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실패자

  • #3932211
    loser 50.***.147.17 1795

    2020년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포닥입니다.
    2024년 가을에 아카데믹 잡마켓에 도전했습니다.
    핏이 잘맞는 자리로 약 20여군데 R1 학교 tenure track assistant professor positions 지원했고 (분야가 크지 않음)
    2024년 12월-2025년 2월에 걸쳐 5군데 줌인터뷰를 보았고 봄에 한군데 온캠퍼스 비짓을 하였지만 결국 오퍼는 받지 못했습니다.

    온캠퍼스 비짓을 한 학교는 리서치 핏이 아주 잘맞는 편이 아닌데도 초청을 받아서 살짝 의아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다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리고 4월 5월… 제대로 혼란스런 상태로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literature review를 하다가
    우연히 제가 2월에 줌 인터뷰를 본 곳 중 한 곳(제 분야에서 탑스쿨…이지만 줌 인터뷰에서 묘하게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함)에서 3월부터 assistant professor가 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즉 저의 경쟁자 중 한 명이었겠지요.
    그 분에 대해 좀 서치를 해 본 결과 제가 받은 인상은 저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비슷해 보였습니다 (리서치 핏이나 publication 수나 저널 임팩트 팩터, 출신 학교 등등).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 분이 이미 해당 학교에서 박사 후 포닥을 하고 있었고 지도교수가 바로 그 같은 학교에서 꽤 영향력 있는 교수더군요.

    최근 몇년간 반복적으로 탑스쿨에서 조교수직을 잡은 분들 대부분이 빅가이 랩 출신이더라구요.
    이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나니까 힘이 빠집니다.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좋은 교수직 잡을 때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했을 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정말 중요한 거였구나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최악의 선택만 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 같습니다.
    박사과정을 신임교수와 하면서 논문을 뽑아내고 포닥을 영향력있는 빅네임 랩에서 하면서 조교수직에 도전해야하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저는 정확히 반대로 했지요; 박사과정을 빅네임 랩에서 하면서 멘토링은 최소한으로 받고 포닥은 신임조교수랑 했네요.
    포닥에 지원할 때 빅네임 랩에 지원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박사과정 때 논문이 제대로 나온 것이 없어서 그런지 (실험하는 분야 아님) 빅가이 랩에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2024년부터 이런저런 인연으로 나름 영향력있는 교수들과 두개의 다른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긴 한데
    이 과정에서 배우는 점도 있고 나름 네트워킹이겠지만
    당장 잡마켓에서 얼마나 유의미하게 작동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논문 하나씩 같이 쓴다고 이 분들한테 추천서를 받을 수도 없고요.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포닥으로서 NIH 그랜트 지원이 무산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해서 기어코 펀딩을 따냈고요
    그래서 2024년 가을에 줌 인터뷰 여러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포닥 지도교수가 던져준 연구주제가 좋은 저널에 실릴정도가 아니었는데도
    제가 멱살잡고 어떻게든 novelty를 발견해내서 제 분야에서 좋은 저널에 출판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길도 잃고 추진력도 잃은 기분입니다.
    얼마나 naive했으면 내 주제파악도 못하고 교수직을 잡겠다고 출사표를 호기롭게 던진걸까
    스스로 참 한심하네요.
    10년 전에 운을 다 끌어다 써서 제 분야 탑스쿨 박사과정에 입학한 이후로 자기객관화에 실패한 건가 봅니다.

    한편으로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고도 느껴지네요.
    처음에 줌 인터뷰 초청 받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느껴졌는데
    어차피 안 될 거 생각하면 의욕도 사라지고요.
    줌 인터뷰 한 개 한 개 최선을 다했는데
    달랑 한 개만 최종까지 간 게 내가 정말 구려서 그런건지 아니면 마침 운나쁘게 hiring freezing이랑 맞물린건지 그것도 미지수고요.

