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교수직 글 보고 적어보는 저의 상황 (푸념글 패스해주세요)

  • #3621613
    .. 73.***.139.210 3057

    전 토종한국인이고 작년에 STEM 분야 하버드 박사과정을 졸업했습니다. 박사과정을 나름 순탄하게 졸업했음에도 여기 와서 얻은 것은 하버드 이름과 imposter syndrome인 거 같습니다.

    졸업 후 1년을 포닥을 해봤는데 저는 학계가 맞는 것 같아서 앞으로 몇년은 포닥을 더 하고 잡마켓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참고로 한국 리턴은 개인사정으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졸업한 동기들은 대부분 인더스트리로 빠져서 10만불 이상 연봉 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거 보면 포닥월급 받는 저는 잠깐씩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그나마 같이 포닥으로 남은 남자동기(Asian American)는 이번에 잡마켓이 나간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워낙에 실적도 이미 빠방하고 네트워크도 잘 쌓아놨을 거 같은 친구이기에 별 걱정이 안됩니다. 그에 비해 저는 잡마켓으로 나갈 정도로 경쟁력을 쌓으려면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2년을 더 기다려서 2023년에야 나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같은 박사과정동안 저도 논 건 아닌데 뭐한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포닥 기간 중안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예전에 누군가 말하길 아무데서나 교수가 되고 싶으면 되는 거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고 했고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정말 존.버.하면 결국에는 어찌어찌 교수가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학계에 있으면 있어볼수록 깨닫는 것은 되는 건 힘들지라도 되도록이면 메이저대학 교수가 되는 것이 저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여러모로 이롭다는 당연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제가 그런 메이저대학 교수가 될 수 있느냐 그 문제이지요.

    요즘에는 제 안에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이 충돌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 뛰어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집안에서 온 네가 하버드 박사과정 들어갔으면 감지덕지 해야지 그 이상을 넘 봐?>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볼만한 승부고 마냥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라는 희망고문적인 생각입니다.

    N년 전에는 박사과정만 합격하면 다 끝이라는 굉장히 나이브한 생각을 했는데 산 넘어 산인 거 같습니다. 언제나 욕이 달리는 이 곳이지만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한 관계로 여기에다가라도 불확실한 미래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봅니다. 고맙습니다.

    • 지나다 63.***.130.112

      마음이 이끄는대로 가세요. 모든 인생이 20대 계획대로 풀리진 않습니다. 인더스트리 간다고 죽는것도 잘 못사는 것도 아니고 학계로 빠진다고해서 주구장창 인정받고 살지도 못합니다. 그 때마다 선택의 기로에서 마음이 가는대로 가는게 정답입니다. 지치면 지친대로 여유를 갖고 다른 곳도 기웃거려야 본인도 성장합니다. 한 우물만 좁게 파다보면 본인이 빠져나가고 싶어도 못나가게 되는 이치죠. 굿럭입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박사 전공 엔지니어.

    • oOOo 73.***.100.192

      산 넘어 산 맞습니다. 말씀하신 두가지 생각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셔도 산 입니다. 지금까지 고생하셨고 노력하셨으니 어느쪽을 선택하시든 잘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 유학 107.***.218.208

      자작글 아닌가요?
      하버드 박사면 교수되기 쉽다?
      서류통과에 가점정도 있겠죠
      아직 나이브 하신듯

    • o 58.***.210.99

      30대에 한국에 들어와서 50중반에 아직 미련을 못 버리고 포닥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님이면 사실 푸념이 아니라, 교수의 길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 인 것 같습니다. 회사로 가는 분들도 님이 부러울 겁니다. 님이 회사에 가는 분들과 비교해서 푸념하듯이요…
      그나저나 요즘 코로나땜시 오퍼 받고 비자 나오는 데 최소 3~4개월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아 긴긴 기다림 또 그 이후에 험난한 길 ㅎㅎ 인생이 메롱인 인생사는 님이 부럽기만 하네요

    • 띠용 132.***.13.137

      분야에 따라 포닥 기간이 좀 다르긴 한데, 전체적으로 길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바이오 쪽이면 당연히 5년 이상 생각하셔야겠구요, 하버드 박사과정이 든 뭐든 탑 10 안쪽 박사과정이면 그냥 기본 허들 넘는거고 그 이후로는 실적이겠죠.

