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같이 일해도 제자리걸음.

  • #169845
    소나무 37.***.147.99 4078
    저는 디자이너이고 경력이 꽤 되지만 거의 시니어로써 일을 해왔지 팀을 이끌어봤거나 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그래도 언젠간 기회가 오겠지, 아직 경험해야할것들이 더 많이있다고 믿었기에 평등한 보스라면 언젠간 나를 봐주겠지 라고 생각했어요.  
    영어능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포트폴리오만으로 유럽에 유명한 회사에 입사하고, 바쁜시기에 와서 작업을 쳐내고 적응하고 정신없이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마감되고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시점에 다달랐습니다. 요즘 평가기간인데 정말 내세울것이 소처럼 일해서 스케쥴 잘 지켰고 좋은 작업물을 냈다. 사실 작업자로써 이보다 중요한건 없는데도, 커뮤니케이션이 딸려서인지 자신감이 없더라구요. 작업만 죽어라 쳐내는 로봇트보다는 어쩌면 타파트와 협동하며 좋은 알앤디 결과를 창출하는것이 더 회사에서 높게 쳐주는 항목이잖아요.? 매니저도 그렇게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제가 입사하자마자 시도한 알앤디는 실패했습니다. 남들이 안하는걸 떠맡게된데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 그리고 타파트에 지원이 없었고 시간도 여유롭지 않았기에. 쓴 경험이었지만 좋은 시도였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더 기술력이 발달하면 분명 제가 시도한 것이 쓰일날이 오겠지만 현시점에선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중단되었습니다. 괴롭고..마음이 아팠습니다. 잘하고 싶었는데 왜 타파트에서 요청을 하면 하겠다라고 말은하면서 계속 기다리게하거나, 이리저리 내빼기에 바쁜건지. 그래서 제가 스스로 해결할수있는건 없나 싶어 그에 관한 공부를 했는데, 매니저가 나의 영역을 넘어선 일은 하면 안된다 했습니다. 
    전 생각했습니다. 상황도 판단 못하고 사람도 이해못하고 의욕만 앞서서 그냥 나댔구나…; 그에 비해 오랫동안 다녔던 팀원은 타파트와 유기적으로 잘 일하더라구요. 
    저는 시니어지만 독립적으로 일한 경향이 있어서 협력에 문제가 발생하더라구요. 비단 저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고 몇몇 아트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 다소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깨고 싶고 극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알앤디 할 기회가 온다면 계속 도전할겁니다. 그리고 매니저도 기회는 주겠지만 스트레스는 잘 감당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영어, 초반에는 왠만해선 다들 친절한데, 영어가 어눌하거나 좀 만만해보인다 싶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슬 나쁜본색이 나오더라구요. 
    처음엔 알짤없이 당했고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같이 화냅니다. 근데 아무말않고 있는것보단. 화를 내며 표현하는것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절 이해하게 하는 수단도 되더라구요. 
    말빨은 유창하지 않아도 할말은 하다보니 대립도 더러 있었고 고립된적도 있고, 그러다 친해지기도 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거 같네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팀구조가 대대적으로 바뀔수 있다는 매니저의 언급이 있었는데, 저와 또다른 한국인 동료는 원래부터 시니어였는데, 어떤 동료는 시니어에서 principal senior, 어떤 레귤러는 시니어가 되는데 심지어 저희보다 위에 있는듯한 느낌으로 매니저가 설명하더라구요. 
    일은 나와 다른 한국인 동료는 죽어라 새벽밤새면서까지 했는데, 승진은 다른 사람 위주로 하니까 철저히 우리의 노력이 배제된듯한 이 느낌은 뭔가 억울하더군요. 이건 아닌거 같다. 라고 반론하자 매니저가 능수능란하게 엄청 빙 돌려서 제가 저 사람 밑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아니라고 설득 시키더라구요. 제 자존심 챙겨주려는 매니저의 성의는 고맙지만, 그냥 이 상황이 답답합니다. 열심히해도 제자리걸음 같습니다.
    분명 이회사를 3년 혹은 5년정도 다니다보면 내 힘도 생기고 편도 생기고, 업무파악 및 상황전개를 이해하면서 리드를 할 기회가 올수도 있지만, 정녕 이것이 올바른 답일까요?
    왜 이 사이트에 오는 외국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푸념은 그냥 월급받고 적당히 일해주는것으로 결론이 나게 됐을까요.?
    왜 어떤사람은 빨리 승진하고 어떤 사람은 만년과장인걸까. 
    외국회사에서 리드역활을 하거나 그럴 준비를 하는 분들에게 여러가지 인생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 개미 208.***.46.69

