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한국 귀환 질문

  • #158117
    40중반 66.***.67.162 5537

    미국에 나와서 일한지 건 10년이 가까워옵니다. 작년에 한번 레이오프 당해보고 나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게 느껴지네요.

    얼마전에 S사로부터 임원급으로 올 생각이 있는지 제안을 받았습니다.
    전혀 생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안을 받아 당황했습니다만, 미국에서 가까스로 6자리 연봉을 방아 저금 못하고 살고 있으면서 거기에 잡시큐러티도 없는 상황에 마음이 혹하더군요.

    한국에서 부장까지 하다가 와서 10년동안 일반 연구원으로 젊은 친구들과 부딫치며, 노가다도 하면서… 한국에서 하던 업무에 비하면 질이 많이 낮은 일을 하면서도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맘편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연봉은 대충 20만불은 넘을 것같고 경력으로 볼 때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이 확대된다는 점등 S사의 제안은 꽤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업무의 질, 경제적 보장, 안정성면에서는 한국행이 옳은 결정같은데 단 하나… 그렇게 되면 가족은 미국에 놓고 기러기 생활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애가 중학생이라 나이가 어리고 아빠와 같이 사는 것과 따로 사는 것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행은 좋은 결정이 아닌 것 같고…

    결국은 안정된 경제력이냐 아니면 안정된 가정이냐의 문제인 듯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가장으로서 장기적인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네요.

    애가 대학갈 시점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결정이 좀 더 쉬웠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기회라는 것이 내 편의를 봐주는 것도 아니고 그 때는 나이때문에 제약도 따를 것같고요…

    혹시 비슷한 경험을 갖고 계시거나 좋은 충고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 Voice 98.***.6.45

      그리 나빠보이지 만은 않은 데요. 다음과 같은 대전제 조건하에서 말이죠.
      .엄마가 아이를 충분히 보호/컨트롤 할 수 있다
      .아빠가 장기간 가정을 비워도 가족간의 유대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제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옆 부서의 부장님이 님과 같은 케이스 였습니다. 아내는 미국에서 간호사셨고,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하나 중학교 하나, 둘 다 아들이었구요. 그 부장님이 아침에 항상 일찍 출근하시는 데, 출근 후 제일 먼저하는 것이 아이들과의 통화였습니다. 미국 시간으로는 저녁 3~4시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캘리포니아).

      그 부장님도 미국에서 자리잡으신 분을 한국으로 모시고 온 케이스였구요. 한 4년간 계시다가 미국으로 돌아가시더군요, 결국. 한국에서의 직장이 그리 철밥통은 아니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기도 하구요.

      굉장히 성실하신 분이었습니다. 술도 거의 안하시고, 다른 기러기 아빠들이 보이는 흐트러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회사 기숙사에 계시면서도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의 끼니까지 챙겨주셨으니까요. 아이들과 엄마도 잘 지내는 것 같더군요. (본의 아니게 통화를 옅듣게 되면) 항상 도서관에 같이 있는 것 같더군요. 지금 제가 생각하면 흔치 않은 케이스였네요.

      일 년에 두 번 거의 정해진 때에 그 부장님의 안주머니에 비행기 티켓이 보이면 ‘아 일주일 안으로 가족에게 가시는 구나’하고 알면 되었습니다.

      아이가 어린 저는 감히 생각못할 일이지만 위의 대전제만 충족된다면 저도 실행하겠습니다. 저의 여기서의 인격연마(!)가 얼마나 한국에서 견딜지도 테스트 할 겸 ㅎㅎ. 농담입니다.

    • 저도 68.***.230.156

      많은 분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겁니다. 저도 몇년후에 비슷한 결정을 할 때가 올거 같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우선 원글님의 신변문제..
      한국에서 일을 하다 오신거 같으니까 잘 아시겠지만 특히 윗선으로 올라가고 나이가 많을수록 한국도 이미 그리 안정성이 있다고는 말하지 못할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조직내애서 판이 다 짜져 있기 때문에 굴러온 돌이 정착하기 만만하게 보시면 안됩니다. 저도 요새 비슷한 일을 겪고 있고 예전에 다니던 회사와 일을 하는데도 세월이 흐른 만큼 쉽지가 않군요.

      자녀문제..
      이문제는 오히려 잘 된게 아닌가 합니다. 대기업의 임원이면 외국인 학교나 사립을 보낼 능력이 되실테고.. 애들은 고등학교 졸업후 본인이 원하면 미국으로 대학진학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국말과 정서도 배우고 본인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텐데요.

