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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에 사는 아짐입니다.
마침내 지난주 금요일에, 제 남편이 선서식을 하고 시민권을 받았는데요, 신청 시에 이름을 바꾼 관계로 법원에서 선서식이 열렸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하시는 것처럼 제 남편도, 지금까지 쓰던 first name (한국이름) 을 middle name 으로 자리 이동을 시키고, 10 여년 넘게 회사에서 써오던 영문 nick name 을 새로운 legal first name 으로 집어 넣은 것이지요. 그러니까, 단지 새 first name 하나만 추가가 되었을 뿐, 새로 바꾼 남편의 legal name은, 지금까지 써오던 한국식 legal name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지요.
남편 왈, 어제는 신분과 이름 변경을 하러 다니느라 참 고단한 하루를 보냈다고 하네요.
어제 출근하자마자 회사의 HR과 Payroll 부서에게 바뀐 신분과 이름을 통보하고,
새 이름으로 면허증을 갱신하려고 회사 근처의 DMV 에 갔더니, 그곳에서는 면허증 발급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번 선거를 위해 투표인 등록만 하고 나왔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될 것 같아, 이웃 도시에 있는 Social Security office 에 가서 한 두 시간 기다린 끝에, 신분 및 이름이 변경된 새 social security card 발급 신청을 한 다음,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래 은행의 본점이 있길래, 그곳에 가서 바뀐 이름이 적혀 있는 시민권 증서 원본을 보여 주며, 이름 변경을 신청했더니 바뀐 이름이 적힌 driver license 가 필요하다고 하더랍니다. 바뀐 이름으로 된 새 면허증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데다가 시민권 증서야 말로 연방정부가 발행한 최상위 증명서라고 남편이 얘기했는데도 자기네 규정이 그렇다고만 얘기하더랍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마침 면허증 발급업무가 있는 DMV 가 있길래, 그곳에 가서 또 한 두 시간 기다린 후, 신분 및 이름 변경 신청을 하고 새 driver license 를 발급받으려고 했으나 아직 신분 변경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6개월 짜리 임시 면허증을 발급해준다고 했답니다. 그것도 임시 면허증 실물은 2~3주 후에나 집으로 보내준다고 하고 종이로 된 임시 증명서만 주었다네요. 그래서 남편이, 바뀐 이름이 적혀 있는 시민권 증서 원본이 눈앞에 있는데도 무슨 통지가 필요하냐고 얘기했지만, 자기네도 처음 다뤄보는 케이스라서 규정집을 참고할 수 밖에 없는데 규정집에서 적합한 규정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답니다.
할 수 없이, 신분 변경이 된 새 social security card 를 받은 후에 다시 DMV 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photo ID 가 필요하니 기존 면허증을 다시 달라고 했는데, 담당자가 벌써 기존 면허증에 펀치로 구멍을 내놨더랍니다 (폐기를 뜻하는). 그래서 당분간 바뀐 이름이 적혀 있는 종이로 된 임시 증명서와 구멍 뚫린 기존 면허증을 함께 갖고 다녀야 한다고 남편이 투덜댑니다.
어쨌든 다시 거래 은행 본점으로 가서 이번에는 다른 담당자와 이름 변경 신청을 수월하게 했는데, 그 사람은 바뀐 이름이 적힌 면허증은 요구하지도 않고, 그냥 시민권 증서 원본을 보더니 축하한다고 하면서 바로 이름 변경 수속을 해주더랍니다. 시민권 원본을 카피해서 보관하면 된다고 합니다. 새 이름으로 debit card 도 바로 만들어주고요. 그 담당자 아주머니도 3살 때 부모가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와서 자기도 틴에이저때 귀화 시민권자가 되었다고 하면서 아주 부드럽게 업무를 진행하더랍니다.
담당자마다 다르게 대응했다는 것을 보니, 운전 면허증의 경우에도 남편이 카운티의 다른 DMV 에 갔었으면, 신분 및 이름 변경 절차가 보다 수월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남편의 이름 변경과 관련해서 더 큰 골치거리가 있어요.
현재 저희가 사는 집은 저와 남편의 공동 명의로 되어 있는데, 집 문서 (deed of trust) 상에 있는 남편의 이름을 바꾸어야 할 것 같아 제가 카운티의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Quit Claim Deed in Joint Tenancy 라는 양식을 문구점에서 사서 변호사 등으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아 filing 을 하라고 합니다. 수속과정 또한 꽤 복잡하더군요. 그래서 다음에 직접 찾아가서 문의하겠다고 했지요.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차의 경우, DMV 에 가서 수속하면 될 거라고 이 담당자가 얘기해주었는데, 가봐야 부드럽게 진행이 될 지 안 될지 알겠지요.
남편 말로는, 어제 불과 세 군데 밖에는 들르지 않았는데도 5~6 시간 정도가 걸렸답니다. 주로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대부분의 시간이 지나간 거지요. 거래 은행 본점에서의 일을 마지막으로 하고 사무실로 돌아 갔더니 쌓인 업무가 많아 또 골치가 아팠다고, 집과 차의 변경과 관련해서는 저보고 미리 미리 알아보아 달라고 남편이 조르네요.
어쨌든, 모기지와 집, 차 보험 등의 남편 이름 변경은, 집과 차의 타이틀을 먼저 변경한 후에 진행해야 할 듯 한데, 그냥 이름 변경을 하지 않으면 안되나요? 미리 이런 경험을 해보신 분의 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남편이 저에게 대신 문의해달라고 아침에 목록을 건네 주길래 읽어보니, 또 다른 은행 대 여섯 군데 (주로 인터넷 뱅크), 전화 회사, 전기/가스 회사, 증권 회사들, 신용카드 회사들, 동네 association, 남편이 졸업한 학교들, ebay/PayPal 등등등… 한 30 군데가 넘는 것 같아요. 다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국적 포기와 관련해서 한국 영사관에도 연락을 해야 하고, 또 한국에 있는 자기 명의로 된 아파트와 관련해서도 무언가 조치를 해야할 것 같다고 적어 놓았는데, 한국의 어느 관공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적이 바뀌고 이름이 바뀌니까 해야할 일도 참 많네요.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있으시면, 귀한 경험과 정보를 나누어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