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 6년차, career path 조언 구합니다.

  • #2909257
    기계공학 75.***.142.26 5735

    여기에 기계 엔지니어 분들은 많지 않지만, 주변에 멘토가 없어 조언 구해봅니다. 저는 미국유학와서 주립대 기계공학 학부, 석사후 취업한 case입니다. 회사 통해서 영주권 받았고, 졸업후 줄곧 이 회사에서 일해서 5년을 채웠습니다. 기계 역학을 전공하였지만, 지금 하는일은 크게보면 signal processing 이 main입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career path에 관하여 조언을 받고 싶어서 입니다. 물론 제 분야 및 현재 상황은 본인이 가장 잘알아서,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그래도 기계 여러분야가 조금씩 비슷한 점도 있기에, 전반적인 기계공으로서의 path에 관하여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회사 전체 인원은 200명 정도이고 제가 근무하는 오피스에 100명정도 있습니다. 굉장히 세분화된 일을 하는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입니다. 회사는 안정적이고 pay도 기계석사 5년차 평균보다는 높은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동안 거의 비슷한 일을 반복하다보니, 이걸 계속해도 되는건지 회의감이 듭니다. 물론 클라이언트 상대하고, 아래 새로들어온 신입가르치고, 점점 엔지니어링 외에 다른 잡다한 responsibility는 조금씩 높아졌지만, 그래도 주된 엔지니어링 일은 똑같은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봅니다. 벌써 software개발도 되있고 셋업이 되있어서, input받아 프로그램 돌리고 결과 나오면 리포트쓰고 발표하는 일입니다. 솔직히, 저 아니더라도 똘똘한 대학 졸업생이 와서 1~2개월만 해보면 바로 저를 대체 가능한 일입니다.

    세분화된 일이라, 경쟁회사도 없고, 이 회사에서 아무일 없이 안짤리고 버틸수만 있으면 꾸준히 일이 있을것 같습니다만, 제 가장 큰 고민은, 너무 세분화된 일이라, 이 경력으로는 갈수 있는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경기가 안좋아 감원도 몇번 있었는데, 매번 보면 경력 7~15년차중에서 (외부에서 프로젝 따오는) 메니져 path 안타고 엔지니어링 일만하는 사람만 내보내더군요. 지난 몇년동안 반복되어서, 이제 6년차 되는 저로서는 곧 그 시기가 올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직할수 있는/이직하고 싶은 분야로의 마땅한 경력이 없어서 더 고민입니다.

    진작에 경력관리좀 하지라고 후회도 하지만, 지난일이 되어버려서 돌이킬수가 없네요. 핑계라면, 그동안 결혼, 여러가지 family matters, 영주권 sponsor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 해보고 싶다는 말도 못하고 주는일만 하고 가정에만 충실하며 살아왔던것 같습니다.

    석사때 전공을 살려 새로운 직업을 알아봐야하는지, 경력을 살려 (전기/전자 공부를 좀더하고) 그쪽으로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PE license는 있고요, 메니져 트랙보다는 엔지니어 트랙이 저한테는 더 맞는거 같습니다. (사실 project manager와 technical/research engineer의 중간인 project engineer까지는 괜찮은것 같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짤릴때 짤리더라도 열심히해서 계속 버텨야 하는지, 경력과 연봉이 조금 줄더라도 분야가 대중적이고 큰 프로젝을 할수 있는 대기업으로 옮겨야 하는지도 고민입니다. 기계공학이지만 auto cad, FEM tools(ansys)는 대학교 수업들을때 한두번 사용한게 전부입니다. 사실 client 회사들로 가서 일하고 싶습니다. (client 회사 세군대 다 직원 대우도 좋기로 유명한 fortune 대기업입니다) 하지만 client 회사에선 연관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일이기에 저희회사에 자문하는 거여서, 그 회사에서 제 경럭에 맞는 position은 없는것 같습니다. Open position이 있는건 아니지만, 케미컬 관련 두세과목 대학원 과목 듣고 시기를 봐서 지원을 해봐야하는게 바람직한가요? 두세과목만 듣고 취업 가능할거라고 제가 만만하게 보는건가요? 아니면, 대학/대학원 전공이였던 FEM쪽으로 경력 줄여서라도 알아보는게 장기적으로 좋은 career path일가요?

