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편
배는 점점 더 기울고 있었어요. 금이 간 격벽 사이로 바닷물이 미친 듯이 밀려오고, 바닥에서는 금속들이 서로 부딪히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저는 난간을 붙잡고 균형을 겨우 유지하며 선장님 쪽을 보았어요.
선장님은 여전히 선장실 문을 도끼로 내리치고 계셨어요.
“이 년 어디 갔어! 문 열어!”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가 없었습니다. 불체 여성은 분명히 안에 있는데…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어요.
부선장님은 갑판 한쪽에서 무릎을 꿇고 떨고 있었고, 계속해서 같은 말만 중얼거리셨죠.
“내가 안 죽였어… 내가 안 죽였어… 난 아무 것도…”
그런데 그 순간—
격한 굉음과 함께 배 전체가 아래로 ‘푹’ 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차 충격이 온 겁니다.
저는 갑판에 넘어졌고, 땅이 기울어지면서 바닷물이 허리까지 차올랐어요. 몇몇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챙기려 뛰어다녔지만, 어디선가 굵은 금속이 ‘쾅!’ 하고 떨어져내리며 그들을 가로막았습니다.
“모두 상갑판으로 올라가! 내려가지 마!”
선장님이 외쳤습니다.
그 와중에도 도끼는 손에서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때—
선장실 창문 너머로 흰 연기가 천천히 새어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와 선장님 둘 다 한순간 멈춰 서서 그걸 바라봤습니다.
“연기…?” 제가 말했습니다.
선장님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낮게 중얼거렸습니다.
“…설마…”
곧이어 선장실 내부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엔진 시동과는 다른, 더 가늘고 규칙적인 소리.
“저건… 통신장비인데…?” 제가 말하자 선장님 얼굴이 굳었습니다.
“전파 쐈다. 위치 발각됐어.”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때 갑자기, 위쪽 하늘에서—
드드드드드드드드드…
익숙한, 하지만 지금은 절대 들려선 안 되는 드론 프로펠러 소리가 울렸어요.
저 멀리, 검은 점이 빠르게 가까워져오고 있었습니다.
선장님이 이를 악물고 말했습니다.
“저 년… 구조신호 보냈구만.”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구조신호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잡히는 신호는 대부분 ‘군사용 탐지’였거든요.
우리를 구하러 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러 오는 겁니다.
배는 이미 반쯤 잠겨가고 있었고, 기울어진 갑판 위로 바닷물이 계속 차오르고 있었어요.
그때, 선장실 문 안에서—
딸깍.
문이 잠겨 있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이 아주 천천히, 바람도 맞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열렸어요.
안은 어둑했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전선 몇 가닥만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전진할수록, 차갑고 습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습니다.
저는 숨을 삼키며 선장님 뒤에 섰어요.
그리고—
열린 문 틈 사이로, 선장실 바닥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불체 여성.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그녀는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살아 움직이며 배를 조종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저기 봐라.”
선장님이 낮게 말했습니다.
여성의 손이 통신장비 위에 올려져 있었고, 장비는 여전히 미약하게 깜빡이며 전파 송신 중이었습니다.
선장님이 이를 갈며 씩 웃었습니다.
“살아있으면 내가 죽여야 하고… 죽어있으면 또 문제가 생기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다 위로 다시 한 번 굉음이 울렸습니다.
이번엔 아까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저는 반사적으로 난간을 붙잡고 몸을 웅크렸어요.
그리고 다음 순간, 하늘에는—
커다란 불빛 둘이 떠 있었습니다.
드론이 아니라,
더 큰 무언가.
군용 헬기 두 대.
탐조등이 저희 배 위를 좌우로 훑기 시작했습니다.
기울어진 갑판 위, 선장님과 저, 그리고 반쯤 침수된 배 전체가 하얗게 드러났습니다.
선장님이 이를 악물고 속삭였습니다.
“…이젠 숨을 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