    많은 고민끝에 올해까지만 도전해보기로 하고
    좋은 학교에서 기회를 잡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고자 이런 저런 구상 중인데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생각도 많이 들고요.
    그래도 7월초에 주립대 의대 한 곳에서 research director와 preliminary conversation을 30분 할 기회가 주어지긴 했는데
    이제는 자신감도 없고 자기회의감이 많이 듭니다.

    • 쿠루루 상사 163.***.157.102

      한인교수 한번 찾아 보세요.
      미국기업 취업 실패한 신분노예들이 알라바마로 모이듯, 100위권 한인교수 검색해서 거기서 당분간 충성을 바칠 모습으로 보여야 .
      절대 농담 아님.. 그렇게 첫 학교 잡은 경우가 알게 모르게 많음.

    • 전문가 174.***.134.52

      몸과 생각에 힘을 빼야 합니다. 지금 자신감도 없고 포기상태 같은데…. 그때가 인터뷰어가 가장 보고싶어하는 모습입니다.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면 됩니다. 나름 열심히 배우고 노력한줄 알았으나 나는 아직 많이 모자른 사람인가보다. 인터뷰도 아직 너무 많이 떨리고 아무리 나를 잘 소개하려해도 잘 안된다. 이런식으로 자신이 뭘 못하는지 솔직히 자세히 이야기 하면 됩니다. 그럼 인터뷰어가 기회를 줍니다. 그럼 잘하는건 뭐냐고.. 그때가 기회입니다

    • battery 12.***.15.50

      실패라고 스스로 규정하시기에는 아직 이르시지 않으신지요?
      참고로 저는 대장암 3기B에서도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모든것이 제가 믿는 그분의 은혜지요.
      분명히 살 길이 열릴 것입니다. 아직 끝났다고 미리 단정하지 마세요!
      기도하겠습니다.

    • 조언 104.***.40.169

      외사촌이 현재 의대에서 조교수로 있습니다.
      처음에는 박사학위 후에 무슨 연구소에서 일했는데
      몇년 전에 직업이 바뀌었더군요… 그게 50대에서 조교수가 된겁니다.
      그러니 힘내시고 뜻이 있다면 꼭 좋은 대학만 보지말고 시골의 대학도 살펴보세요.
      그리고 어쩜 동양인이라 교직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 흠… 73.***.5.211

      무슨 20군데 지원하고 안됐다고 이렇게 하소연을 하시나요? 100군데는 지원해보셔야죠? 포닥하는 동안 꾸준하게 지원하세요.

    • K 73.***.182.97

      길 잃으신 분도 아니고 실패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냥 일이 좀 꼬였을 뿐 입니다. 실력있고 성실한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뜨게마련 입니다. 사람 일이라는게 어처구니 없게 안되다가도 또한 우연찮게 잘 되기도 합니다. 저는 60대 입니다. 제 얘기를 이 곳에서 다 share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하늘만 쳐다보았던 적이 많았슴을 고백합니다. 지금 원글님이 할 일은 어떻게든 마음 추스리셔서 다시 뛰는 것 입니다. 필요하면 잠간 쉬세여. 하지만 독한 맘 먹고 다시 일어서세요. 반드시 기회는 또 옵니다. 원래 인생이 다 그렇습니다.

    • 동감 71.***.15.144

      K님, 동감 합니다.
      원글님, 원래 인생이 up & down 하면서 가는 겁니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주저 앉아 있으면 조류에 휩쓸려 익사하기 쉽상이고, 죽을똥 살똥 팔을 힘차게 저어야, 그나마 가라 앉지 얺습니다. 그러다 운때가 맞으면 비상도 할수 있기도 하구요. 그런때가 오지 않더라도 할수 없구요. 세상이치가 원래 그렇습니다.

