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패배자가 아니다

  • #159649
    LA 76.***.137.87 6995

    난 패배자가 아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30대초반 잘나가던 한국의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온지 어언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생활에 적응하려고 무던히 노력했고 영어 문제, 신분 문제도 해결되었지만…
    아직도 동갑내기 와이프도 함께 직장생활을 해야만 겨우 벌어먹고 살수 있는
    그런 생활수준을 유지 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워킹 푸어 라는 계급이겠죠…

    두사람이 모두 벌면 부족하진 않지만, 언제까지 와이프와 두사람이 풀타임으로 일을 해야하나..
    걱정입니다. 이제 부부가 모두 40대 중반인지라… 걱정이 되는 군요.

    모아놓은돈… 없습니다.  별다르게 헤프게 쓴 기억도 없는데,
    애들키우고 , 집값 비쌀때 사서 모기지론 내고 .. 직장이 다르니까 차가 2대 필요하고..
    그러다보니 별다르게 모아둔 돈이 없게 되더군요.

    아참…  10년전 이민초기에 사업한다고  날린돈,  괜히 집값 떨어질줄도 모르고
    디파짓 해서 날려버린 돈들을 모았으면 좀 있었겠죠… 
    그런데 이미 허공에 날린 돈이라 더이상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L.A. 입니다.  한국사람들중에서 부자들도 많습니다.
    가끔 한인타운에 나가보면 요즘들어 차들이 더 고급스러워 졌습니다.
    포르쉐, 벤틀리, 페라리…    이런 차들이 많아졌더군요.

    이곳에  와서 보면 다들 은퇴 연금을 준비중이시던데…
    저희 부부가 다니는 직장에는 그런게 없는 직장입니다.

    와이프가 다니는 사무실도 그렇도 제가 다니는 회사도 의료보험 정도
    보조해줄뿐 401K 는 없죠.

    애들이 점점 커가는데, 남들처럼 이것 저것 교육시키고 방학때마다 여행을 데리고 다니지는 못해도
    용돈이라도 넉넉하게 주었으면 좋으련만… 저희 집 경재상황은 더블딥이 아니라.. 트리플 딥인것 같습니다.

    애들은 나름 열심히 공부하는것 같은데, 성적은 별로.. 입니다.
    그래도 성적 가지고 뭐라하지는 않을 생각 입니다.

    사실, 저희 부부도 대학 졸업까지는 장학금 받고 공부했던 사람들인데도
    저는 중학교 영어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 밑에서 월급받고 살아갑니다.

    학교 성적은 성적일뿐…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죠…

     
    저희 두 사람이 야근까지 하면서 일을해도 빠듯한 살림이 겨우 유지되는데,
    주위를 보면  쉽게 돈 버시는 분들이 너무도 많더군요.
    운도 엄청 따라주고..

    나에겐 왜 저들같은 기회가 오지 않았나…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간건가…
    오늘은 별 생각이 다 드는 군요..

    물론, 저희들 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음을 알기에
    다시 정신을 추스리고 일어날수 밖에 없군요…

    사실.. 냉적하게 분석해보면  저희들에게 별 다른 희망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 난 패배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아직 인생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아.. 중요한 발견을 했군요.   끝나기 전까진 어느 누구도 승리자도 패배자도 아니란걸… 이제 알았네요.
    최후 순간까지 가봐야 알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 이제 좀 맘이 편해집니다.

    이거 공연히 넋두리만 하고 가는 군요.. 죄송..

    • 그냥 206.***.6.11

      힘내시구요.
      승리와 패배에 대한 본인의 정의를 알고 싶습니다.
      그래야 최후 순간에 승리자인지 패배자인지도 알수 있지 않겠습니까?

    • 반월성 58.***.63.164

      저도 미국생활 십년차입니다. 직장생활만 계속하다가, 짤리고 나니 막상 가게를 차릴려고
      해도 자본금이 없더군요.. 월급쟁이하면서 조금 모은거 한참 비쌀 때 다운페이 금액으로
      써버리고… 결국 다시 직장찾아 전 미국을 떠돌게 생겼습니다.

      잘 나가는 전문직도 아니고, 엔지니어랍시고 대충 밥은 먹고 사는데..
      저도 냉정하게 분석해보니 별 다른 희망은 없습니다.

      때로는 세상살이가 막연하고 두렵기만 합니다.. 힘을 내시죠…

    • 나그네 74.***.10.137

      저도 그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지금이라도 두분이서 비즈니스 준비하세요. 구체적 계획도 세우시구요. 나중에 등 떠밀리듯이 하시지말고 차근히 준비해보세요. 50전에 시작하시면 괜찮치 않을까요? 그리고 현재 식구들 모두 건강한게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기운내세요.

