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부 유학은 90퍼이상 인생 루저들인듯

  • #2896322
    70.***.75.69 29470

    내 겅험상.. 미국 학부 유학오는 애들 90퍼 이상은 인생 루저 맞다고 본다. 한국서 공부 잘 못하니깐 학비 몇억식 꼬라박고 아무도 안알아주는 미국대학 문과대 나와놓곤 세계 대학 랭킹이 우수하다니 뭐니 자위하다가 졸업시즌땐 괜찮은 미국회사 면접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소리소문 없이 헬반도 리턴 ㅋㅋㅋ 뭘 믿고 사는지 방학때 마단 한국 나가서 처놀다가 오고 미국 기업에선 인턴한번 안해보고 미국대학 다니면서 한국애들 끼리만 다니면서 술이나 처마시고 ㅋㅋㅋ

    내가 미국 아이비리그 학부 출신인데 울학교 한국 졸업생들만 봐도 투자비용 대비 아웃풋이 개.똥망인데.. 미국 현지에서 IB, 전략 컨설팅 입사한 애들은 한학년에 10명 이하 수준이고 나머지는 다들 헬조선 리턴해서 잘해봐야 한국 대기업이니 pwc 같은 3rd tier consulting 이니 입사해서 연봉 5천도 못벌더라 ㅋㅋ 매일 야근에.. 거기다가 한국에서 학교 안나와서 한국 인맥, 친구도 조또 없고.. 매주 몇 안되는 유학생 끼리 술마시고 노는게 다임. 그게 학비 3억 이상 꼬라박고 뭐라는 짓들인지 ㅋㅋㅋ 아이비리그 라도 문과면 아웃풋이 이정도로 똥망인데 그 밑에 주립대 문돌이 들은 두말하면 입아프지

    사실상 미국 유학은 월가에 취업하는 소수의 상경계열, 아님 실리콘 벨리에 입사하는 이공계열 쪽의 우수한 인력이 아닌이상 나머지 대부분 들은 걍 돈낭비 하는거야.. 부모님들 불쌍하지도 않냐.. 내친구는 유펜 경제학과 나온다고 부모님이 한국 집 파셨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데 그게 과연 자랑할건지 ㅋㅋ 나또한 시간 되돌릴수 있다면 걍 저렴하게 한국서 대학 나올듯… 부모님이 미국 보내서 온거긴 한거지만 유학비용 생각하면 졸업한지 6년이 지난 지금도 토나온다

    • 72.***.128.183

      그래 원글 너 또라이 맞다 병신아.

      • LOLLL 207.***.72.200

        요즘 보니깐, SKY 안에 드는 대학 합격하면 무조건 가라, SKY나와야 한국에서 인맥을 얻을수있다 등 조언을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거 같은데요. 뭐 옛날 부터 이런 종류의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지요.

        저는 서울대 작년에 졸업했구요, 전공은 경제 였습니다. 제 주위에 보면 한국에서 제대로된 대기업 취업한 사람들 소수에 불과하다고 보면 되요. 상황이 얼마나 심하면, 공대생들도 중소기업으로 몰리는 상황. 인문/ 상경 전공 한 분들은 거의 대부분 취업 못합니다.

        더 암울한것은 한국 대기업을 어렵사리 취업 하더라도, 현실들 다들 아시잖아요. 한국 기업들 대우가 어떤지..
        뉴스에서 나오는 나이먹고 짤리면 치킨집간다.. 이런 소리가 루머가 아니라 진짜 현실이에요. 제 주변 나이 좀 드신 분들에게도 실제로 벌어지신 일들이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대 등 한국 유수대학 다니는 사람들도 처음엔 한국에서 잘먹고 잘살 마음으로 왔지만
        결국엔 해외취업으로 목표가 변경되게 됩니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해외대학원 진학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가 여기에있어요.
        서울대생들도… 참 아이러니 하게도 목표가 해외취업 이란거에요..
        하지만 이런 코스는 상당히 “비추” 입니다. 첫째로는, 미국도 학부 학벌이 상당히 중요하다는것.
        그리고 일단 한국대학을 나와 대학원을 가게되면, 석사는 쓸모가 없고, 박사까지 버텨야 그나마 한국대학 출신들이 미국 정착 확률이 높아지는데, 박사를 따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따지면 정말 효율이 안좋습니다. 32~35살에 취업하게 되는거에요. 학부 졸업한 애들은 졸업후 취업해 이미 좋은차 좋은집 사고있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연봉이 박사생들이 더 뛰어난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인더스트리 에선 나이많고 실전경험 없는 박사생들보다 젊은 학부생들을 선호하는 편이구요. 취업에 하게 되더라도 학부생들이랑 비슷한 포지션에 들어가게 됩니다.

