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벙어리라 힘드네요.

  • #1808153
    영어벙어리 173.***.128.44 6686

    미국에 온지 10년인데 요즘따라 영어때문에 스트레스네요. 지금도 회의 끝나고 오는길인데 몇몇이 하는소리는 반밖에 못 알아 듣겠습니다.

    남부억양 문제로 치부하기엔 여기에 산지도 4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영어 문제로 스트레스 받으니 미치겠네요. 자꾸 동문서답하는것 같고 날 무시하는 것 같고 회사를 그만 두고 싶기까지 합니다.

    위치의 특성상 외국인은 없고 대부분 근처에 여기서 태어나서 쭉 살던 사람들뿐. 마치 전라도나 경상도에 온 느낌. 그래도 모국어면 사투리든 뭐든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텐데, 모국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저는 갈 수록 더 안들립니다. 억양도 다르고 매니저 같은 경우는 심지어 이메일이나 서류에 쓰는 표현방법도 다릅니다. 그래서 가끔 몇 번씩 읽어야 그 뜻으로 썼구나 압니다

    큰 도시로 가볼까해도 하나같이 여기보다 못 한 회사밖에 없고, 왜 옮기냐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회사도 있고…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은 잘도 직장생활하는데 10년이나 살고도 언어문제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니 바보같다는 생각에 요즘 잠고 안오고 자괴감이 듭니다. 온 지 얼마 안되신 분들, 또는 석사 2년 마치고 바로 일하는 분들 보면 대단해 보이네요.

    이 문제로 하소연하면 여자친구는 영어공부 좀 하라고 하도 면박을 줘서, 어느날은 답답해서 녹음파일을 들려주니 웃으면서 자기도 다 못 알아듣겠다고 이해 할 것 같다더군요. 이게 공부해서 될 문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친은 미국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마케팅매니저입니다. 자기도 인도사람하고 전화통화할때는 다 못알아 들어서 그냥 YES하고 얼버무리긴한다네요. 하긴 서부에서 태어나서 그 근처에서 산 사람이 어찌 이해할까요.

    내가 하도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니까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줄 알았는지, 데이트 할 때 영어로 대화하거나 하면 그 정도면 못하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이게 뭐 빈말인지 뭔지 모르겠고, 여친은 영어가 더 편하니까 이야기 할때는 영어 한국어 섞어서 대화하고 메세지는 영어로 주고 받고 이야기도 잘 되는데… 이 동네만 오면 바보가 되네요.

    여담이지만, 여자친구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에서 온 연예인들 발음 보면 미국에서 태어났는지 아닌지 구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예전 회사는 제가 외국인임을 감안해서 어드정도 순화해서 말해주곤 했는데, 여기는 가차 없네요. 눈치도 예전만 못하고, 여기서 익숙해진다고 해도 다른데 가면 또 리셋되겠죠? 아는 분 애들이 학교가서 남부억양 배워서 걱정이라고 했던 말도 떠오르고…

    중부 시골을 여행하다 만난 미국아저씨하고 이야기 하다가 이런 하소연을 했더니, 자기네 동네는 강 건너편 마을만 가도 다른 나라 말 같다고 하면서 이해한다는데…

    화장실에 앉아서 영어만 되도 x도 아닌 것들이… 라고 속삭여 봤자 소용 없는 일. 웅얼웅얼하는 이 사람들 영어를 뭔 수로 알아 듣나…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닌가 생각까지 들고…외지사람인 제가 문제겠죠.

    업무는 점점 많아지고 회의며 컨트렉터며 컨트롤 할게 많은데 미치겠습니다. 자꾸 주눅이 들고 도망가고 싶어요.

    • 스텔라풀옵션 24.***.155.175

      남일 같지 않습니다
      영어만 편하게 저절로 나오면 사실 미국회사 다니는거는 껌이죠 한국회사 경험해본 사람들한테는 말이죠
      미드나 시트콤 라디오 뉴스 시청같은 수동적인 방법은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실효성이 없고 결국 본인이 자꾸 말해야 되는거 같습니다

    • asdf 69.***.225.115

      하…완전 동감 합니다…

    • A 173.***.51.130

      다들 그러면서 삼니다.
      그걸 이겨내면 살아남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힘 내세요.