      • ㅁㅁㅁㅁ 220.***.246.15

        헐 …
        포닥하시는 분들 오래 고생하시는 만큼 더 잘 되시길 바랍니다.

    • 펜펜 73.***.178.183

      지금 잘 하고 계십니다.
      2년말고 아예 한 5년 존버 계획하고,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원하고자 하시는 것을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 73.***.30.218

      말씀하신대로 존버하면 교수 될 수 있습니다. 제 주위에 교수하고 싶었던 지인들 진짜 다 교수되었어요.
      미국+ 메이저대학으로 타겟을 좁히셔서 난이도가 올라가긴 했네요.
      잘 해내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너무 비교하는 것은 독이 되니까 조금만 하시고 본인의 패이스를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 지금은 174.***.210.171

      존버하면 어딘가 나오는데 요즘은 그 어딘가가 어느학교냐 어느지역인가에 따라 인생이 크게 좌우됩니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학교 5년 10년 기다릴순 없으니 그때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 시작입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그래서 결국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인더스트리가 있는 내가 원하는 대도시로 가서 연봉 더 받고 잼있게 살자라는 모티브가 생겼습니다. 잘하는 놈은 어딜가나 잘하는데, 일단 제가 원하는 지역의 대학에 포지션이 안나오니까 답이 없더군요. 그렇다고 옥수수 자라고 눈이나 내리는 하허벌판 시골에 박혀살긴 싫고요.

    • 1234 136.***.164.108

      이미 충분히 많은것을 이루셨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 다음이 안될 이유는 없지요. 이제부터는 원글님의 선택인 것이지 절대로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선택을 하시고 잘 걸어나가시는 것이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많으실테지만 틈틈히 건강관리도 잘 하시구요. 화이팅 입니다!!

    • 하버드 32.***.118.44

      그정도 학벌에 하버드에서 박사까지 땄다면 상당히 오라는데가 많을듯한데?
      아니라면 그게 이상하네.

    • ㅇㅇ 76.***.196.86

      화이팅!!!

    • 새옹지마 23.***.172.174

      인생사 새옹지마입니다.
      생각한대로 다 이루면서 나가는 인생은 세상에 없어요.
      하버드 교수들도 아마 마찬가지일걸요.

    • 세상에 공짜는 없다 220.***.149.159

      인터스트리로 가면 교수될 확률이 그만큼 낮아집니다. 인더스트리에서 돈도 벌면서 논문 실적 쌓아서 교수가 될 생각하지 마세요. 교수가 목표라면 낮은 임금을 받더라도 포닥을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메이저 대학 교수가 여러모로 이득일까요?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메이저 대학일수록, 명예는 좀 더 얻겠지만, 엄청난 압박을 받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스트레스를 받는 교수가 많습니다. 이혼 등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다 명과 암이 존재하지요.

      개인적으로 자기 능력의 100~110%를 발휘하겠끔 하는 대학의 교수가 되면 제일 좋아요. 본인 능력보다 널널한 대학이나 너무 빡센 대학, 둘 다 별로입니다.

      • 띠용 132.***.13.137

        이 분 말씀이 맞아요. 박사과정/포닥으로써는 탑스쿨 가는게 좋은데, 교수로써의 삶은 다릅니다.