        경영학석사 학위도 쓸모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서울대 졸업하고 미국 경영학석사 mba 받는게 학부유학 보다 훨씬 비싸고 기회비용도 엄청납니다..

        여기서 문과는 아이비리그 여도 취업 안되네, 한국행이네 이런 소리들 믿지마세요. 한 어그로 종자가 1인 다역하면서 루머 퍼트리는거에요. 저희처럼 한국대학 나와 미국으로 대학원 유학간 사람들이 취업이 정말 힘들지, 미국에서 학부나온 애들은 취업하는데 문제 없습니다.취업이 정말 힘든건 한국대학생들이구요. 제 고등학교 동기들중 미국 30위안에 들어가는 대학 간 사람들도, 상경계나 이공계 전공이면 미국에서 취업 어렵지 않게했습니다.

        밑에 NYU 얘기 나와서 하는말인데, 학교 홈페이지 찾아보면, 취업률 통계 같은거 나와있어요. 제가 하나 보여드리죠.

        NYU 전체 졸업생중 85.3% 가 Full Time Job 을 가졌다고 합니다. 11.4% 가 대학원
        에 진학했구요. 3.3% 가 대학원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합니다. NYU 면 미국 30위권 학교고, 문과 위주 학교인데, 취업률이 한국 최고대학 서울대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요.. 저희학교가 취업률을 대학원 진학자를 제외하고 산정했을때 50% 도 안되는 수치거든요..

        이것만 봐도 미국 경제가 한국이랑 비교도 안되게 압도적으로 좋다고 할수있어요.

        취업한자들 중 96.9% 가 미국에서 일한다고 나와있고,
        85.4% 의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일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주변에 NYU 간 친구들 보면, 저희같은 한국 대학생들은 꿈도못꿔볼 월스트리트 금융권, 컨설팅펌, 취업하고 사는거 보는데 정말 부러워 죽을거같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열심히해서 미국대학에 진학하려고 노력할거같아요.

        • ㅁㅁ 185.***.186.10

          공감합니다. 서울대 나와서 백수 하는 비중이 훨씬 높죠.

          원글쓴이님 아이비리그 학생 사칭하시는분 같은데 저는 아이비도 아닌 20위권 안에 대학 나왔지만 유학생들 현지 취직 많이 했습니다.

    • 90퍼 이상 공부 못하는 금수저죠 219.***.179.57

      루저라는 건 너무 나간 듯
      한국 있었으면 지잡대가거나 삼수 사수해서 간신히 대학 갔을겁니다 겨우 연봉 5천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연봉 세전 5천이면 월급쟁이중에 상위 10퍼센트 안에 듭니다

      • 123123 45.***.242.210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대 취준생들의 ‘잔인한 봄’…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꽃 피는 춘삼월. 개강 3주차를 맞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미세먼지의 습격 따윈 아랑곳 않고 설레기만 한다. 꽃은 피지도 않았지만 트이지 않은 꽃봉오리라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은 이 날씨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하고, 책상 위에 펼쳐둔 책 위로 시선을 파묻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이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두려워

        스펙 갖출 만큼 갖췄지만 50군데 서류 탈락

        스스로가 ‘하자’ 인간인가 싶기도

        졸업 미루고 도서관 자리 지키는 ‘화석 선배’ 신세

        학교 이름 있지만, ‘인문대 여학생’은 설 자리 좁아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NCS도 불안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

        도서관 잠입(?)에 성공한 기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다. ‘나는 학생일 때(물론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시험 기간에만 공부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공부를 하길래? 명문대생 한테도 취업난은 남일이 아니란 말인가?

        △신촌 연세대 학술정보원. 게시판에 취업 정보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1층. 이 곳은 열람실인가요?

        내가 보기엔 로비같은데, 모두가 공부를 하고 있다.

        ‘어둠 뿜뿜’ 연대 공대생… “‘SKY’나 ‘취업 깡패’는 옛말”

        3월 16일 서울 연세대 학술정보원. 계단을 오르다 간이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티셔츠에 검정색 바지, 심지어 신고 있는 양말과 슬리퍼도 시커멓다. 팩에 들어있는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표정도 그늘이 드리워진 듯 어둡다. 멀리서 봐도, 누가 봐도 매우 지쳐 보이는 모습. 조심스레 말을 붙였더니 역시나 ‘취준생’이다.

