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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서 20-30위권 대학을 다니고 있는 1학년 학생입니다. 전공은 pre-med 쪽이고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의사자격증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격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연스럽게 의사를 꿈꿔왔습니다. 실제로 나름 공부도 잘해서 한국에 있었을 적에 과학고등학교를 다녔는데요, 과고 생활이 맞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려고 알아보던 중, 부모님이 미국에서 의사하면 돈 많이 번다고 하라고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셨습니다 (영주권은 현재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내신용 영어만 적당히 공부해왔던 저에게 미국 생활의 가장 큰 시련은 언어 장벽이었습니다. 그래도 읽기, 쓰기, 듣기는 공부를 통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GPA도 매우 높은 편이었고 SAT도 많이 높은 건 아니지만 1500 초반대로 끝내서 나름 좋은 대학에 원하던 전공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게 미국에 간 탓인지 아니면 제가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지 도저히 백인 사회에 적응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 온지 벌써 2년 반인데 친구는 다른 한국인들이나 중국인들 밖에 없습니다. 미국 애들하고는 왜 인지 도저히 말을 5분 이상 할 수가 없습니다. 노는 것도 미국 애들이랑 파티하는 것보다 한국 애들이랑 식당에서 밥먹는게 더 재미있고요. 미국 교수들의 시각에서 저는 리더쉽도 없고 사회성도 나쁘고 말도 잘 못하는, 소위 ‘공부만 하는 유학생’인데 MCAT 시험은 어떻게 잘 봐도 의대를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국대학 지원을 결심했는데, 부모님께서는 제가 꽤 강하게 말하니깐 너가 요즘 한국 경제 현실을 몰라서 그러는거다, 노력할 생각을 해야지 흥에 겨웠다 등등 혼을 내시면서도 한국대학 지원하는거는 말리지 않으시더라고요 (편입이 아니라 1학년으로 8월 정식 입학입니다).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지원했습니다. 화공학, 기계공학, 전자공학 등 취업 1티어 전공은 지원 못하고 자연과학이나 생명공학 위주로 지원했습니다. 애초에 미국 고등학교에서 생명이나 화학쪽 자연과학을 노리고 활동 내역을 쌓아서 공대로 바꾸는게 어렵더라구요. 시간이 워낙 촉박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한국대학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 놓았는데, 한국대학으로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 일지, 나중에 후회할 선택이 되지는 않을지 고민됩니다. 우선 자연과학은 대학원이 필수인데, 대학원은 미국이 훨씬 잘 되어있어서요. 한국 대학 => 미국 (명문) 대학원이 어렵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 말씀대로 요즘 한국 경기가 조금 안 좋은 것도 아닌데 이런 시국에 자연과학을 공부하려고 한국으로 리턴하는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도 결국 출신 학부가 중요한 사회인지라… 그리고 평생 꿈이었던 의사를 제 손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마음 한켠에 남아있네요. 고등학교때 미국 명문대 pre-med 전공 가려고 안되는 영어로 고생했던거 생각하면 진짜 울고 싶습니다.
한국대학과 미국대학 중 무슨 선택을 하는게 맞는 걸까요? 복잡한 생각을 명료하게 담을 만큼 글짓기 실력이 좋지 않습니다. 두서 없는글 읽어주셔서 감사했고 험한 말이라도 많이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