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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토종한국인이고 작년에 STEM 분야 하버드 박사과정을 졸업했습니다. 박사과정을 나름 순탄하게 졸업했음에도 여기 와서 얻은 것은 하버드 이름과 imposter syndrome인 거 같습니다.
졸업 후 1년을 포닥을 해봤는데 저는 학계가 맞는 것 같아서 앞으로 몇년은 포닥을 더 하고 잡마켓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참고로 한국 리턴은 개인사정으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졸업한 동기들은 대부분 인더스트리로 빠져서 10만불 이상 연봉 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거 보면 포닥월급 받는 저는 잠깐씩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그나마 같이 포닥으로 남은 남자동기(Asian American)는 이번에 잡마켓이 나간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워낙에 실적도 이미 빠방하고 네트워크도 잘 쌓아놨을 거 같은 친구이기에 별 걱정이 안됩니다. 그에 비해 저는 잡마켓으로 나갈 정도로 경쟁력을 쌓으려면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2년을 더 기다려서 2023년에야 나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같은 박사과정동안 저도 논 건 아닌데 뭐한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포닥 기간 중안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예전에 누군가 말하길 아무데서나 교수가 되고 싶으면 되는 거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고 했고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정말 존.버.하면 결국에는 어찌어찌 교수가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학계에 있으면 있어볼수록 깨닫는 것은 되는 건 힘들지라도 되도록이면 메이저대학 교수가 되는 것이 저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여러모로 이롭다는 당연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제가 그런 메이저대학 교수가 될 수 있느냐 그 문제이지요.
요즘에는 제 안에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이 충돌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 뛰어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집안에서 온 네가 하버드 박사과정 들어갔으면 감지덕지 해야지 그 이상을 넘 봐?>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볼만한 승부고 마냥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라는 희망고문적인 생각입니다.
N년 전에는 박사과정만 합격하면 다 끝이라는 굉장히 나이브한 생각을 했는데 산 넘어 산인 거 같습니다. 언제나 욕이 달리는 이 곳이지만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한 관계로 여기에다가라도 불확실한 미래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