        “예전엔 3월이면 개강하고 신입생도 들어오고 신났죠. 그렇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오히려 3월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해요.”

        컴퓨터과학과 3학년인 A(25)씨는 “명문대에 다니는데다, ‘취업 깡패’라는 공대생인데도 불안하냐”는 물음에 정확히 네 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해요. 채용 공고 보면 대부분이 공대생 뽑던데 무슨 걱정이냐고. 컴퓨터 공학계열이나 전자계열은 취업 잘 되지 않냐고. 연대생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고. 그냥 웃어넘기지만, 가슴 속부터 입까지 쓴 맛이 올라와요. ‘SKY’나 ‘취업 깡패 공대생’ 그런 건 다 옛말인 것 같아요.”

        그는 “‘아직’ 열 번 밖에 안 떨어졌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이내 “공대생이라 글을 쓴 경험이 적어서 자소서 쓰는 것부터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요즘 기업에서는 실무에서 쓰일 기술력이나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전공 공부 외에 마땅한 실무 능력을 쌓지 않은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업이 됐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은 하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질투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이렇게 옹졸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자책했다.

        A씨는 “그래도 아직 3학년이고 졸업하기 까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 하겠다”며 “취업하면 이름 밝히고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다 마신 오렌지 쥬스 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인’에게도 봄이 올까요?”

        “50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스펙이란 스펙은 갖출 만큼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하니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자인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6층 휴게 공간에서 만난 여학생 B(25)씨. 의자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자신을 ‘화석 선배’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유예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도서관 자리를 지킨다는 말이란다. 처음에는 얘기하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 소개와 동시에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서류를 냈다가 탈락했다며 신세 한탄(?)을 시작한다.

        “초반에는 친한 친구나 후배들한테 떨어졌다고 말하고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그치만 이제는 서로가 그저 아무 말도 안 해요. 어떨 땐 도서관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조마조마 하기도 해요. 이러다 친구마저 잃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SKY’인데 걱정하지 말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지여인’을 아냐고 되물었다. ‘지여인’은 지방대에 다니는 여대생, 인문대생을 뜻한다.

        그는 “학교 이름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여인’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나보다”라면서 “채용 시장 자체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데, 인문대 여학생은 더더욱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안암동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공기업 취업 희망하는 고대생… “졸업 전 꼭 취업하고 싶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열람실은 붐볐다. 식사를 하러 갔는지 군데군데가 비어있기는 해도, 펼쳐져 있거나 쌓여있는 책들이 그 빈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오늘도 샌드위치 두 개로 저녁을 떼운다. 건설사회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C씨는 토익 920점에 토익 스피킹 6레벨, 토목기사와 안전기사, 한국사 1급, 한자 2급 자격증도 있다. 그는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무작정 준비했다”며 “명문대에 다닌다는 점, 나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취업에서 전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요즘 NCS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NCS는 스펙과는 관계없이 직무 중심의 능력만 보잖아요. 심지어 학교랑 전공도 안 보는 곳도 있다더라고요.”

        C씨는 “건설직이나 토목직은 뽑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긴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 봄은 직장인이 되어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학부 유학 12.***.145.154

      자꾸 이런 글 싸지르는 사람이 진짜 루저.
      원글이 아이비 학부 졸업생이라는 거 전혀 믿을 수 없음. 만약 아이비에 가 봤다면 거기에 한국에서 얼마나 날고 기는 국가대표급 애들이 오는지 놀랐을 것인데, 공부 못하는 찌질이들이나 미국 온다는 말 하는 거 보면 경험이 없는 사람임. 유학생 대부분이 졸업후 한국 돌아가는 건 현실이 맞음. 하지만 어딜 가더라도 역시 자기 길은 잘 찾고들 있음.

      결론: 학부 유학을 재고해 보라는 말은 합당한 지적이지만, 돈 있고 실력 있으면 얻는 것도 많은 기회이지 무조건 손해보는 것은 아님. 원글같은 찌질이가 말리고 오지랍 떨 일이 아님.

