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동업자입니다. 테뉴어 직전에는 한참 피폐할 때라서 모든 환경이 다 힘들고 무의식적으로 도피성 결정을 내리기 쉽습니다. 테뉴어 후에는 비교도 못하게 인생이 널럴해지면서 온 동네가 사랑스러워 보일 테니 일단 그 때를 누려보고 고민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연구년도 다녀오셔야죠.
저는 학계 오기 전에는 실리콘 밸리 대기업에 있었는데 이쪽이 더 자유롭고도 안정적이며 미래 걱정이 안 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차차 내가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시간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이구나 깨닫는 바도 있고요. 요새는 방학 때 몇달간 한국 가서 부모님 뵙거나 여행 다니면서 미팅은 줌으로 처리하니 이래서 자녀들에게 교수 하라고들 하는구나 싶습니다. AI로 사람들 우수수 잘려나가는 불확실한 시대에도 테뉴어 덕분에 안심되고요. 영주권이나 시민권도 학계가 훨씬 안정적으로 빨리 나옵니다.
곧 심사 들어간다고 하시는 걸 보니 올해 제출하시고 내년 봄에 결과 나오시나요, 아니면 내년에 제출하시나요? 전자라면 이것저것 고민해 보실 때가 맞기는 합니다. 자료 만드셨으니 일단 이번 가을부터 다른 학교를 많이 지원해보세요. 다른 자리를 구하실 수도 있고, 오퍼 받으시면 테뉴어 받고 부교수 올라갈 때 연봉 협상도 가능합니다. 후자라면, 제일 힘드실 때지만 딴생각 말고 일단 테뉴어부터 집중하시는 게 좋고요. 일단 테뉴어부터 받으신 후 대학이 많은 도시로 차차 옮겨보시는 게 어떨까요. 저는 대도시 사립대에 있는데 집도 도심에 샀고, 연구비로 학회 겸 여행도 다니고, 교수 연봉으로 살만합니다. 물가에 맞춰 연봉도 당연히 올려주니까 두 분이 같이 벌면 나쁘지 않을 겁니다.
어쨌든 두 분도 때가 아니고, 지금 이직하시기에는 너무 정치경제적 상황이 안 좋습니다. 아시니까 몇 년을 두고 이야기하신 거겠죠. 회사도 학교도 자리가 별로 없어요. AI 때문에 학생들도 구직을 못하고 친구들에게 들어도 뭐가 어떻게 변하는지 너무 빨라서 몇년 후가 짐작이 안 됩니다. 참, 전공이 AI 쪽이라면 예외입니다. 그쪽 전공이시라면 한 분이 지금 인더스트리로 가서 바짝 벌고 다른 분은 학계에서 안정적으로 계셔도 되겠네요. 그러다가 학계로 돌아오실 수도 있을 걸요. 그래도… 테뉴어와 영주권/시민권은 따두시는 게 훨씬 유리하죠. 돌아올 때나, 심지어 회사와 연봉 협상할 때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