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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투자은행에서 Quantitative Trading Strategist로 일한지 2년차입니다. 제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건 사실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선배님들의 고견을 듣고싶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졸업 당시에 구글을 포함한 여러 tech회사의 오퍼를 고사하고 투자은행으로 왔습니다. 백그라운드를 따라 트레이딩 시뮬레이터를 제작하며 보조일을 하다가 좋은 상사 덕분에 간단한 High Frequency나 Mid Frequency 트레이딩 전략을 짜서 돌려보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나 프랍은 아니기 때문에 Profit 인센티브는 따로 없습니다.
2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 퀀트 트레이딩 쪽에서 괜찮게 성공하는 쪽은 통계 쪽의 천재적인 머리가 있어 그 것을 이용한 알파로 수익을 내거나, 여러가지 시스템과 동향에 밝아서 적절한 전략을 시스템에 버무려서 수익을 내는 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박사도 아니고 수학 통계를 잘 하는 편이지만 천재들과 경쟁은 힘든 듯 하여 후자 쪽을 선택하여서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동료 박사 퀀트들도 리서치 쪽으로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위 부류 이 외의 일반적인 셀사이드 퀀트들은 월스트릿의 풍토와 다르게 굉장히 편하게 일하고, 적당히 승진도 하고 괜찮은 연봉에 9시-6시 일을하며 work life balance 있게 지내는 분위기 였습니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저는 현재 연봉만 따지면 Tech의 초봉이나 대우에 비해선 꽤 낮은 편이지만 (투자은행 연봉은 VP까지는 거의 레인지가 고정입니다.) 적당히 호봉(?)이 쌓이면 연봉도 높고 꽤나 편하게 일 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허나 고민이 있다면, 역시나 주류 트레이딩 전략가가 되려면 끊임없이 통계와 아이디어를 공부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초단타 전략을 연마하면서 Technical한 것을 열심히 하는 것에 더불어 따로 밤에 통계와 현존하는 전략들을 공부하려니까 힘이 부치고, 성과가 많지 않습니다. 뉴욕의 괜찮은 헤지펀드에 들어가려면 수익률 X를 요구한다던데 현재 그것의 20%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하였지만 이는 제 커리어를 위한 것이지 현재 은행에서는 제가 하는 데이터분석과 작은 프로젝트들에도 충분히 만족 하고 있습니다.
방향을 틀어서 머신러닝과 빅데이터에 집중하고 더 빠르고 나은 시뮬레이터 개발에 집중하려 하니 결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더라구요. 이럴 거면 잘 안되는 전략가 때려치고 헤지펀드 프로그래머가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그러던 와중에 구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팀은 제가 위에 말한 관심 분야대로 데이터 분석 쪽입니다. 졸업 당시보다 더 많이 고민되더라구요.
지인들의 의견은 비록 작고 인센티브 없지만 직접 트레이딩 전략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은데, 좀 더 경험을 하고 엔지니어로 돌아가는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보류하라는 의견과
어차피 개발 능력과 데이터 분석을 주 무기로 쓸꺼면 미련없이 움직이는게 낫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구글 뿐만 아니라 일반 트레이딩 펌의 개발자 포지션 포함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