      • 티나네요 218.***.63.77

        오래된 글이지만~~ 지나가다 한마디 하자면. 글쓴이랑 동일 인물 인 거 티 나네요.. 고 해커스랑 여기저기 그러고 돌아다니는 거 같던데. 자기가 글 쓰고 자기가 아닌 척 하면서 댓글을 달며 말도 안 되는 의견에 동조하네요. 지능적이네요. 유학생들 본국으로 돌아가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14학년도 졸업했지만, 저희 클래스 중 한국 가신 분들은 20%도 안 되네요. 그 20% 중에서는 스스로 간 사람도 많고요. 나머지 80%는 미국 금융계 / IT / 법조계에서 영주권이라고 잘 먹고 잘살고 있네요~

    • Op 70.***.10.218

      저기 맨 첨 댓글 72.***128 병신 롬마 새퀴 또왔네. ㅋ

    • ㅉㅉ 208.***.239.180

      솔직히 너가 지적하는 부분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말투가 니 부모닮아서 그런지 재수가없네
      그래서 졸업한지 6년된 너는 머하고 지내는데?
      미국회사에서 OPT는 거의 뽑아주지도 않고 잡포스팅에 대놓고 스폰서 안해준다는데가 대부분이다
      현실도 모르면서 부모님이 주신 예쁜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마라
      한국사람이 좋은환경에서 공부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건 유학실패가 아니란다
      아이비에서 너무 가둬놨는지 세상물정을 똥꼬로 쳐먹었나보네

      • 티나네요 218.***.63.77

        역시나 동일인물. 상당히 지능적.

    • 2432 72.***.198.68

      이런글 쓰는 사람 불쌍해요….
      얼마나 할일 없으면 ….
      우리 너무 나무라지 말고… 측은지심

    • 실력 166.***.242.63

      진짜 실력있는 애들은 다들 고국에 돌아갑니다. 한국에서 잘 나갈수 있는데 뭐하러 이질감많은 미국에서 타향생활을 하겠습니까? 어정쩡한 사람들은 미국에서 실리콘벨리던 어디든 직장을 잡아서 있고요. 실력없는 사람들은 미국회사 갈 때가 없으니 물론 대부분 돌아 가지요. 그러니 미국에서 정착하는 사람들은 중상하정도 자질이 있는 경우들이지요.

      • 재밌 72.***.198.68

        ㅎㅎㅎㅎ 무슨 소리신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ㅇㅇ 198.***.159.18

        맞습니다. 한국대기업이 예전의 대기업이 아닙니다. 가면 아이비리그 출신들 쎄고쎘고요. 미국에서 천재소리듣는 인도 중국 애들도 요즘 한국으로 옵니다. 공무원시험 보는데 가면 미국석박사 출신들 줄서있습니다. 한국이 예전 80년대가 아닙니다. 어정쩡한 사람들이나 미국에 남지 요즘 잘나가는 유학생들은 대부분 돌아 옵니다. 여기 글들 보면 미국에살면 80년대 사고방식에 머문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봅니다. ….

        • 63.***.35.162

          솔찍히 한국대기업에 아이비출신 쎄고 쎘다는건 그만큼 미국학부나와서 미국에 자리잡기 힘들다는 예기지. 그게 실력이 있어서 한국돌아가는게 아니지. 그 한국대기업에 넘고 차는 애들에게 미국기업에서 오퍼준다고 하면 아마 90%는 미국에 남을걸요. 그리고 한국에 공무원시험 보는데 가면 미국석박사 출신들 줄서있는건 그만큼 유학출신은 많아졌고 먹고살기는 더 어려워졌다라는 거죠. 예전엔 한국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들어갔어요. 그땐 미국에서 석박사만 따면 한국에 자리가 다 있었고, 대접을 좀 받았으니까 (미국도 호황이라 자리가 많이 있었어도 그냥 들어 갔죠. 반면에 중국애들은 거의 다 미국에 남았었고. 한국유학생들이 기를 쓰고 미국에 남기시작한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에 한국에 현실로 볼때 한국행을 스스로 선택한다는건 철밥통을 보장받거나 집안이 빵빵해서 미국학위로 한국에서그냥 가오잡고 살만하거나. 나머진 그냥 어쩔 수 없이.

