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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 10년인데 요즘따라 영어때문에 스트레스네요. 지금도 회의 끝나고 오는길인데 몇몇이 하는소리는 반밖에 못 알아 듣겠습니다.
남부억양 문제로 치부하기엔 여기에 산지도 4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영어 문제로 스트레스 받으니 미치겠네요. 자꾸 동문서답하는것 같고 날 무시하는 것 같고 회사를 그만 두고 싶기까지 합니다.
위치의 특성상 외국인은 없고 대부분 근처에 여기서 태어나서 쭉 살던 사람들뿐. 마치 전라도나 경상도에 온 느낌. 그래도 모국어면 사투리든 뭐든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텐데, 모국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저는 갈 수록 더 안들립니다. 억양도 다르고 매니저 같은 경우는 심지어 이메일이나 서류에 쓰는 표현방법도 다릅니다. 그래서 가끔 몇 번씩 읽어야 그 뜻으로 썼구나 압니다
큰 도시로 가볼까해도 하나같이 여기보다 못 한 회사밖에 없고, 왜 옮기냐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회사도 있고…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은 잘도 직장생활하는데 10년이나 살고도 언어문제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니 바보같다는 생각에 요즘 잠고 안오고 자괴감이 듭니다. 온 지 얼마 안되신 분들, 또는 석사 2년 마치고 바로 일하는 분들 보면 대단해 보이네요.
이 문제로 하소연하면 여자친구는 영어공부 좀 하라고 하도 면박을 줘서, 어느날은 답답해서 녹음파일을 들려주니 웃으면서 자기도 다 못 알아듣겠다고 이해 할 것 같다더군요. 이게 공부해서 될 문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친은 미국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마케팅매니저입니다. 자기도 인도사람하고 전화통화할때는 다 못알아 들어서 그냥 YES하고 얼버무리긴한다네요. 하긴 서부에서 태어나서 그 근처에서 산 사람이 어찌 이해할까요.
내가 하도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니까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줄 알았는지, 데이트 할 때 영어로 대화하거나 하면 그 정도면 못하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이게 뭐 빈말인지 뭔지 모르겠고, 여친은 영어가 더 편하니까 이야기 할때는 영어 한국어 섞어서 대화하고 메세지는 영어로 주고 받고 이야기도 잘 되는데… 이 동네만 오면 바보가 되네요.
여담이지만, 여자친구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에서 온 연예인들 발음 보면 미국에서 태어났는지 아닌지 구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예전 회사는 제가 외국인임을 감안해서 어드정도 순화해서 말해주곤 했는데, 여기는 가차 없네요. 눈치도 예전만 못하고, 여기서 익숙해진다고 해도 다른데 가면 또 리셋되겠죠? 아는 분 애들이 학교가서 남부억양 배워서 걱정이라고 했던 말도 떠오르고…
중부 시골을 여행하다 만난 미국아저씨하고 이야기 하다가 이런 하소연을 했더니, 자기네 동네는 강 건너편 마을만 가도 다른 나라 말 같다고 하면서 이해한다는데…
화장실에 앉아서 영어만 되도 x도 아닌 것들이… 라고 속삭여 봤자 소용 없는 일. 웅얼웅얼하는 이 사람들 영어를 뭔 수로 알아 듣나…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닌가 생각까지 들고…외지사람인 제가 문제겠죠.
업무는 점점 많아지고 회의며 컨트렉터며 컨트롤 할게 많은데 미치겠습니다. 자꾸 주눅이 들고 도망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