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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릭 싱어의 입시 부정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를 봤는데 몇 가지 생각을 적어 봅니다
1. 미국 대학 입시는 부자들을 위한 시스템
소수인종 저소득층 쿼터 등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건 좋은데 부자들이 뒤로 명문대 들어가는 구조적 불평등은 심각하더군요
다큐에도 등장하는 서류 조작 방법 중 한 가지가 지원자의 인종을 백인에서 다른 마이너리티로 둔갑시키는 식으로 입학 가산점을 받더군요
대중들도 이런 기득권의 대입 특권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고
2. 입학 사정 방법의 복잡함과 불투명성
다큐에도 등정하지만 운동을 시켜도 마이너한 과목 (요트 수구 조정 등)을 시키는 게 확실해 유리하고 이런 건 부자들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제 주변 한인들 중에도 마이너한 운동 악기시키는 경우가 꽤 있는데 그래야 좋은 학교 가는 ‘스토리’를 만들기 좋다는군요
다큐에서 인터뷰하는 입시 컨설턴트 전직 입학 사정관들도 명문대들의 베일에 쌓인 입학 사정 방법을 비판하면서 명문대들일수록 경쟁적으로 이런 식으로 ‘이해 불가능하면서 독특한’ 입학 사정 방법을 심화시키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3. 유전무죄 무전유죄
기소된 수십명의 유력자들 (월가 헤지펀드 파트너 변호사 사업가 배우 디자이너 등)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심지어 일부는 돈을 줬지만 무죄를 선고받기도 하더군요
연루된 학부모 중 연예인도 있는데 잠깐 잠수 타다가 다시 방송에 복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하는 중이랍니다
거기에 폴리 바겐 덕분에 대폭 감형된 학교 측 담당자도 있고 심지어 주범인 릭 싱어는 수사 협조 덕분에 아직 선고를 기다리면서 자유롭게 일상 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4. 제일 더러운 건 대학교들
스탠포드 대학교는 릭 싱어 기부금 70만 불을 끝까지 가지고 있다가 마지 못해 다른 외부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당연하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명문대들은 자신들은 입시 부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입을 싹 닫고 있는 중이고 설사 그게 맞다고 해도 이런 명문대들의 입시 내부통제가 얼마나 엉터리있는지 드러난 사건이었습니다
5. 입시 비리가 과연 더 이상 없을까
아마 지금도 교묘하게 다른 백도어로 미국 입시 제도의 헛점을 파고 드는 브로커들이 있을 겁니다
릭 싱어도 재수 좋게 ‘얻어 걸린’ 케이스인 게 이 사건을 밝혀 낸 건 SEC 케이스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예일대 축구 코치가 연루되어 이 자가 릭 싱어를 부는 바람에 전말이 밝혀진 겁니다
굳이 부정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레거시라는 그럴 듯 한 명목의 학벌 세습이 있지요
다큐에도 등장하는 트럼프 사위 쿠쉬너 부터 아들 부시 그 밖에도 수많은 기득권층은 명문대 학벌 대물림을 하면서 귀족 행세를 이어 갑니다
물론 입시 제도는 각 나라마다의 역사 문화 전통을 반영하기 때문에 어떤 게 맞다고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론 공평성을 강조하는 (과거 한국 방식인) 점수로 줄 세우기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