      혹시 여자분이신가요?(절대 오해하지 말고 들으시길…)

      다들 아시다시피 회사(사회)에서는 일만 똑부러지게 한다고 남들보다 승진빨리 하는게 아니죠. 한국 기업에서도 입사할 때 토익점수, 학력은 다 들어가기 위한 한 과정일 뿐, 살아남기위해서는 상사 이사한다 그러면 팔 걷어부치고 돕는 사람이 점수를 더 얻게 되죠.

      대학 다닐 때 교수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자기 밑에 대학원 생에게 줄 장학금(또는 좋은 기회)가 딱 한자리 생겼는데 누굴 추천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답니다. 왜냐하면 한 학생은 에어콘 고장나서 덥다고 투덜대는 애였고, 다른 한명은 불평대지않고, 신발 벗고 올라가서 먹는 식당가면 나올 때 항상 먼저 나와 신발장에서 교수님 신발 빼서 입구에 신을 수 있게 가지런히 놔두더랍니다.

      인생살이가 다 그런거 같습니다. 미국에 이런 말이 있죠 “내 등 긁어주면 나도 니 등 긁어줄게”
      서로 돕고 의사소통을 잘하고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이 롱런하는 거죠.

      저도 아직 영어가 많이 부족하지만 날마다 동료들이랑 말할 기회가 생기면 최대한 상대방 관심사에 맞는 얘기를 이어나갈려고 노력합니다.

      다들 살기 팍팍하지만, 우리 다들 조금씩 더 힘내자구요. 아자~!

      • 소나무 37.***.147.99

        여자 맞습니다,
        제 글 어디에서 그런 느낌이 나오는지 궁금하네요. 조금 유약한 느낌인가요?
        인간관계 및 처세에 대한 자기개발서가 집에 수두룩 한데도 참 실행은 어려운거 같아요.
        가끔은 여자라서 인간적인 상냥함이 의도치 않게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듯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친절보단, 업무의 성실도, 말 잘듣기, 등등으로 저를 어필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매니저와 농담코드가 잘맞아서 사이는 좋습니다.
        그럼 … 결국 제 실력 탓일지도요. ㅠㅠㅠ

      • 황당해서 24.***.1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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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다닐 때 교수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자기 밑에 대학원 생에게 줄 장학금(또는 좋은 기회)가 딱 한자리 생겼는데 누굴 추천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답니다. 왜냐하면 한 학생은 에어콘 고장나서 덥다고 투덜대는 애였고, 다른 한명은 불평대지않고, 신발 벗고 올라가서 먹는 식당가면 나올 때 항상 먼저 나와 신발장에서 교수님 신발 빼서 입구에 신을 수 있게 가지런히 놔두더랍니다.



        ㅆㅂ 뭐 이런 X 같은 일이 다 있냐.. 고민할 필요가 없다니… 알아서 기어라.. 이말인가?
        교수 신발을 빼서 입구에 놔두는거랑 장학금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교수가 신이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이래서 한국 대학, 한국 직장 안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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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41.***.217.61

      푸대접을 하면 답은 이직입니다. 내 생각엔 내가 20만불어치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15만불만 주면 제값쳐주는곳에 내 서비스를 제공하는거죠.(일의 댓가의 하나인 돈을 한 예를 들어 설명한겁니다.) 전 그냥 이렇게 생각 합니다.

      • 개미 208.***.46.69

        저도 이 말에 동감합니다. 저두 악덥업주 밑에서 일했었는데 다른 데 오퍼 받자마자 2주 노티스 안주고 그 날 바로 때려쳤습니다. 슬슬 다른 데 알아보시는 것도 좋은 생각일 듯 싶습니다.^^

        • 소나무 37.***.147.99

          이직이 가장 편한 도피처겠죠. 하지만 기존 회사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다른 회사에서도 똑같이 겪게되더라구요. 이젠 저의 문제점에 다가서고 싶어요. 똑똑한 직원들은 알아서 요령껏 잘 헤쳐나가지만, 저같이 멍청하고 열심히 밖에 모르는 사람은 세상 쓴맛 다 맛봐가며 사는거겠죠. 아,, 울고싶다.

