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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금액이 사용되는 디자인빌드프로젝트의 설계도면을 리뷰하는게 요즈음 저의 주요 일거리입니다. 디자인빌드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시간은 프로젝트 성공여부의 핵심입니다. 말그대로 설계하면서 (디자인) 컨스트럭션 (빌드)하는 프로젝트이니까요. 일반적인 프로젝트들의 생산공정은 컨스럭션 애프터 디자인입니다. 설계를 우선 제대로 하고서 완벽하게 계획이 섰다 싶었을때 시공에 들어가는게 상식적인 생각이겠지만, 돈을 우선으로 하는 금융자본주의에서는 디자인-빌드가 선호됩니다. 경험있는 엔지니어들이 제대로만 디자인-빌드를 수행한다면, 시간도 줄이고 품질좋은 프로젝트를 완성할테니까요.
하지만, 디자인-빌드라도 늘 핵심적인 부분의 설계도면들은 체크하고 또 체크해도 모자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는 부분입니다). 이 핵심적 부분들이 제대로 빌드되지 못한다면 최종제품의 작동은 제대로 되지 않을것이고, 설사 초기사용시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몇개월후나 몇년후에 제품생산보다 더 비쌀수 있는 엄청난 수리비용이나 유지관리비용을 초래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에 길들여진 머니가이들의 매니징 그룹과 이들에게 빌붙어 가짜엔지니어 행세하는 매니징레벨의 프로젝트 엔지니어들에겐 프로젝트 납품이후의 일들은 더이상 관심사항이 아닙니다. 기업의 주식을 소유했을땐 해당기업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주식을 팔아버린 이후엔 해당기업이 파산하건 말건 관심이 없어지는 주주 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의 다른이름)의 사고방식은 엔지니어링 작동과정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온지 이미 오래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이야기 했듯이 진짜로 경험많은 엔지니어들은 제아무리 급박한 디자인-빌드 프로젝트라도 이와같은 핵심적 부분에 대한 설계공정에선 신중해집니다. 문제는 경험많은척을 잘하는 엔지니어들입니다. 저는 이런분들을 정치적 엔지니어로 부릅니다. 이분들이 대부분 매니징그룹과 엔지니어그룹간의 미들맨 역할을 하곤 합니다.
이런 미들맨 분들중에 미들맨이 되기전엔 그래도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에 목숨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면, 디자인-빌드 핵심부분 설계검토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쥬니어 엔지니어때 부터, 아예 자신은 앞으로 돈만 다루는 매니징트랙으로 갈 생각을 해왔던 미들맨들은 핵심부분설계의 공정을 망치는 주요멤버들이라는 생각이 저는 갈 수록 들고 있습니다.
두달 전부터 다루게된 프로젝트하나가 바로 이와같은 미들맨 (가짜 엔지니어)의 농간에 짜증이 잦아지는 프로젝트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핵심부분을 세밀하게 리뷰하고 리포트를 제출할때마다, 이 가짜엔지니어는 사실상 제대로 들여다 보지도 않고, 머니가이들이 대부분인 탑매니징 그룹들의 시간과 돈타령에 최적화된 시각으로 제 리포팅을 탑매니지먼트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느낌이 들기시작하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하여 저 또한 저의 몸사리기에 들어갑니다. 몇년후 예상되는 모든 법적이슈에 대하여 제자신이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만 하고 (주로 다큐멘팅이지만) 디자인-빌드형식인 해당프로젝트의 품질이나 성능보다는 어떻게 하면 제 역할을 하루빨리 끝내고 발을 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이런일들 거의 열에 여덟은 몇년후에 법정시비에 걸린다는 경험이 많아서 입니다.
비싼 프로젝트인데 돈만 챙기려는 생산자 (머니가이 매니징그룹과 이들과 유착된 가짜엔지니어들인 미들맨들)가 만들어낸 최종프로젝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니까요.
1989년에 망한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는 자본주의 사회 특유의 장점인 개인적 욕망을 허용치 않아서 망했다는게 정설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건재하다고 생각하는 자본주의체제 (특히나 금융자본주의 체제)는 혹여 지나치게 개인적 욕망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바람에 심각한 장애를 가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요즈음 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오작동들이 엄청난 금액이 사용되는 대형프로젝트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시스템이라면 치명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