          • ㅇㅇ 45.***.242.210

            현실은 미국 15위권만 되도 미국 현지취업 하는 애들 깔림 ㅋㅋ 공대는 두말하면 입이아프고오히려 요즘엔 서울대 나와서 국내기업 취업도 못한다더라. 대다수가 백수라던데…어렵사리 취업해도 국내대기업 3천받는 쥐꼬리 연봉 운명인데 뭐…

            • 63.***.35.162

              “서울대 나와서 국내기업 취업도 못한다더라. 대다수가 백수라던데…”?? 이건뭐 서울 안가본 놈이 서울을 더 잘안다고…..ㅎㅎㅎ. 딱 보아하니 학부 도피유학생. 뭐 15위권? …ㅎㅎㅎ. 미국 취업전선엔 들어다 보지도 못한 어린놈이네. 그래 학생때는 좋지. 졸업만 하면 서로서로 모셔갈것 같지? 우리과 나오면 연봉 얼마에 취업보장….그래 학생들은 그리 믿고 공부를 하지. 그러나 현실은 졸업하고 OPT신청하면서 거의 모든 회사들이 “비자써포트 안한다.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 그런회사빼면 원서 넣을때도 몇개안되. 그 빡터지는 경쟁속에 솔까 네차례가 올려나? 그러면 그 다음은 니가 그렇게 증오하는 한국계회사 기웃기웃 하겠지. 그리고 결국엔 한국갈땐 “한국이 그리워서 한국갑니다. 미국살면 뭐하나요?” …….난 너의 미래를 본다.

            • ㅇㅇ 45.***.41.239

              “그래 학생들은 그리 믿고 공부를 하지. 그러나 현실은 졸업하고 OPT신청하면서 거의 모든 회사들이 “비자써포트 안한다.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 –> 이건 뭐 미국 와본적도 없는 빙1신이 안다고..

              장애인새기 니가 미국 취업전선 조금이라도 와봣으면 이딴소리 안할텐데 빙1신 ㅋ
              미국 대기업들 왠만하면 다 비자 스폰해줘 이 장애인아 비자스폰 안해주는곳은 떨거지 기업들, 중견,중소기업들이지 ㅂ1ㅅ ㅋㅋㅋㅋ

              우리학교 유학생들 다 취업했다 빙1신아 ㅋㅋㅋㅋㅋㅋㅋ

              서울대나오면 어이고 한국최고대학 이러면서 모셔갈거같지? 현실은 태반이 백수 신세다 ㅋ 그만큼 헬조선 경제상황이 조같다는거지 ㅋ 근데 문제는 취업이 되도 쥐꼬리연봉 노예인생인게 더 ㅈ같

            • 63.***.35.162

              난 너 기억한다. 저번에 월가에 취업했다고 뻥치면서 지랄하더니 엄청 깨졌지 (뭐 한국학부 출신으론 월가에 한명도 없다고 했었지 아마). 결국 어떤 사람이 너 한국에 있는 정신병자라고 밝혔던것 같던데….ㅋㅋㅋ. 근데 잠잠할만 하니 또 기어나왔네. 네 글을 읽고 읽자니 좀 웃긴다. 주절주절 너무 흥분해서 글이 막 꼬인다…..ㅋㅋㅋ. 글좀 똑바로 쓰자 등신아.

            • ㅇㅇ 45.***.43.43

              논리에서 쳐발리니 무슨 아는사람 인척 하면서 은근슬쩍 회피 ㅋㅋ 인생 불쌍하네.
              열등감좀 그만 달고 살아요 한국 잡대 아재님아.

              한국 학부 출신이 월가에있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딴 개잡대 나와서 절대못와 병1시나 정신차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해도 자체가 없는 새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고 방금까지는 미국 학부 출신은 유학생 신분때문에 취업 안된다면서 한국학부 출신은 취업되냐?ㅋㅋㅋㅋㅋㅋㅋㅋ 모순보소 ㅋㅋㅋㅋㅋㅋㅋ털리니까 말을 바꾸는구만 ㅋㅋㅋㅋㅋㅋㅋ얌마 대답해봐. 방금까지만 해도 스폰서 안해준다매 ㅋㅋㅋ 유학생 안뽑는다매 ㅋㅋ 근데 한국학부는 되냐고?ㅋㅋㅋ 열등감 덩어리새기 ㅋ

      • a 119.***.24.63

        진짜 실력있고 한국서 잘나가도 미국 들어오는 사람 많아요. 더 잘나갈수 있으니.. 나처럼?