      전 업종이 대기업과 거리가 있는 업종이라 부러운 고민으로 들립니다.

      good luck

    • 40중반에 208.***.19.22

      삼성 임원 오퍼가 사실이면 대단한 분인 듯.

      그런데 한국에서 부장까지 하셨으면 거의 30대 후반은 되어야 할텐데, 거기에 미국에서 학위를 했다면 몇 년 더하고 미국 경력 10년이면 50은 족히 넘어야 하는데 40 중반이라니 와꾸가 안 맞는데요.

      삼성에서 40대 중반 임원 다는 분들, 물론 가끔 있지만 상당히 희귀한 케이스죠.

    • semicon 74.***.27.98

      저도 비슷한 선택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2년전 부장급으로 오퍼를 받았는데 미국에 남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아이교육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요. 지금 임원으로 오라하면, 솔직히 말해서 콜~ 입니다.

    • semicon 74.***.27.98

      미국 학위 없이도 미국 취업하는 예는 많이 있지요.
      분야에 따라서 미국 회사에서도 한국 엔지니어를 높이 평가하거든요.
      그리고 삼성에서 40대 중후반에 임원하는것 드물지 않게 봅니다.

    • 원글 66.***.67.162

      여러분들의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운이 좋아 20대후반에 박사를 마쳤읍니다. 사실 직장생활에서 동급에서 나이 어린것은 매우 큰 핸티캡입니다. 학위후 한국에서 근무하며 절실하게 느꼈죠.

      대학동기중 몇 명이 삼성 상무를 하고 있더군요. 둘다 졸업후 삼성입사해서 20년 넘게 근무한 친구들입니다. 초기에는 학위가 있으면 진급이 빨랐는데 나중에는 별 의미없는 것같습니다. 결국 ‘가락구’에서 만난는 거 아닌가요.

    • 시나브로 208.***.2.196

      저 하고 경력이 비슷해 보이시네요.

      저도 한국에서 부장하다가 미국와서 한 10년 회사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르는데가 없네요. 불러도 못갈 형편이지만.

      관건은 와이프가 잡이 어떠냐의 문제입니다.
      만약에 와이프가 잡이 좋으면 온 가족이 가기는 불편하지요.
      그러면 아들과 와이프는 여기 있고 본인만 가시고
      이 경우는 상당히 고민이 되지요.

      자식과 함께 살수 있는 약 6년간을 잃어 버리는 것이 됩니다. 이것은 돈으로도 살 수없는 무형의 가치이지요. 와이프와는 같이 지내지 못하는 것도 보너스로 잃어버리지요.

      만약에 와이프의 잡이 한국에서도 가능하거나 쉽게 이전이 가능하면
      한국을 온 가족이 같이 갑니다.
      한 3년간 자식을 외국인학교에 보내면서 한국에서 버는 돈으로 사용하면 같이 살 수가 있지요.

      그리고 미국식으로 고 2 가기전에 다시 와이프와 자식이 미국으로 와서 대학가는 준비하고 자식이 대학가면 와이프가 한국에 가서 같이 사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에서 고용의 유연성은 좋은 점과 나쁜점이 있으니
      잘 결정하시고,

      와이프의 잡이 유연성이 있다면 저는 한국간다로 결정하겠습니다.

    • Y 66.***.65.196

      임원 오퍼라… 부럽습니다.

    • 쒸에들 131.***.0.103

      왕의 귀환이군요. 10자 제한.

    • 공대 65.***.250.245

      아마도 미국에서 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으실 텐데요. 아이교육문제/ 불확실한 미래/ 건강/ 기타등등.. 그때와 비교하여 다시 생각해보시는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신다면 길게 보실수는 없으실것 같습니다. 이사직급이면 길어야 5년정도 아닐까요? 물론 케이스에 따라 다르지만요. 이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시게 되면 어떻게 하실지? 이런경우에 대해 궁금하네요. 미국에 오래 살지 않았지만 미국에 남게 된 이유들을 가끔 잊어버리고 한국으로 귀환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씩 해보곤 합니다.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도 계속 받고 있는 상태이구요.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좋은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결정하던 젊은 시절은 아니신것 같습니다.

    • 안정성 66.***.113.229

      한국 가시는 게 안정성이 더 있다고 보시는 것은 무리인 듯 합니다. 아무리 레이오프를 경험하셨다고 해도…

      임원 오퍼가 좋기는 하지만 몇 년 후 어떻게 풀릴지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려놓고 계셔야 합니다.