    두서없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좀 미안한데… 45.***.24.58

      하는 일은 제한되어 있어 특히 내세울만한것은 없고 그렇타고 연구개발을 할수 있는것도 아니고…월급만 많아지고…막 들어오는 신입을 시켜도 되는 일들을 월급 많이 주면서 회사입장에선 데리고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이런 현상 미국 대기업 한국 대기업 다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발달한다고 할까요. 경기 안 좋으면 바로 구조조정 대상되고…그게 인생입니다. 그렇타고 미국 대학원 석사… 코스웍 몇개 더 듣는다고 달라지는것 없어요. 그리고 미국 아주 큰 대기업 빼고…석사 박사학위자 전혀 필요없어요. 석사 박사학위자는 연구개발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 g 76.***.48.235

      FEM 이면 finite element method 말씀이신가요? 저는 전자/광전자 쪽인데 이쪽으로 소프트웨어 잘 쓰고 실제 디바이스를 이해할 정도면 시뮬레이션 쪽으로 잡을 잡을수도 있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전기전자 쪽이 주가 되어서 순수기계공학은 별로 도움이 안 되겠지만요. material science 나 physics 쪽으로 아시는 것도 도움이 되긴 하죠.

    • 흐음 166.***.125.75

      제 이야긴 것 같네요. 저도 예전에 회사 내에서는 잘 나가는 부서에 있었고 프로덕티비티도 좋았죠.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아서 출장도 가고 싶으면 가고 학회도 가고 싶으면 갔고 특허도 많이 썼고 컴펜세이션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5년차 쯤에 매너리즘에 빠졌는데 이유는 우선 하는 일이 똑같았고 전체적으로 인더스트리에서 파이가 작아서 회사가 어려워지면 마땅히 갈 데가 없는 것이었죠. 마침 매니져가 회사 내 다른 부서로 옮기면서 저도 데리고 갔는데 지금 하는 일은 인더스트리에서도 핫하고 아카데미에서도 핫한 분야라서 아주 만족합니다. 지금까지 하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지만요. 스킬들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괜찮은 것 같아요. 물론 특허니 논문이니 아직까지는 예전처럼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저는 아주 만족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님께서도 지금 그런 생각이 들면 옮기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회사 내 이동이라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시간을 주기 때문에 괜찮은데 다른 회사로 이동하려면 즉시 전력감을 원하기 때문에 최대한 전공을 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 Mmm 75.***.184.201

      자동차 회사를 적극 추천합니다. Autonomous drive 라든지 active safety emergency breaking software 조금이라도 관련 없나요?

      • 기계공학 73.***.199.61

        조언 감사합니다. 제가 해온것들이랑은 많이 다른것 같네요. 자동차 회사에서 구조역학쪽으로 하긴 하지만, 그쪽 software는 써본적이 없네요.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나가다 73.***.177.199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같은 기계 공학 전공으로서, 같은 외노자 입장에서, 비슷한 고민을 예전에 했던 입장에서 질문에 대한 후보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멜 남겨 주시죠.

      • 기계공학 73.***.199.61

        답변 감사합니다. 이메일은 engineer21c@gmail.com 입니다. 감사합니다. ^^

      • 지나가다 73.***.177.199

        이멜 보내드렸습니다. 여기는 기계 전공하신 분이 많지 않아서 반가워요.

    • 멘토 73.***.119.30

      직장내에서 기회가 있다면 기계설계 경험을 쌓기를 권합니다. 공학분야에서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전문가로 대우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의 expert가 되려면 학교서 배운 지식뿐아니라 수많은 성공과 실패라는 실무 (hands-on) 경험이 쌓여야하므로 제아무리 똑똑하고 최고의 학교를 나왔다고 처음부터 제대로된 설계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기계설계에 필수 skill인 도면 작성, GD&T (기하공차), 공차분석, 3차원 CAD 등은 기계 어느 분야를 가더라도 공통된 skill이기 때문에 자동차, 반도체 장비, 전자제품, IT 기기, 중공업, 조선, 항공 등등 어느 industry로 이직해도 든든한 자기 자산이요 무기가 되지요.
      위 skill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는 것도 아니기에 선배, 상사의 지도없이 혼자 설계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제품생산에 바로 적용할 정도로 에러없는 설계가 가능하려면 10년, 20년 이상의 경력 (+능력) 이 필요합니다. 저희회사 (저희분야 세계1위) 에도 CAD 붙잡고 그림은 멋지게 그리는 젊은 친구들 많이 있지만 그냥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멋있는 그림그리는거지 설계가 아니지요. 저를 비롯한 몇몇 고참들이 죄다 뜯어고치고 세세한 에러 다 수정해주지 않으면 아예 가공자체를 할 수 없는 수준의 설계, 도면밖에 안나오죠. 여기 약 10년 다니면서 이제 제 나이 50이 넘었는데 많은 제또래처럼 직장서 언제 짤릴까 걱정하는데 아니라 오히려 제 Job security가 갈수록 공고해짐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제 옆 동료도 나이가 60 중반인데 몇년동안 은퇴를 마음먹고 있는데 회사서 은퇴를 만류하고 있어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네번 industry를 바꿔 직장을 옮겼는데 말씀드린 설계기술은 어디서나 그대로 써먹습니다. 단지 새로운 industry의 설계요구사항이 달라 파악하는 적응기간이 어느정도 필요할 뿐이지요.

