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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가족 없는 독신의 중년 남자입니다.
제가 젊었을땐 으례 그 나이 또래가 다 그렇듯 되고 싶은것 하고 싶은것도 많았고 목표도 원대하게 잡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목표들을 이루기에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걸 살면서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단순히 인내심이 부족해 포기하는게 아니라, 그간 지내면서 겪은 여러가지 경험들을 토대로 냉철하게 평가해서 나온 결론이었습니다.
능력이 부족하다는건 좀 표현이 정확하지 않고 능력이 불균형하다고 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제 개인의 신상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해야 하는데 저도 부담스럽지만 듣는분들도 썩 그렇게 내키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나이들어서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깨닫게 된 이후로는, 제가 어렸을때 세웠던 그 목표를 달성하는건 불가능하고 그냥 소시민으로 하루하루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났고, 그렇게 쭉 살아오고 있습니다.
이룰수없는 목표를 바라보며 괴로움에 몸부림칠때와는 다르게 이렇게 달관하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을 사는게 여유로와 아주 좋은것 같습니다.
그런데… 달관한 생활 속에… 좀 문제가 발생하는것 같습니다.
삶의 의욕이 없어져서 굉장히 게으르고 나태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나면 잠만 자는것 같습니다.
오늘같은 토요일도 17시간을 내내 자고 지금 일어났습니다.
주중에 일할때는 주말에 좀 알차게 생산적으로 뭘 해야겠다고 다짐했건만 하루종일 쳐자기만 하다 일어난 제 자신이 너무 끔찍해서 이게 왜 이런거 혼자 침대에 앉아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궁극적으로 제 인생에서 더이상 하고 싶은것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주말에도 할 것이 없고 그냥 잠만 자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인생을 달관하고 자기분수를 알며 사는 것도 좋은데 이거는 좀 아니다 싶어서 다시 제 인생을 리셋하고 새롭게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계신 나이드신 분들께 질문드려보자면, 중년에 대충 인생의 견적이 나온 상황에서 좀 의욕을 가지고 살기 위한 현실적인 목표가 어떤게 있을까요?
물론 제 개인의 신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답이 정확히 나오겠지만 그걸 밝히기가 곤란한 점을 감안해주시고 대충 일반적인 케이스로 생각해주셔도 되고 꼭 저한테 맞는 답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을것 같습니다.
굳이 이곳에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특히나 한국 중년 남자로서 미국에서 할 수 있는게 더더욱 제한되어 있는것 같기 때문입니다. 미국 주류 사회에 당당히 입성해서 부귀영화 입신양명을 누리자는 청운의 꿈을 품고 공부하러 왔다가 그냥 아름아름 살고 있는데 미국 사정을 알면 알수록 더더욱 세울만한 목표가 많지 않아보입니다.
몸과 건강도 자꾸 나빠지고 총기도 예전같지 않고 신체감각도 떨어지고 영어도 더 오락가락해지는거 같고, 삶의 지혜는 조금 쌓이는거 같은데 그것말고는 다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생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어떤 현실적인 목표를 새울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글을 쓰고보니 그냥 하루하루 아름아름 살아가는것도 대단한거고 토요일날 잠을 17시간이나 잘 수 있다는것도 큰 행복이자 행운인데 뭘 더 욕심을 부리냐 그냥 계속 잠 많이 자면서 감사하게 사는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