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키우기

  • #3243263
    가드닝 73.***.134.131 2264

    https://www.youtube.com/watch?v=cqshT-P5X-0
    어릴 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서 장닭으로 키워 보겠다고 부푼 마음으로 열심히 돌봤지만 며칠 안 가 시름시름.
    꺼억 죽어가는 병아리는 보는 어린 마음이 오죽이나 슬펐으랴. 그때 한 친구가 똥꼬를 입으로 불어주면 살 수 있다는 말에 주저 없이 불어 봤건만 병아리는 속절없이 떠나 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병아리를 사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 자식이 병아리 사 달라고 보채도 나쁜 기억이 남아서 인지 병아리 살릴 자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무조건 노.
    그러다 Food Inc. 영화를 보고 충격을 먹고 먹거리에 대해 고민 하던 중 주변에 닭을 키우는 사람을 보고 용기를 얻어 병아리 오더 내고 시작했다.

    병아리 픽업 하는 날 가게에서 알려준 것은 병아리는 추우면 죽으니까 따뜻하게 보온해야 된다고 해서 보온 램프와 함께 물통, 모이통, 모이, 베딩도 함께 사 왔다.
    버리는 카드보드 박스 안에 넣어서 집안에 놓고 매일 매일 관찰하며 베딩은 매일 갈아줘도 2주일 정도 되니까 냄새가 때문에 거라지로 이동.
    4주 부터는 보온 램프 없이도 외부에서 잘 클 수 있다고 해서 적당한 사이즈의 닭장을 만들고 이동.
    처음부터 닭장을 만들어 놓고 시작하면 보온 램프만 달아 놓으면 냄새 걱정 없이 편하게 키울 수 있었을 텐데…
    원래 모든 걸 준비하고 시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덜렁 병아리부터 사고 시작하고 병아리가 커 가니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쫓기듯 닭장을 짖고 말이지요.
    이렇게 하니 좋았던 점은 병아리가 사람과 교류가 생겨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품에 잘 안기게 된 장점도 있습니다. 반면에 어미가 키운 닭은 절대로 사람한테 안기지 않는 특징이 있더군요.

    병아리를 사면 90%의 확률로 암탉을 사게 된다고 하는데 혹시나 수탉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두 번의 오더에도 운 좋게 수탉은 한 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만일 다음 번에 수 닭 걸리면 어찌해야 하는 걱정도 있는데…목에 깔깔이로 만든 링을 걸어 놓으면 소리를 못 지른 다고도 합니다.

    16주 부터는 organic layer chicken 사료를 먹이고 언제 계란 나오나 오매 불망 기다리다 보니 …드리어 24주 만에 한 마리가 첫 알 생산.
    이후 부터는 며칠 간격으로 나머지 닭 들도 알을 생산 하니 퇴근하면서 계란 꺼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닭들은 아침에 해 뜨면 일어나고 해질 때 집으로 들어가는데 낮에 잔뜩 먹고는 목 부위의 먹이통이 부푼 상태로 잘 때는 횟대라고 하는 나무 봉에 올라가서 자면서 밤새도록 소화 시키면서 배변 합니다.
    횟대 밑을 보면 분변이 쌓여 있는데 이걸 잘 모아 놓으면 훌륭한 비료가 된다고 합니다. 평소에 한 곳에 모아 두었다가 봄에 밭을 일굴 때 모두 털어 넣고 섞어 놓으면 야채가 아주 잘 자랍니다.

    우리 집의 경우 닭의 수는 식구 수 곱하기 2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마리당 계란 산란율이 80% 라고는 하지만 키우다 보면 한 두 마리는 broody hen 으로 돌변해 알도 낳지 않고 무정란을 품고만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는 경우가 생겨 얻는 계란은 평균 식구 수 정도라 생각하면 됩니다.

    닭이 알을 품을 때는 거의 식음을 전폐하면서 살이 쏙 빠지는데 어떤 놈은 우울증에도 걸리고 하여간 암탉이 이런 모드로 빠지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이런걸 씨암탉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병아리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이는 닭이나 당장에는 불편한 닭이 지요. 그래서 이런 닭은 사위가 왔을 때 핑계 삼아 잡나 봅니다.

    • 가드닝 73.***.134.131

      참고로
      낙옆이나 잔디 깍은 칩들을 한 곳으로 따로 모아 놓는다면 아래쪽에 충분히 숙성된 부엽토를 일년에 두어번 닭장 밑을 깔아 주면 닭장 냄새도 잡고 어느 정도 쌓이면 다시 긁어서 고품질 비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dma 129.***.2.193

      혹시 냄새가 많이 나서 이웃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지요?

      • 가드닝 73.***.134.131

        닭장 관리 잘하면 냄새 거의 안납니다. 횟대 밑의 닭똥은 매주 치우고, 닭장 전체에는 부엽토 깔아주면 닭장 바로 옆에서도 냄새 거의 안납니다.
        다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알 통을 여러개 만들어 줘도 선호도가 있어서 제일 좋은 자리 차지 하려고 꽥꽥 소리치는 놈이 있어서 불편한데 이건 알통을 제대로 균일하게 포근하게 잘 만들어 주면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LUCKY 63.***.73.50

      요즘 가드닝 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가드닝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먹을수 있는걸 심어서 키우고 있네요. ㅎㅎ

      우리 동네 HOA에서는 닭 사육을 금지해서 키워보질 못하겠네요.
      아마도 누군가가 키웠다가 (뭔가 문제가 생겨서) 그담에 금지한 것 같은 느낌이 있긴 합니다.

      계속 포스팅 부탁합니다.

    • Wee 166.***.248.36

      여행 못 가고 집에만 붙어 있어야겠네요.

    • brad 96.***.188.82

      Food, inc 보셨으면, 그냥 채식하세요.

      민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채식 주의자이고, 특히 닭고기는 먹지 않는데….

      옆집에서 닭 7-8마리 키운다 생각하니 별로…

    • asdf 138.***.128.42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 닭이 울지 않나요? 203.***.50.155

      닭이 새벽에 울지 않나요? 미국에선 키워보진 않았지만 한국에선 병아리가 닭이 된다음부턴 새벽에 울더라구요…ㅠ

      • 가드닝 73.***.134.131

        새벽에 우는 놈은 수탉입니다. 보통 병아리 사면 수탉을 사게될 확률은 적습니다.
        만일 수탉을 사게되면 소리지를 때 쯤 수거해 가는 곳에 갖다 주기도 한다는데 아직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암탉은 안우는 대신…뭔가 불만이 있거나 위험이 있으면 가끔 꼬꼬댁 거리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