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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일부터 일을 찾았으니까 이제 거의 3개월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런 실직 이후에 감정적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새로운 잡 찾기에 집중해 매달렸습니다. 실직되던 날 이 사이트에서 자기 일처럼 위로해 주신 분들 덕에 힘을 내었다고 봅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첫 직장에서 짤리고 나중에 더 좋은 직장 얻었다고 결국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말을 제게 했던 기억이 났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버텼습니다. 더 좋은 직장을 얻었는지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봉이나 직종이나 위치나 만족스러운 점이 많아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때 제가 가졌던 희망처럼 저도 실직해서 힘들어 할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어서 잠깐 제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실직은 갑작스러웠습니다. 첫 해에 평가를 잘 받았기에 두번째해에 낮은 평가가 나온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일하던 동료들이 떠나는 등 컨트롤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걸 매니저도 알기에 제 가능성을 보고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평가 후에 3개월간 퍼포먼스를 올려보자고 스케쥴을 줬을 때도 그게 통상적인 수순이라는 건 전혀 눈치 못챘습니다. 스케쥴에 나온대로 다 맞춰서 끝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진행할거라 생각 못했습니다.
이게 미국 직장 사회구나. 말로만 듣던 냉정한 사회인 것을 깨닫고 저 역시 그에 맞서 냉정해지기로 했습니다. 너무 황당하니까 오히려 처음엔 괴로움이 찾아들 틈도 없었습니다. 냉정하게 내 살 길을 찾아가자고 독려하고 보니, 2개월 패키지를 준 것도 고마웠습니다. 집으로 와서 곧바로 중요한 회사 자료들을 다운 받았습니다. 그때까진 아직 이메일 접속이 가능했었습니다. 그것들이 그나마 상당히 요긴했구요, 더 많은 자료들을 챙기지 못한 건 아쉬웠습니다. 혹시라도 해고 당하시는 분들은 정신차리기 어렵겠지만 본인 자료 챙기시기 바랍니다. 이제 저는 앞으로의 직장생활에서 회사 자료를 개인 Google Drive에 주기적으로 정리해 넣으려고 합니다.
차마 집에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내와는 어느 것이든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로 인해서 다른 가족들, 이웃들의 걱정을 아내와 아이들이 계속 받게 하는 게 싫었습니다. 제가 처한 주변 한국 사회의 정서상 저는 나누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봅니다. 가족들에게는 다른 이유를 말했습니다. 이번 여름에 아무래도 직장을 옮겨야겠다, 이곳에만 있어서는 연봉을 별로 올리지 못하니 열심히 찾아봐서 여름에는 꼭 옮긴다는 계획을 아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전에도 실제로 그런 계획을 말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이유였습니다.
회사 다닐때 보다 오히려 더 빡빡한 스케쥴을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나중엔 잡써치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단순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매일의 일정을 가능한 빡빡하게 관리했습니다. 그동안 마음만 먹고 못했던 운동 시간도 넣었습니다. 3개월간 주4-5번 정도는 꼬박꼬박 운동을 했습니다. 나중에 온사이트 인터뷰 갈 때에 몸과 마음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다짐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양말과 속옷, 운동용 셔츠도 사고 정말 단단히 준비하고 gym에 갔습니다. 마음 나약해 질 때에는 짐에서 땀 흘리면서 이겨냈습니다. 나에게 고쳐야 할 문제점들이 있었음을 상기하는 것도 유익했습니다. 진짜 이번에야 말로 고쳐야 할 습관들을 철저히 고쳐보자 다짐했습니다. 주변 3-4개 정도의 도서관을 고정적으로 돌았습니다. 한곳에만 머무르면 지겨워질 것 같아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평소보다 약간 일찍 집에 갔고요 집에 갑작스럽게 어려운 일 생길 때에 제가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LinkedIn Premium 이용했습니다. Indeed, Careerbuilder도 이용했구요. 이런 곳들에서 적절한 검색어로 매일 매일 새로운 잡 포지션 정보를 받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지역들(10여개 주)의 정보에만 관심을 두었습니다. 관심있는 포스팅이 나오면 우선 glassdoor에서 회사 평가 및 규모 참고하고, 지원은 회사 사이트에서 직접했습니다. 먼저 회사 사이트에 가서 여전히 유효한 포스팅인가 확인하는게 필요했습니다. 아주 오래된 것이거나 이미 없어진 포스팅이 돌아다니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처음엔 직접 사람을 뽑지 않는 아주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나, 이런 곳은 정 갈 데 없으면 가야지 하는 곳에도 막 뿌렸는데, 리쿠르터들은 좋아라 관심을 보였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곳에서도 하이어링 매니저들은 저를 무조건 뽑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원자와 회사 모두 양쪽의 관심사를 잘 맞춰가는 적절한 시장의 균형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니, 본인 경력과 딱 맞아 보이는 포지션을 세밀하게 골라서 조금 좋아 보이는 곳에 열심히 넣으면 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괜히 조급한 마음에 갈 마음도 없는 곳에는 넣을 필요 없다고 봅니다.