      • 63.***.35.162

        “진짜 실력있는 애들은 다들 고국에 돌아갑니다” –> “진짜 집안이 빵빵한 애들은 다들 고국에 돌아갑니다”

    • 불쌍하다 205.***.62.1

      기껏 큰 세계 보고 배우라고 부모님께서 큰돈들여 유학보내주셨건만,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오늘만 사는구나.. 안타깝다…

    • 실력 166.***.242.63

      일본에서 미국에 이민오는 사람들 거의 없지요. 특히 일본에서 잘 나갈수 있는 사람들이 이민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일본도 우리와같이 미국 서양문화와 문화적 이질감때문에 그럴겁니다. 한국도 적어도 경제적 선진국이 된 이 시점 한국에서 잘 나갈 사람들이 미국에 정착하기엔 가족 친구들 문화등 잃을게 너무 많은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성공이 어느정도 보장된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는것이 일반화된것이고 대세일 겁니다. 애플 구글 마소등 들어가봐야 월급쟁이 생활이고 타향생활은 같습니다.

      사람 생활이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인간 소셜 라이프가 더 중요헙니다.

    • 실력 166.***.242.63

      공부하로와서 공부하고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가는걸 이상하게 보는 시각 자체가 비뚤어진 시각이라고 봅니다.

    • gg 103.***.197.210

      이사람이 아이비리그 란걸 믿어요? 글 내용이 말도안되는 헛소리구만..
      딱보니 밑에 한국대학 까는 사람 글 보고 열받아서 쓴 한국대학 출신인듯..ㅋ

    • 서울대 졸업 10년 192.***.232.154

      그 경우보다 서울대 졸업해서 취업 드럽게 안되는게 더 심합니다.

      취업준비로 인한 ‘대학 5학년생’ 증가…서울대 10명중 9명 꼴

      <5학년 현상 가장 심한 서울대>
      서울대는 2013년 졸업생 3495명 중 3279명(93.8%)이 졸업유예를 선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이 졸업유예를 선택했던 셈이다. 2013년 9학기 등록 후 졸업한 학생이 2087명으로 전체 졸업자 수 3495명의 59.7%에 이르렀으며, 10학기 이상 등록하고 졸업한 학생수도 1192명으로 전체 졸업자 수의 3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대학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서울대 단과대 별로 살펴보면 인문대는 졸업생 중 10학기 이상 등록비율이 2009년 34.3%에서 2013년 49.8%로 5년 동안 15.6%나 상승했다. 경영대의 경우 32.8% → 46.7%로 13.9%, 사회과학대의 경우 같은 기간 30.6% → 41.3%로 10.7% 상승했다. 반면 자연대는 26.2% → 26.8%로 0.6%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공대는 29.2% → 28.0%로 비율이 하락했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정규 학기 초과 등록이 세태를 드러내는 현상이라고는 해도 인문계열 학생을 중심으로 추세가 꺾이지 않고 올라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PWC가 삼류? 176.***.7.15

      PWC는 대졸 초임 consultant 한화로 1억 가까이 주는데???? 한국 대기업이 삼류지 ㅄ…
      https://www.glassdoor.com/Salary/PwC-Consultant-New-York-City-Salaries-EJI_IE8450.0,3_KO4,14_IL.15,28_IM615.htm

      • PA 12.***.128.250

        5천은 한국 얘기인듯. 한국에서 (5000~ 5500)그랬었는데, 이번에 빅3따라서 같이 올렸을듯 싶은데요.

    • 조미료.. 172.***.15.123

      동감 미국에서 일년에 3-4만불 씩 내는 사립 대 4년 나와서 한국도 못들어가고 미국에 있는 한국 기업에 들어가 3000-4000불 받고 밤 12시까지 일해야 오버타임 받아서 겨우 렌트비 내고 사는 친구도 봤다.. 참 보면 그돈 내고 뭐하는 짓인지.. 등골 브레이커가 아주 따로 없더만..

      • 45.***.41.239

        내 아는넘은 서울대 수석 먹고 중소기업 들어가 2천받으면서 야근 세벽까지 하면서 살다가 지쳐 9급공무원 지원할까 고민중이라더라ㄲ
        아맞다 요즘 9급공무원 단골손님이 서울대생들 이랜닼ㅋㅋㅋ

    • 디스커버 67.***.26.170

      글쓴이처럼 서울대는 안나왔지만 어느정돈 공감되네요

    • ㅇㅇ 64.***.96.165

      YaleLaw 정신병자 지잡 전문대 새끼 지랼병 적당히 해라

    • 글쓴이 분탕쟁이임 45.***.43.43

      글쓴이 Yale Law 라는 새기인데 아이비리그가 아니라 한국 전문대 나왔답니다
      아이비리그생한테 열등감 느껴서 열폭 하는거래요

    • .. 14.***.166.102

      여기 일베 대학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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