    • 페더럴 98.***.78.34

      네트워킹이 중요하긴하지만 없어도 기회는 찾아올겁니다. 탑스쿨 졸업자이시니 기회가 더 많을거에요. 저도 비슷한 시기에 박사 졸업하고 포닥하면서 같은 시기에 취업준비를 했는데 그때가 취업문이 많이 좁아지는 시점이기도 했고, 120군데 이력서를 넣었고 그 중 겨우 페더럴 한곳에서 최종 오퍼받고 다니고 있습니다. 페더럴도 네트워킹으로 들어간다고 많이 들었는데 그런거 없이 수없이 많은 곳에 넣어보니 아주 좋은 조건으로 하나 걸리더군요. 게다가 저는 200위 후반 대학에서 박사졸업해서 120군데를 넣어 하나 된거 같습니다. 글쓴이분이 포기만 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가 더 많이 나올겁니다.

    • tegsta 76.***.61.17

      원글님, 힘내세요. 저도 미국에 가족들과 남아 회사 생활을 하면 애타던 시기가 제법 길었어요. 베이스 샐러리와 캐쉬 보너스는 렌트비, 생활비, 여행 몇 차례 다녀오면 저축할 돈도 안 남던 시기를 박사 후 수년간 했네요. 좀 고생스럽지만 빅테크 기업에서 일하면 돈 잘 준다는 말에 인터뷰 보기 시작했는데, 최종 인터뷰 후 오퍼 기다리며 피말리다 탈락하는 경험도 두어차례 했어요.
      결국은 빅테크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가족들과 매년 한국여행도 다녀오고 아이들 각종 액티비티 시키면서도 매년 10-20만 달러씩 주식 보너스 만큼은 저축을 할 수 있습니다. 인생 역전 스토리는 아니지만, 너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인내하고 노력하니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 한국미국 220.***.149.70

      포닥으로서 잡서치를 좀 늦게 시작했네요.
      그리고 20군데요? 미국은 100군데 이상 넣을 각오해야 합니다.
      R2 상위권 학교도 넣어보세요. 일단 permanent job 가서 실적낸 뒤, 원하면 옮기면 됩니다.

      실패자 아닙니다. 제가 볼때는 곧 교수직을 잡을 것 같네요.
      원래 지금이 가장 힘들 때입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스스로 자신감을 잃은 경우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힘내세요.

    • ㅇㅇ 194.***.136.51

      박사할 돈이랑 시간을 미국인이랑 연애하고 결혼하는데 썻더라면 지금쯤 영주권도잇고 이쁜와이프도잇고 집잇고 차잇고 애도있겟다ㅎㅎㅎㅎ

    • Aa 131.***.229.66

      빅가이, 빅랩, 네트워킹 그런거 전부 다 현실도피를 위한 핑계인거 아시죠? 모르시면 아셔야 합니다.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인터뷰에서 “이사람 아니다” 싶으면 안뽑습니다. 아무리 빅가이가 “뽑아라!” 라고 압력을 준다해도 R1에서 눈치보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네트워킹 잘해서 몇몇 사람이 “나 이사람이랑 친해” 라고 하면 뽑힐 것 같습니까? 인터뷰 할때의 마음가짐, 말투, Philosophy, 모두 한 번 다시 생각해 보세요. 안되겠으면 답변들 녹화해서 3자 입장에서 평가해 보세요. 나같으면 뽑을지 안뽑을지. 스펙은 서류를 위한겁니다. 최종적으로는 인터뷰에서 결정돼요.

    • 초보 71.***.213.100

      남일 같지 않아서 답글 남깁니다. 이민, 유학와서 힘든 사람 없고 사연 없는 집 없다는 상투적인 말은 도움 안되니 스킵할께요.

      직장이라는게 결혼처럼 하나만 잡히면 되는게 거기까지 가는 길이 길고 험난할 수도 있지만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쇼. 맛있는거 사 먹고 주말에 게임이나 취미활동 하고 충전 한 다음에 다음주 부터 다시 화이팅 하면 됩니다. 멘탈케어가 제일 중요합니다.

    • 124 69.***.172.199

      이제 1년 보내고 실패니 머니? 나중에 교수되고고 한 1-2년 해보다 연구비 못따면, 실험실 닫니 머니 하겠네. 빅가이 랩이 어떻고, 신임교수랩이 어떻고… 이런 핑계를 늘어 놓다니… 심정은 이해하지만, 님은 먼가 따끔한 소리 들을 필요 있어요.

