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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포닥입니다.
2024년 가을에 아카데믹 잡마켓에 도전했습니다.
핏이 잘맞는 자리로 약 20여군데 R1 학교 tenure track assistant professor positions 지원했고 (분야가 크지 않음)
2024년 12월-2025년 2월에 걸쳐 5군데 줌인터뷰를 보았고 봄에 한군데 온캠퍼스 비짓을 하였지만 결국 오퍼는 받지 못했습니다.온캠퍼스 비짓을 한 학교는 리서치 핏이 아주 잘맞는 편이 아닌데도 초청을 받아서 살짝 의아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다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리고 4월 5월… 제대로 혼란스런 상태로 보내고 있습니다.오늘 literature review를 하다가
우연히 제가 2월에 줌 인터뷰를 본 곳 중 한 곳(제 분야에서 탑스쿨…이지만 줌 인터뷰에서 묘하게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함)에서 3월부터 assistant professor가 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즉 저의 경쟁자 중 한 명이었겠지요.
그 분에 대해 좀 서치를 해 본 결과 제가 받은 인상은 저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비슷해 보였습니다 (리서치 핏이나 publication 수나 저널 임팩트 팩터, 출신 학교 등등).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 분이 이미 해당 학교에서 박사 후 포닥을 하고 있었고 지도교수가 바로 그 같은 학교에서 꽤 영향력 있는 교수더군요.최근 몇년간 반복적으로 탑스쿨에서 조교수직을 잡은 분들 대부분이 빅가이 랩 출신이더라구요.
이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나니까 힘이 빠집니다.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좋은 교수직 잡을 때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했을 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정말 중요한 거였구나 싶습니다.돌이켜보면 저는 최악의 선택만 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 같습니다.
박사과정을 신임교수와 하면서 논문을 뽑아내고 포닥을 영향력있는 빅네임 랩에서 하면서 조교수직에 도전해야하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저는 정확히 반대로 했지요; 박사과정을 빅네임 랩에서 하면서 멘토링은 최소한으로 받고 포닥은 신임조교수랑 했네요.
포닥에 지원할 때 빅네임 랩에 지원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박사과정 때 논문이 제대로 나온 것이 없어서 그런지 (실험하는 분야 아님) 빅가이 랩에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2024년부터 이런저런 인연으로 나름 영향력있는 교수들과 두개의 다른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긴 한데
이 과정에서 배우는 점도 있고 나름 네트워킹이겠지만
당장 잡마켓에서 얼마나 유의미하게 작동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논문 하나씩 같이 쓴다고 이 분들한테 추천서를 받을 수도 없고요.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포닥으로서 NIH 그랜트 지원이 무산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해서 기어코 펀딩을 따냈고요
그래서 2024년 가을에 줌 인터뷰 여러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포닥 지도교수가 던져준 연구주제가 좋은 저널에 실릴정도가 아니었는데도
제가 멱살잡고 어떻게든 novelty를 발견해내서 제 분야에서 좋은 저널에 출판한 적도 있습니다.하지만 이제는 길도 잃고 추진력도 잃은 기분입니다.
얼마나 naive했으면 내 주제파악도 못하고 교수직을 잡겠다고 출사표를 호기롭게 던진걸까
스스로 참 한심하네요.
10년 전에 운을 다 끌어다 써서 제 분야 탑스쿨 박사과정에 입학한 이후로 자기객관화에 실패한 건가 봅니다.한편으로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고도 느껴지네요.
처음에 줌 인터뷰 초청 받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느껴졌는데
어차피 안 될 거 생각하면 의욕도 사라지고요.
줌 인터뷰 한 개 한 개 최선을 다했는데
달랑 한 개만 최종까지 간 게 내가 정말 구려서 그런건지 아니면 마침 운나쁘게 hiring freezing이랑 맞물린건지 그것도 미지수고요.많은 고민끝에 올해까지만 도전해보기로 하고
좋은 학교에서 기회를 잡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고자 이런 저런 구상 중인데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생각도 많이 들고요.
그래도 7월초에 주립대 의대 한 곳에서 research director와 preliminary conversation을 30분 할 기회가 주어지긴 했는데
이제는 자신감도 없고 자기회의감이 많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