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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기것을 잘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늘 아내로부터 구박을 받는 편입니다.
미국유학을 90년대초반에 나왔기에, 당시에는 유학을 하고 귀국한 이들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 누구로부터 미국 유학에 대한 조언이나 도움을 받지도 못했고, 인터넷도 없었던 시절이라 말 그대로 Hard Copy 서류나 팸플릿등을 해당학교에 요청하고 편지를 쓰고 주고 받으면서 유학 어드미션을 받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나중에 유학을 하고 있을때 그리고 학위를 받고나서는 주변에 유학에 관심을 가진 후배들에게 많은 질문과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 있어왔지요. 그때에도 아내는 늘 퉁명스럽게 면박을 주곤 했습니다. 평소엔 생까던 사람들이 아쉬우니까 당신에게 접근하고 얻어갈 정보만 빼가는것이니 대충 도와주라고요.
첫단추를 끼는게 중요하다고, 제가 속한 세대가 비교적 유학이나 미국이민 미국취업들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 걸쳐있어서 그렇겠거니 하는 마음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 경험을 공유하는게 비록 남는거는 없다손 치더라도, 사람의 도리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결국 제가 미국 직장을 잡아 살게되니까 후배들이 수년후에 훨씬 많은 숫자로 저와 같은 미국직장을 잡고 이민하게되는 경우들이 많이 생겼고 그때마다 제 삶이 그들에게 쓸모있는 참고용 (성공한 참고가 아니라 주로 저처럼 살면 손해라는 방식으로서의 참고용)으로 여겨지곤 했다는 기억입니다.
그렇게 살아온 미국삶도 이젠 25년이 다되어 갑니다.
오늘밤에도 아주 가끔 연락이 오는 후배에게 (그도 이젠 40대 중반을 넘었겠네요)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걸어온 경력과 많은 부분 유사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고, 이번에 제가 몇년전에 이직 했던곳 (정부 job)으로, 그도 오랜 사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저와같은 정부 job으로 옮기려고 제게 저의 경험을 들려주기를 청했고, 아는데 까지 다 말해주었지요.가만히 제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아내는
당신 현재 주변에 남아있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중에 아쉬워서 아주 가끔 전화하는 사람들 빼놓고 당신의 안부가 진정으로 궁금해서 전화해주는 사람이 몇명이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했습니다.별로 없다고 하니까,
아내는
제가 그렇게 속이 좋게 아쉬울때만 전화하는 지인들을 가리지 않고서, 내거를 모두 넘겨주니
제 주변에는 얌체같이 아쉬울 때만 친한척 하는 사람들만 득시글 거린다고 타박이네요.나이가 들어서 이민생활에 대한 외로움을 갈수록 많이 타기 시작한 저로서는
“정말 그래서 그런것인가?”
“사람좋다는 소리에 어벙하게 기분좋아하면서, 아주 가끔 전화해서 입에 침을 바르지도 않고 나를 추켜세우며 자기들이 원하는 정보만을 얻어가려는 얌체같은 지인들만 가까이 하게 되니까 내가 이렇게 결국 외롭게 남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그러다가, 결국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는데요.
글을 써내려가면서 문득 들게된 생각은
“전혀 아니올시다”가 되어버렸네요.나같이 지속을 제대로 찾아 먹지 못하는 인간들도 필요한게 이세상이고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은, 나이가 들다보니 사람들 상대하기가 꾀가 나다보니 자꾸만 사람관계를 줄여왔던 결과이기도 하다는 생각말입니다.외로운 만큼, 좋은점도 많다는 생각도 들고요.
얌체같이 자기들이 아쉬울때만 연락해서 필요한것만 챙겨가는 사람들이 결코 배척당해야할 사람들이 아니라,
제자신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왜냐하면 필요한게 있어 저를 찾아와 얻을거 얻고 난후
깨끗하게 떠나는 그 cool함은 제 삶에 있어서 사람관계로 인한 피곤함을 전혀 불러 일으키지 않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질척거리는 인연들은 우리주변에 널려 있지요.마치, 목이 말라 물을 요청해서 물 한바가지 퍼준거 가지고 얌체같다고 할 수 없는것과 같은 이치라는 생각 말입니다.
저 또한 물 한바지 시원하게 주어 그들의 목마름을 가시게 해주었니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함께이고요.제가 물러터진 인생이란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성격이 저를 불행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결론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하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