    • 지나다 69.***.26.2

      네. 다들 그러면서 삽니다. 기운 내세요.
      27세에 떠나와 미국산지 벌써 21년째입니다. 어학원, 학부, 대학원 거치면서 학부 마칠무렵엔 꾀나 영어에 겁이 없던 저였는데, 결혼하고 한국말 상대가 매일 곁에 있으니, 대학원 마칠무렵엔 지도교수님 말씀도 잘 이해가 안올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사에 파견나온 저로서는 전화 컨퍼런스가 대부분인데, 전화로 떠드는 소리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해서 동문 서답할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국말도 또렷하게 잘하는것도 아니라, 한국말 어휘가 딸려서 가족과 통화 할때도 엉뚱한 단어를 내뱉기도 합니다.
      그나마, 이곳에 올리신 글들을 보면 저만 그런게 아닌것 같아서 스스로 위안삼고 있습니다.

    • thfwlrgl 71.***.225.12

      휴… 심하게 공감하게 되네요ㅜ
      이눔의 영어….ㅠ

    • 남부 216.***.207.123

      남부 영어는 완전 골때립니다. 저희 회사는 큰 편인데도 제가 있는 지사에는 이 지역 출신들이 꽤 많습니다. 젊은 사람은 그런대로 말을 잘 해주는데 나이 많은 남부 출신은 진짜 못알아 듣습니다. 미국애들도 남부말 듣고 웃죠.

      얼굴 두껍게 견디셔야 됩니다. 공적인 회의에서 전체를 상대하는 시간만으로는 그들만의 언어를 습득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개인적인 관계를 친밀하게 해 보세요. 그러면서 그들이 원글을 태하는 마음 자세가 조금씩 변해야 되고 그러면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도 좀 평이해집니다.

    • DDE 76.***.135.19

      심리적압박에 시달리시는거 같습니다.
      자신을 성찰하면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있지요.
      노력하는 단계로 삼아보세요.
      여기사는한은 영어는 영원한 숙제지요.
      안하면 그만이지만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한국으로 갈꺼아니라면 죽자사자 덤비는수밖엔 없는것 같습니다.
      저도 누구에게 조언할 형편 아니지만 같은 답답한 맘에 몇자 올려봅니다.

    • 11 63.***.175.40

      딱 제 이야기 이네요…20대 말에 와서 미국온지 10여년…회사생활한지 8여년 되어가지만 영어는 힘드네요…회사초년생때는 그냥 하는일 열심히 하고 퍼퍼먼스 좋게해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커버할수 있었는데 경력이 쌓이니깐 열심히만 하는것 가지고는 힘드네요…
      윗분한분이 말씀했듯이 미국에 살면 영어는 영원한 숙제라는걸 아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듯 싶습니다.

    • 지나가다 24.***.191.198

      공감하시는 분이 많다는게 위안이 됩니다. 저는 미국생활 9년차의 30대로 여전히 회의때마다 영어/커뮤니케이션 스트레스로 경력값 나잇값 못한다는 우울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야 그럭저럭 버틴다고 하더라도 내가 미국에서 50세 쯤에는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멘토로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요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 any 144.***.224.2

      여러가지 상황이 공감은 갑니다.
      하지만 이게 진정 영어만의 문제일까요?
      1. 큰그림을 보는 (의외로 전체적인 흐름도를 파악하고 일하는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구요) 업무는 100퍼 이해 하셨나요?
      2. 개인의 성격은 어떤가요? 영어를 잘한다고 동료들과 잘 융화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동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성향인가요? 내얘기만 하는 이민자들이 많지요.
      3. 본인의 성향이 얼마나 공정한 사고를 하고 공정하게 행동하며 나이에 맞는 객관적인 사과를 하는가?
      위 세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번 해보는것은 어떤가요?

      한가지 질문을 더 추가한다면 “본인의 집중도 즉 산만 정도는 어떤지 (본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개선의 의미로 드리는 질문입니다 기분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꼭 질문해 보시고 지금이라도 개선 가능하다면 좀더 마음이 편안해 지지 않을까요?