          • ^^ 141.***.217.61

            전 이직이 도피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A, B와 C가 나의 물건(나의 스킬과 경력)을 사겠다는데 가장 조건좋은곳에 나의 물건을 넘기는게 왜 도피인가요? 만약 또 똑같은 어려움을 겪으면 원글님이 buyer를 고르는 능력이 부족하신거죠. 내가 principal senior의 능력이 되는데 회사에서 안시켜주면 다른회사에 principal senior로 들어가면 된다는 소립니다. 만약 아무도 principal senior를 안시켜주면 나는 아직 능력이 안된다는 소리겠지요. 이때는 나의 물건을 더 좋게 발전 시키는것 만이 답이 아닐까요?

    • 토토로 108.***.45.205

      제가 보기에는 님은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 더 잘하실것 같습니다
      조금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영향력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차차 님을 돕는 사람도 생길거에요. 어딜가든 님을 돕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싸움을 할때는 누가 님하고 같은 편인지, 누가 적인지 일단 파악하고 그다움에 싸워야 합니다.
      제일 좋은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거에요. 너무 감정적으로 화내고 싸우다보면 님만 손해에요.
      두번째 좋은건 싸워서 이기는거에요. 정말 싸워야할때면 싸워야 되는데요, 일단 싸움이 나면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이길 자신 없으면 일단 참으시고, 힘을 키우세요.

      • 소나무 37.***.147.99

        정말 가슴에 와닿게 응원해주시네요. ^^
        그대로 잘하고 있는거라고 듣고 싶었던거 같습니다.
        한 예로 제가 팀에 한 안건을 제안한적이 있는데, 그때 너무 와닿게 누가 반대를 하고 누가 무관심하고, 누가 도우려 했는지 잘 알 수 있는 외로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우려 한 사람은 매니저였지만. (혼자 싸우는 제가 안타까워 보였을지도) 친하다고 믿었던 동료마저 불난집 구경하듯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했어요.
        싸우지 않고 이기기엔 아직 저의 내공이 많이 부족한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면의 덕을 많이 쌓고 싶네요…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 토토로 108.***.45.205

          일단 매니저와 좋은 관계라니, 다행입니다.
          시작한지 1년밖에 안되었고, 직급도 높지 않으니, 님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프로젝트 초반에는 대부분 그냥 구경만 할거에요. 몇명은 사사껀껀 참견하고
          방해하고 그럴겁니다. 그럴때마나 일일히 다 설명해주고, 설득하면서 진행해야
          할텐데, 말발이 안되니 답답하실거에요.
          그런데 그런 상황은 아마 다른 곳에 가셔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아무리 해도 이용만 당한다고 억울해하시는건 1년만에 할 소리가 아니에요.
          지금처럼 열심히 하시면서, 실적을 차곡차곡 쌓아가시면 신뢰도 쌓이고 영향력도
          생기게 될거에요. 한 3년동안 계속 제자리라면, 그때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더 좋은 곳에 인터뷰하면서 님이 그동안 했던 프로젝트 상황을 쭉 설명하면 그쪽에서 님이 정말 대단한 일을 많이 했구나 하는 인상을 줄수 있다면, 지금 겪고 있는
          시간이 낭비는 아닐거에요.

    • 그나마 152.***.224.4

      그나마 미국이라 그 정도 같네요. 아마 한국이면 완전 까이실듯해요. 조직이 아니면 이직이 정답이고요. 근데 다른 조직가도 비슷할 거 같네요. 그게 문제겠어요. 이거 미국 회사 문제가 아니라 님이 문제에요.

      • 소나무 37.***.147.99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문제가 있었던거 같아요. 경력이 적고 배우려는 자세가 있을때가 훨씬 동료들이 많았던거 같습니다. 경력이 붙으면서 제가 탑이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생긴것 같은데.. 그게 문제인거같아요.

      • 머슴 99.***.2.142

        한국은 머슴처럼 일해도, 소처럼 일해도 동네 개취급 받습니다. 복날엔 바로 잡아 먹습니다. 한국과 비교해서 사시면 충분히 감사하며 살수 있습니다.

