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들에 대한 댓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면이 있지만, 그게 근본적이고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댓가를 제대로 지불 안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고요,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어서 그런 현상도 나타난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IT는 20년 전만 해도 별로 봐줄거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모두 한심했고, 일을 시켜보면 인도보다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많이 다르죠. 수십년을 앞서 시작한 인도는 그냥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중국은 세계를 넘보는 수준입니다. 솔직히 한국은 그에 비하면 고착되고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비하/찬양의 차원을 넘어서 중국이 어떻게 그렇게 되었나 살펴봐야 합니다. 동시에 인도는 왜 그 모양 그꼴인가도 말이죠.
인도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하지만, 삶의 태도와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지만, 그 성공의 종류가 경제적으로 먹고 살만한 것 그 뿐입니다. 그래서 세계를 앞서 나가는 속도의 기술 개발 같은 힘들고 리스키한 일은 이미 자본을 보유한 사람들이 잘 안합니다. 그냥 그걸 유지하고 누리려고만 하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능력자들이 있기 하지만, 그 사회는 고만고만한 수준일 뿐입니다.
중국의 IT쪽 개발자, 발명가, 사업가들은 경제적 안정과 그것의 유지에 더해서 인도 본토인들에 비해 꿈을 크게 꾸고 도전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역동적인 분위기가 되지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재도 자꾸만 모입니다. 지난 20년간 계속 빌드업 되어온 것입니다. 중국 정부 지원도 한몫 했겠지만, 이것은 정부 시책으로 설명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반면 한국은 어떤지요? 젊은이들이 진취적으로 도전하는 분위기인가요? 전혀 아닙니다. 지금은 인도에 더 가까운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으로 돈 벌 수 있는 수단을 얻으려고 공부하고 일합니다. 그리고 그 단계에 가면 소비하며 노는 것이 꿈이지요. 중국의 성황이 정부 시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한국 IT의 기 꺾임에는 정부시책이 큰 영향을 준게 불보듯 뻔히 보입니다. 관리의 한국. 신기술이 싹트는거 같으면, 일단 정부에서 관리에 들어갑니다. 돈을 묶어 놓고 정부 과제 같은걸로 만들죠. 신기술은 과제 제안서를 판단할 평가단도 부실합니다. 엉뚱한 소리만 하고, 기간의 3/4을 제안서로 씨름하는 것에 보내고 겨우 돈을 타서 1/4의 시간에 맞춰 결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한 예를 들면, 수년 전 AI로 데이타 축적 및 분석하는 제안을 했더니, 평가위원 중 그런걸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아는게 데이타베이스 였는지, 제안서 피드백에 DB 스키마를 제출하라고 하는겁니다. 이런 수준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래 지향적이고 진취적이고 똑똑한 인력들은 기술을 눈부신 속도로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그저 돈 짜내는 방법만 연구하게 됩니다. 정부가 만들어 논 시스템 안에서 말이죠. 기술은 그냥 시키면 하는 허드렛 일이고, 무조건 푸쉬하면 얻어지는 것 정도로 생각하며, 시스템에서 게임하여 돈 버는데 집중하는 업체들이 가득하다면, 당연히 인재에 대한 대접은 나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거 하기 싫으면 중국이든 미국이든 가는 겁니다. 당장 임금이 조금 낮더라도, 한국에서 마음대로 꿈을 펼치고 발전할 수 있는 신나는 분위기라면 많은 사람들이 떠나기는 커녕 해외에서 몰려들겁니다. 현실은 꽉 막히고 답답한 분위기라는거죠. 이게 누구 탓이고, 어떻게 바꿀 수 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