      난 3-4년 동안 10군데 이상 온싸이트 인터뷰보고, 결국 테뉴어 트랙으로 들어 왔고, 테뉴어 받았고, 학교를 옮겨서 랩 운영하고 있음.

    • Elonito 119.***.52.170

      “실패한 자의 삶에 열광하는 자는 숙청대상이다.”

      – 대한민국 최고대통 박정희

    • loser 129.***.197.111

      조언 고맙습니다. 따끔한 말씀들도 되새겨보면 다 맞는 말씀이네요. 아직 온캠퍼스 비짓 한 번 하고 100번도 지원 안해보고 이 핑계 저 핑계만 댄 거 같습니다. 아무리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해도 R1 대학 서치커미티가 저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알아서 뽑았겠죠. 이런 저런 문제로 포닥을 오래는 더 못하겠지만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도전해볼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더 strong candidate가 될 수 있을까도 고민 중이고요. 위로되는 조언 따끔한 조언 모두 감사합니다.

    • 113322 96.***.104.162

      슬럼프네요. 극복하시면 길이 생깁니다. 버티세요

    • 동감 172.***.251.68

      인터뷰는 예정자가 없다면, 생각보다 신언서판이 많이 작용합니다. 본인의 인터뷰 스킬과 영어 스킬에 자신감을 불어 넣기 위해, 영어책 아무거나 좋습니다. 매일 20분 동안 읽으면서 녹음을 해서 들어 보세요.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지가 잘 보일겁니다. 한국어로 된 책을 읽어서 들어도 오글거리는데, 영어는 오죽 하겠습니까.아나운서와 배우들의 발음이 처음부터 깔끔한게 아닙니다. 몇개월 꾸준히 하시면 인터뷰에 많은 도움이 됄겁니다

    • 그이름쓰지마 108.***.193.131

      왜 loser 라는 닉을 씁니까. 힘 내요. 포닥은 아무나 합니까?

    • 112344 76.***.61.17

      그런데 인더스트리 잡은 안 알아보세요?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경력 좀 차면 20-30만불은 우습게 받을수 있는 기업들이 제법 되요. 분야만 맞으면 시니어급 타이틀 가지고 50만불 이상 가능한 빅테크들도 도전해 보시구요.

    • 그이름쓰지마 108.***.193.131

      ㅋㅋ 경력 좀 차면 2-30만불은 우습게 받을 수 있는 곳이 도대체 어디? 왜 야구 좀 연습해서 MLB 가라고 하지? 몇천만불은 우습게 받더구만 ㅋㅋ

    • 정신못차렸네 172.***.252.255

      글쓰신분 아직 정신 못차린듯. 박사졸업하면 대부분이 조교수 취업 보장되는 경영대도 100개 포지션 나면 100개 다쓰는데 무슨 배짱으로 20개만 쓰셨는지. 더군다나 R1언급하는거 보니 마켓 분석도 제대로 안한거 같은데 카네기 분류는 그냥 참고용이지 R1보다 좋은 R2도 많음. 중요한건 베이스 샐러리 & 티칭 로드와 연구지원이지. 인터뷰도 정말 각 학교마다 제대로 전략 짜서 했는지 돌아보시길. 핏은 지원자 스스로 맞춰야됨.

    • 통계 134.***.165.197

      살다보니 길을 잃었다 생각했던 순간도, 그저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던 것 뿐이더군요.
      현재 상황이 안 좋다고, 실패자라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상황은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합니다.
      1박2일 모든 걸 내려놓고 교외로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지나가다 73.***.11.221

      힘내세요! 저는 탑스쿨 졸업자도 아니고, 포닥은 신임 교수 밑에서 하고있고, 그랜트는 내는 족족 다 떨어졌어요.
      지금의 환경이 저보다 훨씬 더 나으십니다. 벌써 인터뷰 온사이트 경험까지 있으시니 한번 더 도전하시면 원하시는 결과 나오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