    • none 173.***.124.175

      저도 같은 느낌입니다.
      입사 동기들 먼저 다 승진할 때 직급 대신 연봉 인상을 받아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엔 저보다 늦게 입사한 친구가 승진을 하더군요.
      그날은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연봉 인상 얘기를 넌즈시 꺼냈지만 소식이 없고…

      게다가 그 추월한 친구는 단지 시기적 우연일 수 있지만
      제가 분석한 결과를 갖고 제가 휴가 간 사이 제 보고서를 다듬어서 제출하고
      제가 휴가에서 돌아온 조금 뒤 승진을 했습니다.
      제 공을 가로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회사내에서 이런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고
      사장부터해서 회사사람 모두가 다 알고 있기에…

      영주권 받은지도 이제 조금만 지나면 1년이 되어가겠다
      전 요즘 레주메 업데이트하고 여기 저기 잡 포스팅 살펴보면서 이직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지금 회사가 참 편하고 좋아서 조금 망설여집니다.

    • Smith 72.***.241.138

      예전에 유사한 경험이 있었고, 그 상대와 싸웠고, 패배해서 회사를 나가게 되었죠.
      그리고, 저를 패배시킨 그사람은 지금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본래 업무능력이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정치력으로 버티다가, 경기가 워낙 안좋으니까, 결국 그렇게 되더군요.

      전 그 회사를 나간이후 바로 새직장을 잡아 일하고 있는데, 예전보다는 연봉이 적지만, 여전히 일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언어적 장벽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민 1세대로서, 직장내 정치적 권력투쟁에서는 거의 99% 밀리게 될 확률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싸워볼만 하다고 이제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패배했을때 치러야 하는 댓가가 저에겐 크더군요.

      저는 그래서 삶의 즐거움은 다른쪽에서 찾아보고 있으며, 어느정도 발견하여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자체에 대한 즐거움입니다. 일의 완성도에 대한 예민한 강박증과 그것이 어느정도 이루어졌을때 느껴지는 성취감 같은거 말입니다. 영어로는 Craftsmanship이라고도 한답니다.

      내가 열심히 이루어낸 일의 성과를 나의 보스이건, 동료경쟁자이건 그들이 설사 크레딧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남의 것을 빼앗아 왔다는 승리감을 느낄 수 있어도, 일자체를 이루어낸 성취감은 결코 느끼지 못하다 은퇴하겠지요), 일은 수행하면서 내자신 속에 깊숙히 들어가 고민하고, 시도하고, 완성해내 그 프로세스 순간순간의 미묘한 긴장감과 느낌들이 이제는 제 삶의 중요한 즐거움들이 되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Justice라는게 판타지에 불과했던 결론이 느껴지는 연륜이 되신다면, 일자체의 즐거움에 몰입해 보시는것도 괜챦을 것 같습니다.

      남에게 빼앗아 승승장구하는 인간들은 이런 즐거움 잘 모를것 입니다. 약탈자들도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그다지 행복한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건승하십시요.

