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으로서 미국 애들 매니저 해 먹기 어렵네요.

  • #1537430
    매니저는 괴로워 68.***.6.4 3727

    저 처럼 서른 넘어 미국 와서 완전 외국인인 입장에서 다양한 인종, 다양한 출신 국가, 다양한 학력의 직원들 매니저 하시는 분들 은근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으십니까?

    제가 일하는 분야는 일반 기업 회계 부서인데요, 돈은 제일 조금 받으면서 늘 마감 일정 쫓기고, 아무래도 노동 집약적(?) 분야이다보니 direct report가 6명입니다.

    저는 직원들 뒷치닥거리, 불평 불만 없이 다독이고, 거기다가 일일이 가르쳐야하고, 왜 그렇게들 emergency들이 많은지… 안그래도 바쁜데, 애가 아프다, 누가 돌아가셨다, 집에 물이 샌다, 전기세 못 내서 집에 전기가 끊겼다, 차가 고장이다, 와이프가 임신해서 병원 따라가야 한다 등등… 이런 일 터질 때 마다 제가 2배로 일하지 않으면 마감 못 지킵니다. 회계 부서가 원래 그렇잖습니까. 이래서 저래서 변명 필요 없고 무조건 데드라인 맞춰야 하는 곳이라서요.

    참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에 100% 공감합니다. 할 일도 많아 죽겠는데, 속썩이는 직원 write-up 해야되고, 심심치 않게 채용 인터뷰도 해야되고, 요즘은 또 annual review 기간이라 리뷰도 써야되고… 얼마 전에는 새로 뽑은 직원이 들어오자마자 굉장히 어리버리한 티를 내서 얘가 인터뷰 때랑 다르게 왜 이러나 했더니, 무슨 공황 장애가 있는지, 월말 마감 도중에 저한테 울며 불며, 회사 나가기가 두렵다, 숨을 못쉬겠다, 한 잠도 못잤다, 하면서 넋두리… 결국 스스로 그만두긴 했지만, 걔 training하느라 쏟은 시간, 걔 넋두리 들어주느라 쏟은 시간… 다 금쪽 같은 내 시간입니다. 사람 뽑는 것도 쉬운 일 아니지요.

    어떻게 해서든 디렉터 정도는 올라가는게 제 목표였는데, 매니저 3년차에 이런 저런 일로 머리 쥐어 뜯다보니 무슨 돌파구가 필요하지 싶습니다.

    이상, 3일 연속 새벽 두시까지 일하다 금요일 마감 끝나고 폭풍 수면 취한 후 일어나서 지끈 거리는 머리로 한 속풀이였씁니다.

    • 힘내세요 108.***.100.62

      아… 제 상황과 비슷해서 읽으면서 공감 많이 했습니다.
      저도 오늘 폭풍 수면 두 번 했네요. ㅠ
      힘내세요!

    • 화이팅 98.***.254.64

      힘내세요!! 잘 하고 계신 듯 한데…….

    • 박과장 39.***.19.249

      한국서는 상상도 못할일이네요.. 상사이신데 부하직원들 단체로 기합이라도 주시지…

      • 으이구 75.***.5.184

        그러다 고소 당하면 억대 벌금…

    • 메니저 173.***.138.49

      한국과 미국 두 곳의 회사에서 메니저 경험에 의하면 미국쪽이 더 메니징하기가 힘든듯 합니다.

      일단 한국의 문화는 조직이라든지 또는 군대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상사에 복종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자신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일반적인 현상이 있습니다.

      한데 미국 직장의 경우는 개개인의 사생활을 중요시해서 그런지 각각 너무도 차이나는 사람들을 관리한다는게 만만한게 아닙니다.

      인터뷰 할 때는 말도 잘하고 정말 일 잘할 것 같은 사람을 고용하고 나면 영 performance가 나질 않아 3개월도 안되어 해고 시킨 적도 몇번 있습니다.

      대학 갓 졸업한 인턴을 몇명 뽑았더니 이 사람들 뒤치닥거리 하느라고 내 할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더 바쁜 상황을 만들지 않나 customer site에 출장 보내면 제대로 일을 못해 나중에 complain 들어오고 정말 하루 하루가 힘겹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는 분이 일부러 메니저 포지션을 기피하는 이유를 알것도 같습니다.

    • 지나가다 97.***.62.192

      매니져 위에 있는 포지션은 매니져 힘든거 다 알아요..
      그래서 잘하는 매니져는 입지 정말 탄탄하죠..
      의존도도 높고..
      고생하세요.. 매니저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니까 자부심
      가지시구요

    • 저도 한마디 74.***.113.131

      저도 매니저고 아래에 8명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여기 서른 넘어서 왔고요. 한국에서도 매니저 였는데 미국이랑 직원들 대해야 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고 일도 많고….

      다만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월급도 높고 해서 항상 노력하고 있죠. 여긴 돈 더 받으면 일 더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위 아래로 끼어서 눈치보고 구슬리고 중재하고 땜빵하는게 매니져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ㅎㅎ

    • hmm 172.***.81.107

      그냥 지나가면서 한말씀 올리자면…

      적당한 선에서 위로 Toss하는것도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한국분들이 (저 포함) 굉장히 많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일하시는데 그게 당연히 감사받아야 하겠습니다만 지나다보면 본인만 손해보는경우가 생기거든요.

      밑에 직원중에 누가 빠졌다구요? 당연히 위에 디렉터에 알려주세요. 그걸 본인이 감내하는 부분이 당연한게 아니라 엑스트라로 매니저님이 일하고 그 부분을 메꾸고 있음을 디렉터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특히 직원들 빠지는 부분이 management와는 상관없이 그 직원들 개개인의 Personal한 부분이라면 더더욱 위에 알려줘야죠. 그리고 그게 어느정도 쌓이면 또 알려주세요. 이런이런 부분에 빵꾸가 날수도 있다라던지, 사람을 더 지원 받아야 겠다던지…

      윗분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라는게 아니라 어떠어떻게 본인이 커버하고 있음을 위에서 알아야 감사도 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게 되죠. 그리고 어느선상에서는 아예 넘기세요. 절대 회사일을 본인이 책임질 일이 없어요. 결국 그 위에서 하는거고 다시 그 위에서 책임지는거죠. 마감하시는거…지금 본인이 총잭임자라고 생각하시지만 본인이 아파서 빵꾸나면 결국 디렉터가 책임져야 하는거죠. 서로가 유기적으로 부족한 부분들 메꾸면서 커버하는건데 본인 혼자서만 많은걸 감내하시면서 커버하시려고 하지 마시구요. 그리고 일의 몇몇 부분은 아예 밑에 직원에게 띄어주시면서 또 디렉터에게 알려주세요. 이거이거 누가 담당하고 있다고.

      매니저에서 디렉터로 넘어가시고 싶으면 일을 잘하시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일을 잘하시면 매니저 이상 힘들어요) 그 일을 어떻게 잘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느냐에요. (나쁜 의미가 아니구요)

      • car 96.***.120.89

        정말 멋지신 말씀입니다.

    • WD41 99.***.90.25

      엔지니어쪽 5명 매니징 하는데 한명이 엄청 지능적으로 개기고 일을 안해서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윗선에 보고하고 봐서 자르려고 했는데 인원 뽑는 절차도 적잖이 힘들고 해서 자르는 것도 쉽게 되는것이 아니더군요. 그냥 최대한 손안대고 코푼다고 다른 시니어 붙여서 그들끼리치고받고 하게끔 만드니 요즘은 오히려 관계가 좋아졌네요. 그리고 자유분방한 엔지니어 근태문화도 매니징 적응하는데 참 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