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과 팀으로 일하는 좋은 방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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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 173.***.159.158 1464

    안녕하세요.

    주로 혼자서 개발일을 해오던 1년 경력의 닷넷 개발자입니다. 갑자기 팀원 5-7명이 생길 예정인데 그렇게 일한 경험이 없다보니 어떻게 일하는게 팀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인지 선배님들의 귀중한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제 배경은, 한국 IT경력없이 미국 컴싸 1년짜리 석사유학와서 학기 중에 100명 정도의 작은 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하고,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풀타임으로 일해온지 9개월 되었습니다. IT팀은 있지만, VP만 개발자 출신이고, 매니저나 다른 팀원들은 간단한 쿼리나 윈도우폼에 대한 일부 지식만 갖고 있고 대부분의 개발 프로젝트는 외주를 주는 상태였습니다. 저를 기술적으로 지도해줄 수 있는 분이 없다보니 정말 맨땅에서 무식하게 독학하고 운좋게 어찌어찌 이런저런 이슈들도 쳐내고 버티다보니 어느새 혼자 웹앱,데스크톱앱, 서버, DB, BI, 네트워크 아주 중구난방으로 다 걸쳐져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주주는 일도 거의 없다시피 되었구요.

    그런데 회사 규모가 좀 커지려는지 제가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아지면서 시간마다 이 회사 저 회사 컨퍼런스콜만 해대다 저녁 되서야 코딩을 시작하고 결국 밤을 계속 새야하니 누가봐도 이건 진짜 아니다 싶은 상황이 약 세달간 지속되어 왔습니다. 참고로 흔히 언급되는 악덕 한인업체는 아니고 그냥 20여년된 작은 미국 회사입니다. 저도 살아야 하니까 미친놈처럼 일한면도 있고요. 그리고 지난주에 갑자기 VP가 별도 개발조직을 만들겠다며 개발자 5-7명 뽑게 해줄테니 조만간 리드 역할을 할 준비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날부로 HR에서 이력서들을 밑도 끝도 없이 다 포워딩하는 중이구요. 타이틀 바꿔주고 연봉 올려주고 영주권도 해준다니 좋기야 하지만 그저 무식하게 혼자 몸으로만 때워오고, 팀으로 일한 경력이 없는 저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상황입니다.

    아는게 없으니 질문도 두서가 없습니다, 선배님들께서 보실때 저는 무엇을 신경써야 할까요? 주말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아래와 같은 고민이 우선 있습니다.
    1. 누굴 뽑아야 하나요:
    이력서는 계속 받아올테니 원하는 방식으로 면접보고 알아서 풀타임 파트타임 적당히 섞어 뽑으랍니다. 필요하다 싶은 스킬셋을 역할별로 리스트업 해놓고 경력자 중심으로만 뽑으면 저도 다른 회사의 선진 문물이나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태도 좋은 신입을 뽑아서 같이 맨땅 헤딩 계속 하면서 체계를 구축해가는게 맞을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냥 1년 경력에 대부분 독학으로만 배운거라 제 실력에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2. 직접 가르쳐야 하나요:
    그 동안 잠깐잠깐 같이 일하던 인턴들이 있었는데 솔직히 질문 답변해주고 가르치다 시간 많이 잡아먹었고, 이제 좀 같이 일할만하다 싶으니까 딴데로 홀라당 가버리고 엄청 허망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때야 한번에 1-2명이니까 업무시간에 짬내서 가르치기라도 했지 솔직히 5-7명한테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같이 날 정해서 코드 리뷰를 한다거나 기술 세미나를 한다거나 하는 것 외에는 질문은 최대한 자제시키면 알아서 성장할 사람은 성장하고, 영 못따라오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하면 되는건가요?

    3. 팀 프로젝트 관리하는 핵심이 뭘까요:
    프로젝트들 우선순위 윗선에게 컨펌받고, 각자에게 마일스톤 정해주고, 매 주라던가 몇 일에 한번씩 진척상황이나 여력에 맞게 목표 수정하고, 또 위에는 진행상황이나 이슈 잘 정리해서 보고하고 하면 되나… 라고 상상을 해보는데 좋은 노하우가 있을까요?

    4. 팀 프로젝트 툴을 쓰면 편한가요:
    이게 좀 우스운데.. 제가 닷넷 기반이다 보니 혼자서 VSTS 계정 만들고 일인다역으로 혼자 프로젝트별로 칸반이나 스크럼 관리하면서 쓰고 있었는데요, 혼자니까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조금 바빠지고 여기저기 이슈들이 마구마구 자라난다 싶으면 안 쓰게 되고, 그냥 이메일이나 전화로 때우고 습관 들이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팀으로 일할때는 이런 툴을 엄격하게 쓰는게 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일까요.