    • .. 73.***.139.210

      넘나 자조적인 글이라 걱정했는데 좋은 댓글들 감사합니다. 솔직히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영어로 받는 위안도 무척 고맙지만 모국어로 받는 위안은 언제나 그걸 넘어서는 거 같습니다. 물론 하버드 박사 나왔다고 당연히 교수직이 들어오고 장밋빛 미래가 열리는 거 아닌 거 잘 알구요, 그래서 저도 제 친구들도 모두 파닥파닥거리며 고군분투하는 거 같습니다. 졸업 후 인더스트리에서도 그리고 한국대학에서도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비공식적 오퍼가 들어왔지만 제가 원하는 곳들은 아니라 디퍼했습니다. 정말 100-110% 정도 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리고 어디로 가느냐가 제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 공감합니다. 일단 settle down하고 그 지역에서 가정까지 꾸리고 나면 움직이는 게 싱글일 때에 비해 굉장히 힘들어질테니까요. 게다가 저도 너무 외진 지역으로 가고 싶지는 않아서 하하. 이건 정말 주차장에 자리가 나느냐의 운에 더해 내가 그 자리에 차를 댈 수 있느냐의 문제라 확답도 힘들고 그저 존.버. 타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ㅜ.ㅜ 그 전까지는 제 능력치를 더 끌어올려야 겠고요 ^0^;;

      • o 58.***.210.99

        졸업 후 인더스트리에서도 그리고 한국대학에서도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비공식적 오퍼가 들어왔지만
        >> 그런 제안 받았을 때 뿌리쳤던 사람으로 막심한 후회가 되는 일인입니다.(물론 원하는 곳에 그나마 그런 제안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곳에 자리 잡아서 그렇겠죠) 제 경험으로는 그런 제안도 박사마치고 포닥 2~3년 정도 지났을 시점에 많이 들어왔고.. 그 시기가 지나면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본인의 가치와 값이 절정에서 하락하는 시점이 되면요.. 암튼 굳굳이 잘 이겨 나가세요..

    • ?? 69.***.250.102

      ㅎㅎ, 존버 라는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갑니다.

    • asdf 63.***.99.66

      인더스트리 경력갖고도 교수로 갑니다. 다만 교수직 지원할 만한 스펙은 만들어놓고 인더스트리가야겠죠. 회사 2-3년정도 다니면서 돈 좀 벌고 다시 학계로 돌아가는 옵션도 있으니 고려하시길.

    • 형아 209.***.180.236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가끔씩 ‘내깟 주제에 무슨..’ 현타 오는 시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버드 박사 타이틀 그냥 받는거 본인이 더 잘 아시겠죠.
      지닌한 박사 과정 잘 이겨냈으니 조금은 자신에게 관대해 지셔도 됩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 발에 채이는것 같아 보여도 본인이 그 똑똑한 사람들 속에서만 살아서 그렇지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똥멍청이들 투성입니다. (물론 밖에도 똑똑한 사람들 있죠)
      그러니 뚜벅 뚜벅 소처럼 가시다 보면 길이 열릴겁니다.
      본인이 생각했던 길이 아니더라도 가다보면 또 이게 나의 길 이였나 하는 순간도 옵니다.

    • ㅇㅇㅇ 98.***.209.54

      교수가 되는 길을 정말 끝이 안보이는 터널을 가는 것과 같지요. 내가 터널의 끝에 얼마만큼 와 있는지도 모르고 내 업적이면 되는건지, 내 어플리케이션 패키지가 문제가 있는건지, 추천서에 문제가 있는건지, 학과 홈페이지에 저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 임용되었는데 왜 나는 서류탈락인건지…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힘든거죠. 제가 입학해서 졸업한 12년전 당시 분야 탑 2였던 박사 프로그램에서 동기가 25명 정도 됩니다. 그 중에 교수가 된 사람은 2명인데, 1명은 티칭하는 지역 칼리지로 갔고 다른 1명은 R1 주립대로 갔네요. 전세계 최고 프로그램에서 10%도 안되게 되었으니 그만큼 힘든 길이겠죠. 그런데 그만큼 중간에 포기하는 비율도 높습니다. 그러니 윗분들 말씀대로 존버하면 길이 열리기도 하지요. 다만 기회가 있을때 자리를 잡을 만한 성과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게 키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