    • 직접경험자 75.***.154.167

      교통사고를 아주 크게 당하고 거의 차는 형체를 알아 보기 힘들정도였지만 기적과 같이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몇달간 악몽에 몸은 쑤시고….엄청났던 현장의 무서움 기억들….

      그 때 느낀것은 정말 인생이란 것이 한순간이구나. 그리고 통계에서 나오는 교통사고 숫자에 따른 사망자 확률이 꼭 남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이후로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갑니다. 제2의 인생이라고.

      당해보지 않고서는 그러한 느낌을 알 수 없지만 매사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는 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데에서 옵니다.
      막상 비교하는 대상의 가정사나 경제적인 문제를 깊게 파고 들어가면 정말 겉과는 전혀 다른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미국에서 모기지 연체율이 몇%인지 아시나요? 님이 보고 계시는 주위에 잘나가는 것 같은 사람들 10명중 하나나 둘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서 간간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외에 이혼등으로 Alimony로 공통받으면서 평생을 후회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인생이 다 그래요. 내가 주어진 환경에 만족 못하면 아무리 좋아져도 또 비교할 대상은 계속 나타나고 불행해 집니다.

      병원 응급실이나 암병동 혹은 호스피스 병동에 한 번 가보시를 권합니다.

      이 인생의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서 내가 지금 건강히 가족들과 아우다웅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하나만이라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행운과 축복의 결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생 길게 봐야지요.
      지금 그래도 꾸준히 열심히 살아가면 자식들이 희망과 용기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또는 그 어떤 변화로 인해서 더 여유있는 생활도 오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결론은 좋은 걸로 봐서는 잘 헤쳐나가시겠지만….그래도 항상 감사하면서 또 감사함을 되뇌이면 정말 감사할 일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미국 생활 아니 한국 생활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건강과 가족이 있으면 경제적으로 지금 약간 어려워도 이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2의 축복된 인생을 살아가는 직접경험자로서의 작은 조언(?) 입니다. 세상이 참 아름답더군요. 사지에서 살아나오니….

    • 감히 한말씀 72.***.171.156

      원글님 말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님과 같은 생각을 안해본 분이 여기 어디 계실까요.
      저도 이제 머지 않아 나이 40인데 제가 딱 한가지 믿는게 있다면 매 순간 최선을 다 하자 입니다.
      사람을 만나도 마음을 열고 만나고, 일을 하나 할때도 잘 하지 못하더라도 성의를 보이면 결국 기회가 온다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보통 말하는 ‘성공’의 의미와 제가 생각하는 삶의 ‘성공’의 의미는 많이 다릅니다. 저는 진심으로 하나 밖에 없는 제 아들놈에게 훗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우리 아버지’라는 말을 들을 수만 있다면 전 그것이 곧 성공이고 제 행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사는 것 정말 어려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멈추지 않는 것이고, 참고 이겨내고 또 나아가는 것이죠. 그것 이외에 우리에게 어떤 옵션이 없다면 당당하게 맞서서 나가자구요. 제가 보기에 원글님은 ‘Winner’입니다.

    • 원글 76.***.137.87

      답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서 살자”

      평소에는 이해하고 있던 부분인데도 막상 어려운일들이 닥치면 자꾸 잊고 다른 감정에 빠져들게 됩니다.

      여기오신 모든 분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 합니다.

    • 동업자정신 12.***.191.57

      저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시군요. 진짜..꼭 제이야기같습니다. 전 동부에 살죠. 엔지니어 입니다. 천재적 엔지니어는 아니고 하루하루 버티는 엔지니어죠. 연봉이 8만불입니다. 세금띠고 뭐띠고 나면 월급으로 나오는건 한달에 4천좀 넘죠.. 모기지 2200 나가고 세컨모기지 500 나가고 유틸리티 나가고 그러면 반찬도 없이 간신히 밥만 먹고 살돈만 남습니다. 저축요? 매달 모기지 나가는 통장에 빵구 날랑말랑한 상황에서 저축같은건 꿈도 못꾸죠…나이도 40대 중반이구요. 와이프도 그래서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래도 가난합니다. 정말 사는게 더럽게 재미없습니다. 한국으로 갈까이런 생각 실제로 자주하고 구체적으로합니다. 어릴때 미국이 신기해서 살아본거는 좋았는데..이제 나이드니까..미국 솔직히 재미없네요. 저질 쓰레기 같은 한국교포사회도 질리고…

      한국으로 들어가는것도 한방법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