      전무/부사장으로 계속 올라가는 그림만 그려놓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님과 같은 경우들이 주변에 왕왕 있는데, 처음에는 좋아하다가 가서 직접 생활을 해보니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결국 회사에서 정착 못 하게 되면 계약기간 마치고 돌아옵니다. 돌아와서 일의 연속성이 떨어지니 미국회사에서 자리잡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나쁜 선택이라는 뜻은 아니나 너무 막연히 분홍빛 그림만 그리셔서는 안 됩니다.

      상무 마치고 나와서 어떻게 풀리실지에 대해서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훨씬 더 현실적입니다. 올라가는 그림 그리기보다… (님의 능력을 폄하하는 게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폄하할 근거도 없지 않습니까… 원글만 봐서는…)

    • 질문 66.***.113.229

      20대 후반에 학위를 하셨으면 그 때 과장 초년차셨을텐데 30대 중반 (40대 중반에서 10년 전)에 부장에 오르실 수 있었던 비결이 뭔지요?

      삼성전자는 아닌 것 같은데… 삼전은 아시다시피 부장 따는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주로 40대 초반… 빠른 경우 30대 후반…

      그냥 37~38을 중반으로 치신 건가요…

    • 임원 165.***.40.253

      현재는 미국에서 잡을 구하신건가요?
      레이오프를 당한 사람을 임원으로 데려올만큼 호락한(?) 한국 회사가 많지는 않을텐테요…게다가 20만불 연봉은 파격적으로 들리네요.
      그리고 아무리 쓸데가 많다지만 6자리 연봉을 받아 저금을 못했다는게 이해가 좀 안되네요. (그래도 보통 조금은 저축을 하지요.)

    • 원글 67.***.170.47

      여러분들의 관심 감사드리고 진심으로 말씀해주신 분들의 마음이 보이는 듯합니다.

      회사생활도 적지않게(?) 해봐서 낙하산이 어떤 것인지 한국에서 임원이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대충압니다. 또 현재는 다시 자리를 잡아 일을 하고 있지만 레이오프의 후유증이 꽤 오래가네요.

      어떻게 보면 악마의 유혹이라고 느껴지네요. 예전에 40대가 되면 멋있는 중년이 될 줄 알았는데 40대중반이 눈깜짝할 사이에 오고 또 30대와 40대의 소비생활은 또 다르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현재같은 월급장이의 한계도 느끼고 현실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이 나이에 살아가는 엔지니어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시기에 제안을 받다보니 쓸데없이 마음이 흔들린 것같군요.

      하지만 아무래도 애 발톱깎아 주면서 보내는 즐기는 평범한 하루를 포기할 수 없을 것같네요. 아직은 젊은니까… 좀 마음은 싱숭생숭하지만 몇 일 지나면 또 잊혀지겠죠.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여러분들이 계신 것같은데 모두 다 힘내시고 낼모레 새해입니다. 모두 건승하시고 원하시는 일들 이루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격려, 조언 감사드립니다.

    • 저도.. 204.***.143.114

      와.. 원글 쓰신분, 저랑 너무 상황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한국에서 최근 대기업 임원 제의를 받았습니다. 제가 40살이니까, 상당히 빠른 셈이겠죠. 미국에서도 대략 20만불 정도 받고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정도의 연봉이 보장되고,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하얀 친구들에게 치여서 살다가 대기업 상무라고 하니 대략 1주일간 마음이 참 많이 흔들렸었습니다. 그러나…
      1. 자녀 교육문제
      2. 직장에서의 일하는 방식의 차이
      3. 40대 중반 부장들 제어

      등을 생각하니 … 도저히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네요.

    • 임원희망자 115.***.140.173

      와우, 삼전같은 대기업 40 초반/중반에 임원 오퍼받으신 분이 왜 이렇게 많으신지? 제가 듣기로는 옛날하고 틀려 대부분 삼전이 하는 영역에 대해 비교우위가
      있는 직장을 가지신 한국분이 미국회사의 중요 Post를 가지고 있는 걸 들어 본적
      이 없는데…

      모두들 대단하십니다. 제 주위에 있는 분들은 40중반에 삼전에서 받아만 주면
      가겠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이던데…….

    • 꿀꿀 98.***.67.30

      저같으면 가겠는데요,,그정도 대우면 애들과 가족은 미국에 남아있을수도 있고,, 윗분 말씀 중 멋있는 중년,,그런건 한국 대기업 임원이 더 어울리는거 같아요,,

    • 순진남 74.***.77.235

      나이와 상관없이 순진하신 분들이 많아 보입니다…

    • 거참.. 59.***.137.238

      스카우팅되서 부사장 까지 오른 사람도

      스스로 떠나야 되는 조건에서 일하실수 있을지 그게 고민이 먼저일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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