    5. 상사한테는 어떻게 업무보고 하시나요:
    인턴때부터 데일리 로그라고 해서 매일 퇴근하기전에 매니저랑 VP한테 그날한거 못한거 이슈 생긴거 간단히 이메일 쓰는걸 자청해서 해오고 있었습니다. 혼자 한일 정리하는 거니까 한 5분 투자하면 되는건데, 이게 여러 사람한테서 나오는이슈를 매일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하면 그 일만으로 발목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 말한 VSTS같은 계정에 접근 권한 드려서 그거 같이 보면서 함께 디테일한 상황을 공유해볼까요.. 라고 권하면 그것도 너무 디테일해서 싫어할 것 같고. VP가 그린베레 + 조지아텍 컴싸 출신이라 뭔가 군대스런 IT를 지향하는것 같은데(저보고 군대스럽게 일해서 좋다고 칭찬하길래..) 어렵네요. 이것도 정치력이라면 정치력인것 같은데 솔직히 가장 모르겠는 부분입니다.

    아이고 말이 깁니다. 주변에 멘토로 삼을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삼겹살 소주라도 구우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청하겠는데 솔직히 시골 지역에서 그저 매일매일 살얼음 걷듯이 살아오고 있는 중이라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일요일 밤 잘 보내시고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나가다 76.***.195.119

      시니어 프로그래머나 리드 프로그래머없어요? 보통 이런 레벨들이 프로젝트 리드하고 지시합니다. 무슨 회사가 1년경력된 사람한테 팀을 맡기죠?

    • 한국투미국 99.***.113.82

      7명 주니어 뽑을 돈으로 제가보기엔 리드 시니어 한명 일 좀 할줄아는 주니어 두세명이 나을거 같은데요.

    • 궁금 173.***.159.158

      저도 그냥 갑자기 통보받은 일이라 아주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하던대로 하면 되는거야!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하는 VP한테(그 다음날 지나가던 CEO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감… 분명 이런건 한국에서 상사들이 가끔 술자리에서나 외치던 소리인데..), 그 돈으로 시니어나 리드나 아니면 좀 경력 있는 분들을 뽑으시지요… 나한테 그런거 시키면 뭔 일 터져요.. 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영주권 절차도 바로 들어갔는데 제 처지(OPT)에 뭐라 하겠나요. 일이 어쨌거나 벌어지고 있으니 대처할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아… 진짜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어서 주말내내 복통에 고통스럽네요.

    • 지나가다 76.***.195.119

      어차피 7명 새로 들어온다면 그중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한테 다 밀리게 되어있습니다. 기술직은 실력잇는사람이 넘버원입니다. 사람뽑을때 최소 3년이상 큰회사경력있는 사람뽑으면 님이 안말안해도 자연스럽게 정리될겁니다.

      • 궁금 173.***.159.158

        깔끔한 답변 감사합니다. 실력자한테 밀리는거야 당연하겠지만 그 와중에 짤리지는 않도록 바래야겠네요. 어쨌든 큰 회사 3년 이상 경력있으신 분들이 오시면 안정이 될 것이란 말씀이시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 Djdk 24.***.177.14

      위에 조언이 좀 납득이 안가네요. 자신보다 못한 사람으로 팀을 꾸리면 망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을 생각 해 보시고 그 부분에 열정과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뽑으세요.

      • 궁금 173.***.159.158

        음.. 저는 윗분이 저보다 나은 사람으로 팀을 꾸리면 해결된다고 말씀하신걸로 이해했는데 아닌가요? 어쨌든 열정과 능력이 중요하지요. 감사합니다.

    • 이런 71.***.15.211

      저는 일단 IT분야는 아닌데요.. 상황이 쫌 이상하네요… 지금 VP하고 CEO는 글쓴분을 어떤 새로운 팀의 팀장을 맡기겠다는건지 아니면, 새로운 팀을 만들 동안만 팀장 노릇을 하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는데요, 어떤것이든 머리가 많이 아프겠습니다. 글고 님의 현재 경력과 경험이 많은 않지 않은 상태에서는 둘다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거 같아요. 일단 팀장이나 매니저 같은 일을 하면, 관리업무땜에 technical한 부분의 감각이 무뎌지고, 나중엔 시장발전을 따라가기 힘든 지경까지 갈수도 있어요. 그리고 경력직 팀원들이 경력 짧은 팀장의 업무지침과 방향을 고분고분 잘 따라 올까요? 그렇다고 자기 상사 노릇을 할 경력 많은 팀장을 뽑는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구… 어쨌든 일을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경력이 많이 쌓일때까진 외노자는 technical expert가 될려고 노력하는게 길게 봐서 유리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다른 회사로 옯기기도 쉬울편일거구요… 상황에 맞게 잘 처신하시길…

      • 궁금 173.***.159.158

        일단 팀을 이끌라고 얘기를 들었구요. 다른 얘긴 없었지만,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바로 레이오프 살벌하게 해버리는 회사 분위기로 봐서는 실력 좋은 분이 오시면 바로 그 분 중심으로 개편이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개발 경력이 짧으니 매니징 역할보다는 개발자로 좀 더 실무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라고 나름 공손히 말은 해봤는데 괜찮아 다 경험이야 할 수 있어하고 넘겨버리더라구요. 제 식견에 경영진의 속내를 판단하기는 참 어렵지만, 제가 나이든 외국인으로서 CS 선택한 이유야 뻔한건데 실무를 아예 놓지 않으려면 결국 잠 줄여야하고, 그러다 번아웃 할까봐 그건 그것대로 걱정입니다. 워라벨 찾아 한국 떠나온건데 뭐가 이러냐 싶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어쨌든 개발 능력을 같이 키울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dgssdg 71.***.40.68

      토사구팽이겠죠.
      님이 초반에 새로온 사람들 적응시키기만을 바라는거지 더 큰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 이상은 님의 능력에 따라 달린것이니 vp얘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지요. 님의 능력도 판별해볼겸.

