 질문없이 혼자 삽질하게되고 효율이 낮아지고 매니저가 보기에 저는 더 이해 못하는 사람이 되고 악순환에 빠집니다.제 박사시절 저희 그룹 안에서 “멍청한” 질문이란 것은 없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하던 그들은 모두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친절히 처음부터 답해줬고 그런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성장하고 무사히 박사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그룹은 오히려 처음에 쉽게 설명하지 못한 발표자를 탓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질문자는 자유롭게 질문 할 수 있었지요.
매니저 자체가 이런 스타일인지 아니면 인도인이라서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도교수님 이후 첫 보스입니다. 유학 중 그룹내에 인도사람은 없었고 수업 외에는 마주칠 일이 없어서 소문으로만 인도보스에 대해 들었습니다. 인도인이라서 스타일이 이렇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말 하는 스타일이 이미지의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자꾸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어갑니다. 하지만 그룹 내에 다른 인도인이 있는데 그는 저와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직급이라서 그런지 정말 엄청 친절하게 답해 줍니다.
아니면 단지 저의 실력자체가 부족해서 매니저의 기대에 못미치는 걸까요? 백그라운드도 다르고 (매니저: 자연과학, 본인: 공학), 이제 입사 3개월에 자택근무로 커뮤니케이션도 비효율적인 이 상황이 excuse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제 실력 이 부족한 걸까요?
참고로 저는 제가 기억력이 안 좋은 것을 알기 때문에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나 제가 이해한 컨셉을 Latex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입사 후 만든 pdf 파일들이 80장 정도됩니다. 그래서 똑같은 질문을 할 때도 있지만 그때는 거의 설명이 너무 빠르고 길어서 제 노트에 적지 못했던 내용들 입니다.
어떠한 댓글, 조언, 욕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