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어

  • #3538434
    칼있으마 73.***.151.16 236

    일요일이면 마눌은 여지없이 교횔 간다.
    빼먹질 않는다.

    젊어선 함께 가기도 했던,
    내가 봐도 참 내가 잠시 내가 아녔던 신기한 날 보는 일도 살다 보니 있었지만

    이곳에 오면서부턴 뗨뗨 같이 가다가
    그나마 것마저도 못 간 건

    비록 뗨뗨 다니긴 했었지만
    걸로도 충분히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어서였다.

    일요일에 일을 하지 않고 주일을 따박따박 지킨답시고 나대다간
    굶어죽는다.

    먹고살기 위해 그 생활이 굳어지자
    마눌따나 기독교계통의 사람들따나 날 봄 내게 그랬다.

    믿음이 부족해서다.

    사실 뗨뗨 나갔던 건
    나가면서도 진짜 하나님이 있는지 천국은 있는지 지옥은 있는지……
    의심 보단 의문이 들어 확신이 안 섰던 거였었는데

    그들 말마따나
    믿음이 부족한 지금의 상태가
    곰곰히 생각해 봄 그들의 염려완 달리
    내겐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

    만약 그들을 따라
    빠짐없이 일요일에 교횔 따박따박 다니면서
    굳건한 믿음이 생겼다면
    이런 확고한 믿음이 생겼을테니 말이다.

    하나님은 없다.

    아직은 긴가민가 하니
    믿음이 부족한 내가 얼마나 다행인지.

    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요일엔 교횔 안 가기로 했다.
    .
    .
    .
    .
    .
    한국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랄까 전통문화랄까.

    세계문화유산에 등잴 해얌에도
    안 되는 게 이상한 전통문화의 하나인

    갑질문화.

    당연시 되었던 이 아름다운 문화가
    휴대전화 시대가 도래되면서
    찍고 녹음할 수 있어짐에
    갑들의 고난과 역경은 시작되었고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 줘얄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보존은 커녕 몇 몇 을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음이
    이내 안타깝다.
    .
    .
    .
    .
    .
    또 터졌다.

    아니다.

    매일 터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재수 없이 알려졌을 뿐이다.

    “무릎꿇어.”

    주찰 엉망으로 하고선
    차량에 스티컬 붙였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개니 소니……

    아파트에 입주함과 동시에
    갑으로 신분상승하는 세상.

    갑이 되고픈 사람들은
    단독주택에 살 일이 아니다.

    23살 경찰대생이
    나 뻘 되는 아저씨니 할아버지니 큰형님이니가 되고도 남을 순경아저씨들에게
    곧 졸업하면 내가 너희 상관으로 부임하니 까불지 마라니마니

    등등등등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등……

    이 아름다운 전통문화인 갑질문활
    계승발전시키려는 저런 분들은

    나라에서 관리를 해얀다.

    자칫 저런 분들이 막 돌아다니다
    몸에 무슨 기스라도 생긴다면
    갑질문화의 맥이 끊길 수 있으니

    나라에서 곱게 모셔

    원룸도 제공해주고
    옷도 입혀주고
    콩밥도 줘가며

    영구보존해얀다.
    .
    .
    .
    .
    .
    이 노가릴 푸는 동안

    마눌은 집중 안 되게
    왔다리갔다리하면서
    드릅게도 부시럭거린다.

    교횔가겠다는 건가 본데.

    그러다 순간,

    마눌이 교횔 가는 이율 깨쳤다.

    그래 그거였구나.

    가만 날 보니
    가장이란 완장을 찬 내가
    그동안 처자식들에게
    잔인하게 갑질을 하고 살았었구나.

    해 내게서 도망가는 거구나.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숨 좀 제대로 좀 쉬고파서
    교회로 도피를 하는 거였구나.

    아, 그랬구나.

    내가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의 맥을 이어오고있는
    훌륭한 장인였구나.

    근데 얘,

    네 마눌님도 일요일에 혼자 교 횔 가지?

    뭐? 함께 간다고?

    세상에 세상에.
    넌 그나마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마눌님께 숨 쉴 시간도 안 주니

    넌 나 보다 더 훌륭한 장인이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