      FEM 기술로 job을 찾는건 좀 부정적인 견해입니다. 요즘은 Ansys등 FEM tool이 워낙 발전해서 tool 사용법을 조금 배우면 비전문가도 꽤 정확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어서 특별히 FEM 전문가를 따로 채용하기보다는 설계엔지니어가 교육을 받고 기본적인 것은 직접 다 합니다. 다시말해 설계할 줄 모르면서 FEM만 할 수 있다면 경력채용으로 갈 데 거의 없습니다.

      훌륭한 기계설계 엔지니어가 되려면 위에 언급한 설계기술만 갖고 있다고 되는게 아니고 (그건 그냥 기계쟁이, 장인) 거기에 기본 4대역학의 기초가 확실해야하고, 전기/전자, 재료, SW 등 주변 공학 지식과 더불어 남들과 차별되는 자기만의 깊은 주전공분야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요.

      원글님이 기계역학 (이게 진동분야 말하는거죠?) 전공이고 signal processing 분야에 종사하면서 자기분야로 너무 분야를 좁혀서 진로를 모색하니까 앞이 안보이는 듯 합니다. 크게 진동/소음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걸로 보면 되겠네요. 제 경험으로는 경력직은 내 전공분야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skill set 으로 어필해야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채용확률도 높아진다고 봅니다. 말씀드린 기계설계도 skill set이지 전공분야가 아니지요. Programming 을 잘한다면 그 skill을 요구하는 기계관련 job은 여러 industry에서 무지 많을테고 굳이 진동/소음 분야를 고집할 이유는 없잖아요.
      자신이 가진 경쟁력 있는 skill set 이 무엇인지 먼저 정리하시고 그 skill set을 요구하는 job 이 어느 industry, 어느 회사들에서인지 알아보시면 훨씬 job 찾기가 쉬울겁니다.
      말씀드린 기계설계 skill은 제품을 만드는 한 어느 industry에서도 요구되는 가장 general 하지만 또 전문가가 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그래서 나이들어도 환영받는 몇안되는 skill이기에 추천해봤습니다.

      • 기계공학 73.***.199.61

        시간내 주셔서 경험을 바탕으로 소중한 답변 감사합니다. 졸업때 부터 기계 설계쪽 취업을 생각하였기에,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는 분야입니다. 기계 설계분야는 스케일이 크고 한 프로젝트가 몇년씩 가는 경우도 본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인도 중국으로 outsourcing이 점점 되고, 경기를 많이 타는 사업분야가 아닌가요? project base로 운영되어서, industry 경기가 안좋을때는, industry에 모든 회사들이 힘들고 개인에 능력과 상관없이 부서 전체가 없어지고, 경기가 좋을때는 retire한 사람들까지 불러서 일해달라고 한다고 들었는데,, 물론 어느 분야든지 다 그렇겠지만, 좀더 up and down이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좋은 경험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job search때 너무 경험을 바탕으로만 찾으려 말고, skill set을 바탕으로 좀더 넓은 분야로 알아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g 76.***.48.235

          제 말이 그 말이죠. “이쪽으로 소프트웨어 잘 쓰고 실제 디바이스를 이해할 정도면”. => 여기서 실제 디바이스를 이해할 정도면 설계인데 박사, 박사급 인력이거나 학부 졸업 후라도 이쪽으로 계속 경력을 쌓은 사람이 가능한 길입니다. 처음부터 설계로 잡을 잡기가 어려우니 FEM 쪽은 엔트리로는 쉬우면서도 설계든 뭐든 필요한 쪽으로 경력이 쌓이면 되는거죠. 오히려 이런게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만.

          FEM 쪽으로 잡 잡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이걸로만 밀고 나가는게 아니라 FEM 계산을 처음부터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analytic model도 만들 수준이 되고 FEM, analytic model 둘 사이의 예상값, 계산값이 거의 근접하고, 실제로 만들었을 때 실험한 결과가 비슷하고, 게다가 공정 쪽에도 지식이 있어서 Fab 팀이랑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가 “실제 디바이스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라고 봅니다.

    • im 68.***.72.115

      이렇게 성의있게 젊은 친구들을 위해서 답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이 게시판을 계속 들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