    • 영어의몸 209.***.52.48

      저도 영어로 스트레스 받은지 어언 20년.

      처음 학교 갔을 때 정말 영어 때문에 처절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하여 발음도 좋고 다른 한국 유학생들에 비하면 듣고 말하고 읽고 글쓰기 모두 뛰어난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GRE 영어 점수도 참 잘 받았습니다. 대학원 때에는 처음 부터 잘하는 친구들도 조금 있었지만, 대부분의 토종 한국인들은 영어가 안습이었죠. 저는 하여튼 학교/학계에서는 영어가 심각한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페이퍼도 잘 쓰고 발표도 잘 했습니다.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영어 꽤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좌절. 말이 빠르고 진행도 빠르고, 듣는 이를 배려하며 차근차근 얘기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약자나 용어가 너무 많고, 표현 자체도 학교/학계에서는 쓰지 않는 것들을 많이 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원래 내가 알아서 찾아 먹는 것이 특기였지만, 완전히 망망대해에 혼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초기에는 5시반에 퇴근하면 바로 뻗었습니다. 너무 스트레스와 긴장이 심해서요. 서서히 알아듣게 되고 분위기도 익숙해졌습니다. 다른 동료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공감대도 형성되고. 조직과 프로젝트들도 파악하게 되고, 표현들도 익숙하게 됩니다.

      회사를 옮기고 새로운 팀에서 시작하면서는 훨씬 편안했습니다. 같이 배워나가는 입장에서는 내가 속도가 빨랐으니까요. 친한 동료들도 생겨서 농담도 하고 업무외 얘기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표도 신나게. 다른 리드들에 견줄만한 순발력은 내가 완전히 “on top of things”인 것에서는 비슷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걸 grasp하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되찾았습니다. 나의 캐릭터, 나의 관심사, 그리고 나만의 조크를 (50%는 대히트이고 나머지 50%는 극소수만 키득 거림) 거리낌 없이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정체불명의 “아마도 중국인?”이 아니라 확실하게 보이는 사람이 된거죠.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원래 모습을 이런 사회에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영어는 힘듭니다. 직급이 올라가고 더 큰 책임을 지면서 회사의 높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아집니다. 여기는 말이 또 다릅니다. 알아듣기 힘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지, 예전에 잘들리던게 요즘은 똑바로 안들립니다. 그 윗세계의 분위기를 배우고 파악할 때가 온 것입니다. 하여튼 “정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 8년 63.***.108.161

      미국 거주는 8년째지만, 영어는 아직도 제자리 또는 후퇴한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한국 티비는 전혀 안봅니다. 그렇다고, 미국 티비를 자주 보는 것도 아니구요.

      전화 회의가 거의 매일 있는 편인데..
      못알아듣는게 뻥 좀 보내면, 80% 는 됩니다.

      그래도, 나와 직접적 관련된게 20% 이고,
      그것만 이해하고, 내 앞가림만 겨우 겨우 + 눈치
      로 이 정도 영어로도 4년째 일하고 있네요.

      새로 온 보스(이민자)가 지난달에 평가서에
      영어 다녀야한다고 써놓았네요.

      지난 4년동안 다른 보스들 한테는 듣도 못한 소리를..
      오히려, 사양서 잘쓰고, 이멜 논리적으로 잘쓴다는
      칭찬만 여러명, 여러번 들었지만.

      새로 온 보스는 자기가 영어 개판으로 하는건
      인정 안하고, 자기가 못알아듣겠다.
      평가서, 영어 학원 다니라는 소리나 써놓구.
      그리고, 총점은 기대만족이라고 써놓고

      듣기도 잘 안되고
      말하기는 더욱 잘 안되고

      총체적 난국이네요.

    • 지나가다 160.***.18.72

      미국 거주는 거의 20년 가까이 됩니다. 학부, 석사, 박사.
      지금은 심지어 대학교 교수가 되었는데도, 영어는 영원한 숙제입니다.
      저도 남부에 있는데, 나이 많은 흑인분들 말은 간신히 10% 정도 알아듣네요.
      저는 강의도 합니다. 제 학생들 어떻게 알아먹는지, 잘들 따라오네요.
      항상 학생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