첫 1개월간 70-80군데, 2개월째는 30-40군데, 마지막엔 10-20곳쯤 넣었습니다. 약10-15회 1차 전화 인터뷰했고 최종 온사이트 2곳 (한곳은 온사이트 여부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미국 박사학위에 영주권도 있고, 한국에서 8년 미국에서 contract 2년, regular 2년 경력있어서 많이 연락을 받을걸로 생각했습니다. 학교도 경력도 비교적 다 좋았고 신분도 문제없었죠. 영어가 부족했을 수도 있고 처음엔 황당한 질문들에 매끄러운 대답을 못해서였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역시 실직 상태의 구직이 핸디캡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처음에는 이걸 말할까 말까 했지만, 당당하게 맞서기로 했습니다. 가릴 수록 자신감을 잃게 되고 이게 문제가 되면 일찍 풀어야 하는게 맞기 때문입니다. 또한 통상적인 실직은 결정적인 흠이 되지는 않는다 하여 그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레쥬메에 마지막 일한 날 적고, 물어보면 현재 다니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알려줬습니다. 여기 사이트에서 사실대로 말하라고 해서 용기낼 수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더 연락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도 생각되지만 어쩔 수 없었고 그 정도는 감수하는 게 맞습니다. 나중에 잘못되어 취소되는 것 보다 백번 나은거고 그 외 더 중요한 경력들이 있으니 그걸로 경쟁하면 됩니다.
일했던 경험을 편안하게 설명할 수 있게 연습했습니다. 사람을 매니지했던 일이 있다면 그것도 좋게 보네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무엇을 배웠는가, 이 회사에 대해서 무엇 아는가 단골 질문입니다. 온사이트에서 내가 하는 질문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온사이트에서는 사람 됨됨이 살펴보려는 게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니, 내 대답뿐아니라 질문이 무척 중요해집니다. 내가 진짜 여기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에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효과적일까 어떤 정보들이 필요할지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예를 들어, 고위직 임원에게는 당신이 생각하는 우리부서(사업부) 관련 최고의 당면 과제가 어떤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이런 것 질문했을 때에 좋아했고 진지하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눈 마주치는 것 신경썼는데도 잘 안되더군요. 인터뷰 다녀온 후, 명함 받은 사람들에게 짤막하게 시간 내주어 고맙다, 좋은 말 해 주어 고맙다는 메일 보냈고, 꼭 함께 일하고 싶다는 것도 추가했습니다. 명함이 없는데 중요한 사람이라면, LinkedIn Premium의 이메일 기능을 활용해 보냈습니다. 요즘은 다 LinkedIn에 나오더군요.
HR과의 인터뷰는 편하면서도 긴장됩니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상대를 편하게 하는 걸 잘 하더군요. 기품(?)을 유지하면서 밝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습니다. 희망하는 샐러리는 살짝 위쪽으로 말하시길 바랍니다. 처음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너무 높게 말하면 그쪽에서 태클 들어올 때가 있는데 이때에 아하 이 정도가 상한선이구나 하는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HR이 말하는 너무 높다는 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그대로 유지하세요. 샐러리 딜은 어차피 기회가 또 있습니다. 오히려 그쪽이 좋아하는 범위 안에 쏙 집어 넣어 말하면 그 포지션에 책정된 예산 범위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살짝 높은 볼을 던지는 게 좋다고 봅니다. 언제나 나의 조급한 상황에 위축되지 않게만 조심하기 바랍니다.
실직 상태에서 구직하시는 분들은 분명히 하나 불리합니다. 자신감도 약해졌구요. 자꾸 그 부분에 대한 질문에 신경이 쓰일겁니다. 당당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신경쓰지 않을거라 믿으시면 됩니다. 지금 일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회사는 좋은 회사였고 동료들도 좋았는데 비지니스 실적이 몇 년째 제자리라서 리스트럭쳐링을 계획한 것 같습니다. 이런 짤막한 답에 대부분 아주 흔한 일이지 하면서 넘어갑니다. 딱 한군데 회사가 네 퍼포먼스가 어땠느냐 퍼포먼스대로 짤른 거 아니냐 했고 저는 퍼포먼스가 최하는 아니었으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팀내 최소 경력자라서 그 대상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이유는 모른다,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사실 중에서 해롭지 않은 부분만을 말했을 뿐입니다.
A사와의 온사이트 인터뷰를 준비하던 호텔에서 B사 하이어링 매니저와 전화 인터뷰 했고, A사 온사이트 인터뷰 끝내고 나오면서 B사 온사이트 초대 받았습니다. 잘되어가던 다른 곳은 갑자기 회사 방침상 포지션이 홀드되어 프로세스가 중단되었고 다른 상황들도 많습니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seeding(apply)하는데에 매진했습니다. 오늘 운전 중에 B사 하이어링 매니저와 HR이 함께 전화를 해왔습니다. 물론 결과를 기다리고는 있었지만 사전에 연락 없이 갑작스런 전화였었고 배터리가 거의 없던 상황이라 무척 떨렸습니다. 제가 요구했던 내용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구두 오퍼를 주었습니다. 내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오퍼 레터를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A나 C로 갈지 B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렵니다.
주 정부에서 주는 실직수당도 고마웠습니다.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없는거 보다 훨씬 낫습니다. 1.5년 이상 근무자에게 자격이 있었고 주에서 관리하는 구직 사이트를 매주 로그인해서 사용해야만 자격이 유지되는데 처음에 깜빡 잊어서 2-3주간 못 받기도 했습니다. 실직급여를 주겠다고 할때나, 자격이 정지되었다고 할때나 꼭 2-3통의 똑같은 편지를 집으로 보내어 사람을 놀라게도 했습니다. 너무 친절해서 탈입니다. 실직하고 구직의 과정에 계신 모든 분들께 이전보다 더 좋은 결과들이 기다리기를 바랍니다. 사이트에 질문 올릴때마다 답글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도 마음 답답할 때에 자주 왔는데, 그래서 저는 이 사이트가 회원제가 아닌 익명 게시판으로 계속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게시판 덕분에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