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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직장과 한국직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을 billable time의 존재유무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일주일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씩 해서 주당 40시간으로 구성될때, 이 billable time이 90%를 넘지 않을때 (주당 36시간), 나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있는 employee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에게 미국직장생활에 있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billable time 이기도 하다).
참고로 billable time이란 고객이 나의 근무시간당 업무비용을 지급하는 시간이다. 예를 들어 변호사경우 시간당 얼마씩 charge하는 시간같은 것이다. 그래서 billable time을 일정시간 가지고 있지 않은 (90%이상) employee는 결국 자신의 월급 (paycheck)이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되게 되는 것이기에 (왜냐하면 고객의 돈이 아닌, 회사비용으로 월급이 나가게 되니까. 이게 바로 오버헤드이다), 조만간 lay-off 대상이 될것은 불을 보듯 뻔한것이다. 간단히 얘기해서, billable time이 주당 근무시간의 90%가 안된다는 얘기는 고객이 별로 없어 일거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거리 없으니 회사로 부터 짤리는 것은 미국에서는 당연.
이와같은 billable time이 내가 한국에서 직장생활 할때는 없었다. (지금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야근이 별로 없는 나의 미국직장의 경우 야근은 보통 이 billable time의 평상시 근무임금때 보다 1.5배 비쌌기에, 야근을 좋아하는 고객은 없었고, 아주 급한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emergency) 적어도 평상시 근무시간에 자신이 의뢰한 업무를 완성하기를 원했다.
여전히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는 한국의 사정을 고려해 보면, 아직도 billable time같은 것은 한국에서 존재하고 있지 않은 모양새이다. 만일 billable time이 존재하고 있는데, 저렇듯 야근을 수시로 한다면, 그 막대한 비용을 과연 그 어떤 고객이 감당하겠냐 이것이다.한편, 나의 보스는 자신의 billable time을 나처럼 직접적으로 고객을 위한 시간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나의 billable time에서 일정부분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러니까 위에서 언급한 90%이상의 billable time이 요구될때 100%에서 90%를 뺀 10%를 가지고 자신의 billable time을 채우는 것인데, 나의 billable time뿐만 아니라 내 보스가 관리하는 내 직장 동료, 여러명의 billable time에서 조금씩 떼어가는 형식이다. 이런 방식은 내 보스의 보스도 마찬가지이다.
이와같은 미국의 billable time을 생각할때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창가의 임금-노동구조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성매매 노동자 (소위 창녀들)과 성노동을 구매하는 고객들, 그리고 성매매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포주들을 포함하는 성매매 프로세스는 billable time을 근간으로 이루어지는 미국의 일반적 기업내의 임금-노동 메카니즘과 상당히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billable time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2차세계 대전당시 제국주의 일본군대 로부터 강제노역을 당했던 위안부들이 겪었던 임금-노동구조안에 (위안부들 근무시간엔 밤낮이 없었다.) 여전히 잠겨 있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일본패망이후 친일파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남한사회의 대다수 월급쟁이들이 2차대전당시 일본군대의 위안부들과 유사한 임금-노동구조아래 야근을 밥먹듯이 강제 당하고 있다는 현실은 어찌보면 자연스럽기 까지 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