    • 닭다리 68.***.204.114

      어디서 해결해야하는지 막막한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실력만’으로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가 힘들다는게 지금까지 일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입니다. 저도 입사초기에는 수동적으로 일을 하는 입장이었다가 몇년 전부터는 능동적으로 일을 하는 타입으로 바꾸었습니다. 수동적으로 일할때에도 돌아보면 제 딴에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라고 느끼는 부분이 team work 과 leadership 입니다. 글 중간에 보니 각 부서 별로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딱부러지게 해주지 않고 쳐지고 흐지부지 되는건 단연 team work 과 leadership 의 부재입니다. 이게 저를 비롯해서 많은 동양사람들이 부족한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회사내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을 발견해서 그 사람을 멘토로 정했습니다. 참고로 순 백인 미쿡사람입니다. 탁 터놓고 난 니가 일하는 걸 보면 늘 배울점이 많은 것 같다했습니다. 실제로 미팅에 들어갈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일목요연하게 프리젠테이션 정리하는거부터 말하는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료 찾아보는 법 등등…. 멘토로 정해서 한달에 한 번 1:1 미팅을 했으면 좋겠다고했고 흔쾌히 승낙을 해주더군요. 물론 제 매니저에게도 상의하고 이사람이 멘토로 해준다고 하더라 했더니 좋아하더라구요.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프로젝트할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고 사소한것도 물어보고 멘토링을 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A부서에서 a라는 update 를 해주어야하고 B부서에서 b라는 업데이트를 해주어야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늘어지고 결국 흐지부지 될 수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멤버 전원을 이메일 리스트에 올리고 standing meeting 을 1주일에 한번씩하고 미팅 결과를 다음 meeting 때 리뷰하고 업데이트 discussion 하고 이멜 보낼때에도 딱부러지게 몇날 며칠까지 update 보고해주면 좋겠다라고하고 이삼일 남으면 리마인더도 보내고 이런 구체적인 것도 얘기해주더라구요. 능동적으로 일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찾아옵니다. 다른 부서,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도 연락이 오게 되더군요. 지금도 배울게 너무 많고 일을 즐기면서 합니다. 다들 따라준 동료들 매니저들도 고맙구요. 물론 마음이 맞지 않아 사이가 많이 안좋아진 동료도 한 명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진심으로 대해주니 그 동료도 마음이 풀려 지금은 사이가 좋은편입니다. 회사내에서도 경쟁이긴하지만 적이라 생각하지 않고 항상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인드로 지내면 결국 보답을 받는것 같습니다. 다만 한가지 주의해야할 것은 ‘척’ 하는 태도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도 아는’척’, 잘난’척, 하는 사람들은 올라가지 못하더군요. 심지어 그사람 말이 맞고 더 좋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척’ 하는 사람의 의견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는걸 많이 보았습니다. 내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라는 것을 인지하는게 참 힘듭니다. 다른 사람 생각이 틀린게 아니라 (wrong) 다르다라는 걸 (different) 인지하는 것 또한 참 힘듭니다. 이 두개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니 회사 생활도 재미나고 제 자신도 점점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연차에 비해, 동료에 비해, 승진과 연봉인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매니저가 개떡 같은 경우도 있겠지만 그 개떡 같은 매니저 밑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좋은 고과를 받고 승진을 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습니다. 며칠전에 4학년짜리 아들래미가 오더니 불평을 하더군요. 학교에 보드가 하나 있는데 그 보드에 반 아이들 icon 이 있답니다. 보드에는 cave 도 있고 mountain 도 있고 cloud 도 있는데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이 무언가를 잘 하면 그 icon 을 점점 위로 올려준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이제 산 중턱까지 올라 갔는데 어떤애는 벌써 구름에 올라갔다고 하더라구요. 자기도 잘 했는데 왜 자기는 산 중턱이냐고 투덜대길래 제가 그랬죠. 구름까지 간 아이가 왜 구름까지 갔을까? 무슨일을 했길래 구름까지 올라갔어? 다음에 그 친구가 하는 행동을 잘 보라고 했습니다. 무슨일을 해서 구름으로 올라가는지. 제 멘토가 그 구름에 있는 반 친구라고 생각이 됩니다. 전 이제 겨우 산 중턱을 올라간 상태구요. 구름으로 올라간 친구가 하는 걸 보고 저도 구름으로 올라가 보려구요. 구름에 올라가보면 또 더 높은 산이 있을지도 모르죠. 구름 밑에서는 안 보일테니까요. 글을 적다보니 두서없이 막 적게 되었는데 아무튼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고 제 3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까 고민해보시고 조금씩 조금씩 작은것 부터 실행해 나가세요. 제가 요즘 실행하고 있는 일은 주말에 회사 동료들과 그 가족들과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음주에도 만나서 바베큐를 하기로 했어요. 다음에는 놀이동산에 아이들 데리고 가고. 다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마운틴 바이킹을 하고. 뭐 이런 계획입니다. 그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인데 이런 작은 일이 작다면 작지만 해보고 싶엇던 일들입니다. 하지만 전 분명 회사 생활에서 플러스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족들이게도요.

      • hoon 118.***.70.68

        정말 피가되고 살이되는 경험담이네요. 이런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워킹유에스에서 못 떠나나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지나가던사람 24.***.81.216

      위에 댓글달아주신 닭다리님.. 지나가다가 스스로에게 반성하고 갑니다.
      저도 지금 매니저이고, 닭다리님의 글과 동감하며 저도 실천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되집고갈수있도록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배우고 갑니다.

