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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퍼포먼스 리뷰 받았고요, 새로 부임한 우리 boss, 제가 일 하는 게 맘에 들었는지 입 찢어집디다.
돈은 쥐꼬리만큼 받는데 하는 일은 시니어 매니저 하는 일을 맡아 하고 있으니 어찌 맘에 들지 않겠습니까?
전 직급은 매니저가 아닌데, 전에 있던 boss가 무능력한 (어찌 보면 무자격자라고 하는게 옳겠네요. 어카운팅 매니저가 차변
대변도 모르고 있었으니) 매니저를 채용하는 바람에, 그 사람이 못 하고 흘린 일을 제가 하나 둘 주워담아 일하다 보니 제가
실질적인 어카운팅 매니저 일을 하고 있었죠.암튼 6개월 전에 CFO부터 시작해서 윗분들의 물갈이가 단행되고, 그 능력 없던 매니저가 결국은 다른 부서로 트랜스퍼 됐죠.
그래서 전 제가 매니저로 승진 될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었구요. 그런데, 새로 부임한 boss가
아주 old school에 고집 센 스타일인데, 제 학력/경력이 맘에 안든다고 어카운팅 매니저를 외부에서 채용했습니다.네, 저 어카운팅 전공도 아니고 (공대 출신), 그것두 한국에서 대학 졸업했고요, CPA도 아니고 Big 4경력도 없네요. 회계 쪽
일은 5년 전에 이 회사에서 처음 (Accounts Payable 쪽에서) 시작했고요, 영어도 네이티브랑은 거리가 멀어요.
시간당 14불 받던 임시직이 지금 시간당 38불 받는 자리까지 5년 안에 승진 했으면,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실력 하나로
버틴거죠.물론 어카운팅 매니저 잡 포스팅 올라온거 보고 당장 새로 온 boss한테 가서 얘기 했죠. 나 어카운팅 매니저 잘 할 수 있다,
시켜달라 뭐 이런 어필을 해봤지만, 이 고집 센 미국 아저씨 콧방귀도 안뀌죠. 게다가 새로 온 사람이 저에 대해 알면 뭘
알겠습니까. 그저 평판이 좋더라 정도죠. 자기는 어카운팅 매니저로 CPA를 채용 할 계획이라며 단칼에 거절하더군요.하지만, 이 사람이 밑에 사람 복이 없나봅니다. 고르고 골라서 어카운팅 매니저를 채용 했는데, 그 사람이 첫 날 시작하면서 폭탄
선언을하네요. 유방암 진단 받았다고요. 자기도 어제 검사 결과 들었다면서 앞으로 검사가 몇가지 더 남았고, 그 결과에 따라 키모
떼라피 할 건지 결정한다고요.당장 연말 회계 감사가 눈 앞에 있는데, 새로 온 매니저는 개인적인 불행한 일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채용을 취소할
수도 없고, 이 매니저도 남편 없이 아이 둘 키우면서 그동안 돈 별로 못 벌고 컨설턴트로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닌 처지라
어렵게 구한 직장 관 둘 형편도 아니라죠.그래서 결과는 제가 다 짊어지고 연말 회계 감사를 매니지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 온 boss 입 떡 벌어지는 일을 몇 번
했죠. 아마 깜짝 놀랐을거예요. 제가 회계 쪽에 전문 지식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auditor들을 이리저리 구워 삶는 걸 보면서
저한테 great job, excellent job 아주 정신없이 칭찬하더군요. 자기도 새로 온 처지라 회사에 대해 아는게
없는데, 게다가 작년에 뱅크럽시까지 했던 회사라 회사 어카운팅 레코드가 아주 아주 지저분하거든요.자, 이제 이 사람이 제 실력은 인정을했고, 저보고 매니저 될 준비가 됐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 당장 회사에 매니저
자리가 없으니 자리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보라네요. 근데 언제까지 기다리라는건지. 어카운팅 매니저 이제 2개월 됐고요, 게다가 건강
문제로 꼭 회사 의료 보험이 필요한 형편에 자기가 관 둘리가 만무한 상태.근데 더 웃긴건, 저보고 매니저 되려면 리더쉽을 보여야 된다면서 이것 저것 매니저에 해당되는 goal을 리뷰에 써 놨더라구요. 난
매니저도 아니고 매니저 만큼 돈 받는 것도 아닌데, 왜 매니저 레벨 일을 하고 거기에 해당되는 goal까지 achieve 해야
하냐니까 그게 승진하는 지름길이라네요.저 정말 이 회사에 붙어 있으면서 기회를 노려야하는건가요, 아님 그 시간과 노력으로 다른 회사 찾아보는게 옳은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