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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로 혼자서 개발일을 해오던 1년 경력의 닷넷 개발자입니다. 갑자기 팀원 5-7명이 생길 예정인데 그렇게 일한 경험이 없다보니 어떻게 일하는게 팀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인지 선배님들의 귀중한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제 배경은, 한국 IT경력없이 미국 컴싸 1년짜리 석사유학와서 학기 중에 100명 정도의 작은 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하고,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풀타임으로 일해온지 9개월 되었습니다. IT팀은 있지만, VP만 개발자 출신이고, 매니저나 다른 팀원들은 간단한 쿼리나 윈도우폼에 대한 일부 지식만 갖고 있고 대부분의 개발 프로젝트는 외주를 주는 상태였습니다. 저를 기술적으로 지도해줄 수 있는 분이 없다보니 정말 맨땅에서 무식하게 독학하고 운좋게 어찌어찌 이런저런 이슈들도 쳐내고 버티다보니 어느새 혼자 웹앱,데스크톱앱, 서버, DB, BI, 네트워크 아주 중구난방으로 다 걸쳐져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주주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되었구요.
그런데 회사 규모가 좀 커지려는지 제가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아지면서 시간마다 이 회사 저 회사 컨퍼런스콜만 해대다 저녁 되서야 코딩을 시작하고 결국 밤을 계속 새야하니 누가봐도 이건 진짜 아니다 싶은 상황이 약 세달간 지속되어 왔습니다. 참고로 흔히 언급되는 악덕 한인업체는 아니고 그냥 20여년된 작은 미국 회사입니다. 저도 살아야 하니까 미친놈처럼 일한면도 있고요. 그리고 지난주에 갑자기 VP가 별도 개발조직을 만들겠다며 개발자 5-7명 뽑게 해줄테니 조만간 리드 역할을 할 준비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날부로 HR에서 이력서들을 밑도 끝도 없이 다 포워딩하는 중이구요. 타이틀 바꿔주고 연봉 올려주고 영주권도 해준다니 좋기야 하지만 그저 무식하게 혼자 몸으로만 때워오고, 팀으로 일한 경력이 없는 저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상황입니다.
아는게 없으니 질문도 두서가 없습니다, 선배님들께서 보실때 저는 무엇을 신경써야 할까요? 주말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아래와 같은 고민이 우선 있습니다.
1. 누굴 뽑아야 하나요:
이력서는 계속 받아올테니 원하는 방식으로 면접보고 알아서 풀타임 파트타임 적당히 섞어 뽑으랍니다. 필요하다 싶은 스킬셋을 역할별로 리스트업 해놓고 경력자 중심으로만 뽑으면 저도 다른 회사의 선진 문물이나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태도 좋은 신입을 뽑아서 같이 맨땅 헤딩 계속 하면서 체계를 구축해가는게 맞을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냥 1년 경력에 대부분 독학으로만 배운거라 제 실력에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2. 직접 가르쳐야 하나요:
그 동안 잠깐잠깐 같이 일하던 인턴들이 있었는데 솔직히 질문 답변해주고 가르치다 시간 많이 잡아먹었고, 이제 좀 같이 일할만하다 싶으니까 딴데로 홀라당 가버리고 엄청 허망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때야 한번에 1-2명이니까 업무시간에 짬내서 가르치기라도 했지 솔직히 5-7명한테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같이 날 정해서 코드 리뷰를 한다거나 기술 세미나를 한다거나 하는 것 외에는 질문은 최대한 자제시키면 알아서 성장할 사람은 성장하고, 영 못따라오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하면 되는건가요?3. 팀 프로젝트 관리하는 핵심이 뭘까요:
프로젝트들 우선순위 윗선에게 컨펌받고, 각자에게 마일스톤 정해주고, 매 주라던가 몇 일에 한번씩 진척상황이나 여력에 맞게 목표 수정하고, 또 위에는 진행상황이나 이슈 잘 정리해서 보고하고 하면 되나… 라고 상상을 해보는데 좋은 노하우가 있을까요?4. 팀 프로젝트 툴을 쓰면 편한가요:
이게 좀 우스운데.. 제가 닷넷 기반이다 보니 혼자서 VSTS 계정 만들고 일인다역으로 혼자 프로젝트별로 칸반이나 스크럼 관리하면서 쓰고 있었는데요, 혼자니까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조금 바빠지고 여기저기 이슈들이 마구마구 자라난다 싶으면 안 쓰게 되고, 그냥 이메일이나 전화로 때우고 습관 들이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팀으로 일할때는 이런 툴을 엄격하게 쓰는게 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일까요.5. 상사한테는 어떻게 업무보고 하시나요:
인턴때부터 데일리 로그라고 해서 매일 퇴근하기전에 매니저랑 VP한테 그날한거 못한거 이슈 생긴거 간단히 이메일 쓰는걸 자청해서 해오고 있었습니다. 혼자 한일 정리하는 거니까 한 5분 투자하면 되는건데, 이게 여러 사람한테서 나오는이슈를 매일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하면 그 일만으로 발목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 말한 VSTS같은 계정에 접근 권한 드려서 그거 같이 보면서 함께 디테일한 상황을 공유해볼까요.. 라고 권하면 그것도 너무 디테일해서 싫어할 것 같고. VP가 그린베레 + 조지아텍 컴싸 출신이라 뭔가 군대스런 IT를 지향하는것 같은데(저보고 군대스럽게 일해서 좋다고 칭찬하길래..) 어렵네요. 이것도 정치력이라면 정치력인것 같은데 솔직히 가장 모르겠는 부분입니다.아이고 말이 깁니다. 주변에 멘토로 삼을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삼겹살 소주라도 구우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청하겠는데 솔직히 시골 지역에서 그저 매일매일 살얼음 걷듯이 살아오고 있는 중이라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일요일 밤 잘 보내시고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