    • 지나가던2 220.***.233.142

      정말 좋은 답글도 있고 글쓰신 원글님은 참 많이 힘이 되시겠습니다. 제가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관계쪽에 관심이 아주 많아서 그쪽 책을읽으면서.. 그리고 허접한 강의를 몇번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것들이 있습니다. 원글님께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씁니다. 님께서는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묵묵히 일을 하시는것 같습니다. 영어능력이 좋지 않다는 것은 원글님께서 조용한 선호를 가지는 분이 거의 확실할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는 ‘내향’적 성향이죠.. 이런분들은 말씀하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읽고 이해하는것은 빨라도 말하는것은 다소 오래걸립니다. 글 속에서 묻어나는것은 INTJ나 ISTJ의 선호가 보입니다. 이건 내향적이고 직관적인 요소가 강하며 논리적으로 판단하며 아주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성격이라는 거고요.. 실제로 원글님께서 그런 성격인지는 알수 없습니다. 먼저, 남들이 안하는것을 떠맡는다는것은 무언가 목표의식이 강하시고 미래에 대한 비젼을 보고 일하시는 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타파트에서 요청을 하면 그것이 잘 돌아가야되는데 보통 잘 안됩니다. 이건 님뿐만 아니라 누구나 겪고있는 현실일수도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시는분들이 가장 서투른것이 적극적이고 유기적인 인간 관계 입니다. 조직에 몸담고있으면 상대방이 나에게 해주어야 할것이 있으면 요청하면 된다고 생각을하는데 실제로 사람들과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분들은 그 이외의것들을 많이 줍니다. 즉, 업무상이지만 그 사람과 공통적인 취미를 찾는다거나, 업무적인것 뿐만아니라 다른것도 공유할것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다가섭니다. 이런분들은 같이 일하는것을 좋아하죠. 그리고 항상 자신이 요청하기전에 무언가 도움을 주는것이 습관화 되어있습니다. 또한, 독립적으로 일하는 경향이라고 하셨는데 이것은 조용하고 혼자생각하기 좋아하시는 분들의 뚜렷한 특징중의 하나입니다. 원글님께서 스스로 규칙을 잘 지키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세운 기준이 다른사람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는거지요..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시면 본인이 세운규칙과 질서는 잘 유지 되지만 다른사람들이 세운 규칙들은 전혀 알수가 없습니다. 다른사람들역시 원글님의 마음을 알수가 없는거고요.. 그리고 당하고 있지않고 화를 내는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신것으로봐서 논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선호가 맞는것 같습니다. 이런분들은 아주 논리적이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계시지만 인간관계가 서투릅니다. 일단 인간관계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서투를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시는게 중요할것 같습니다. 혹시 남들이 논리에 맞지않게 행동하는것이 눈에 거슬리시는지? 부당한 대우를 조금이라도 받으면 바로 반박하고 싶으신지? 언제나 공평한 대우를 받는것이 중요하시다고 생각하신다면 사고선호가 맞습니다. 반대인 감정선호들은 부당한 대우에대해서 항상 이해하려고하고 문제를 스스로에게서 부터 찾고, 남들이 논리에 맞지않게 행동해도 그러려니 합니다. 멍청해 보일수도있지만 이런분들은 인간관계가 매우 탁월합니다. 모두 포용하고 받아들이이려하고 자신도 그렇게 논리적으로 합당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되시려면 능력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람’을 아셔야합니다. 위에 댓글에서 말씀하신 내가 숙이고 들어가서 기쁜마음으로 배우고, 나도 역시 모자란사람에게 기쁜마음으로 가르쳐주는 그런 자세가 중요할것같습니다. 혹시 동료들의 삶과 그사람들의 가치에대해서 생각해보신적이 있으신지요? 그들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시고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시고 다가서 보면 정말 세상이 달라져 보일겁니다. 그리고 그러한 care가 쌓이면 누구나 우러러 보고 도움을 청하는 진정한 리더가 될수 있을것같습니다. 제가 조잡하게쓴글이 조금이나마 원글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ㄴㄴ 24.***.244.115

        뭔가 얻어갈수 있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65.***.165.111

      석사후 미국 회사생활한지 7여년…초기에는 영어 못해도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면 좋은 피드백 받고 그랬었는데 경력이 쌓이면서 회사에서 바라는것도 많아지고 하다보니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거는 부족하고 뭔가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기를 바라는 눈치를 받네요…그래서 요즘들어서 부쩍 영어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회사생활의 문제가 과연 영어 커뮤니케이션에 있는건지 그렇담 과연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녔다면 지금겪는 문제가 없이 잘 할수 있었을지…아님 영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자꾸만 작아지고 소심해지는 저에게 문제가 있는건지 이곳 답글을 통해서 (특히 위 닭다리 님과 지나가던2님의 글)에서 해답과 지금 제가 뭐가 부족한지 알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를 발견하고 더욱 발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