    • dgssdg 71.***.40.68

      그동안 열심히 일해도 돈못받았던거
      월급이나 듬뿍 최대로 올려달라고 질르세요. 어떤애들이 새로 들어오건 말건간에 일단 큰소리는 쳐놔야.

      • 궁금 173.***.159.158

        예..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해야죠. 혹시라도 나중에 성과가 있어서 큰소리 칠 수 있는 날도 오면 좋겠네요.

    • 1245 174.***.6.203

      일단 영주권 받으시고 큰소리 치세요.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고 도박일 수 있습니다. 원글님의 실력은 인정하나 메니지먼트 경험이 없음에도 포지션을 주는 것은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지요. 그러하니 긴 안목으로 보시고 인내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임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자체 개발 인력이 많아지는 것이니 더 많은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원글님이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계시니 원글님의 계획에 맞추어 잘 처신 하시면 될 것입니다.

      • 궁금 173.***.159.158

        이래저래 많은 일을 겪어야할 것 같지만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일을 해야겠네요. 긴 안목으로 신중히 처신하라는 말씀에 특히 감사드립니다.

    • -_- 142.***.216.66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크게 이상한 절차라고 보이지 않는데요 ?
      제 경험상 실력도 중요하지만 미국회사에서 loyalty among current emplyee 를 가장 중요히 하는것같습니다.
      상사 입장에서는 어디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단순 이력서 만으로 알길이 없는 자칭 고급 개발자보다는 개발능력이 부족할지라도 같이 일해오고 힘든 시간도 같이 보낸 현재 직원을 신임하고 일을 맡기기 마련인것같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본인은 Project/Product manager 포지션으로 팀을 이끌어가고 핵심 개발업무는 경험있는 개발자들에게 주어주는것도 나쁘지 않을것같습니다. 이미 대분에 시간과 미팅과 보고로 보내신다기에…
      일단은 나 자신이 이 팀안에서 어떻한 포지션이 될것인가를 고민해본다음 ( 상사와 상담해보는것도 ) 어떻한 개발자를 구할것지 생각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1 – It wouldn’t be such a bad idea to hire one lead developer first and then discuss the overall architechture of the software with him/her and then decide what other man power you may need. Or pay someone with such expericence for few hours to discuss the matter ( consulting fee ? )

      2 – Let the lead teach the new commers, don’t waste your time and energy on teaching every individual.
      If you hire the right one, they can pull it off

      3 – Depends on the project size, style, biz culture … There is no right or wrong here.
      But assuming it’s going to be more like startup environment. Again, find someone who can help you even if you have to pay them out of your own pocket.

      4 – Yes. In the beginning it would be difficult you and everyone to get used to tools and sync everything but once settled down, it will make everyone’s life easier. Start with something small and simple and change or replace as the project goes.

      5 – IMPORTANT ! !! If you want to be the lead , make your self the main person who report to your boss and make the team’s communication go through you.
      I know it may seem like a waste of time but controlling the communication channel is vital if you want to lead and stay on top.
      Some bosses may want to micro manage in the beginning but as time goes you and your boss may fine a simpler and more efficient method to communicate.
      Create some plans/options and discuss with your boss which method he/she would prefer, let them decide and be responsible for their actions

      • 궁금 173.***.159.158

        상세한 조언 감사드립니다. 말씀해주신 내용 따로 복사해놓고 여러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원래 매니저가 본인이 내쳐지는건줄 알고 분위기가 안좋고 저도 불편했는데, 디렉터 승진 예정이라는 얘길 듣고 다시 좋아져서 같이 상세한 역할에 대한 면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실력 있는 팀원을 만난다면 역할 분담을 잘 해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한 조언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_- 207.***.90.114

          질문 하나하나에 어떻게든 혼자서 해보려고 하는 절실한 의지가 보여 뭉클해져서 어설프게나마 제경험을 바탕으로 몇줄 올려봤습니다.
          일이 잘풀리셨다니 다행입니다, 얼핏 상황을 보기에도 이런 절차로 나아가실것같은 감은 왔습니다.
          제가 보기엔 초년에 굉장히 잡기 힘든 기회가 온것같내요. 놓치지 마세요.
          부족한 경험은 몸으로 -_-;; 때우면 됩니다.
          시간이 좀 흐른후 이과정이 어떤 결과로 남게 돼는지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