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에게 한국식으로 살라고 또는 한국인으로 살라고 가르치는게 아닙니다. 다른 언어를 할 줄 알고 문화를 안다는게 얼마나 큰 asset인데요. 그걸 쉽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린다는건 바보같은 짓입니다. 내 대학 때 절친이 이탈리아계인데, 자기 형과 누나는 이태리어를 배웠는데, 자기만 못배웠다고 너무 아쉬워 하더군요. 형이 학교가서 놀림을 당하길레 부모가 안가르쳤다고 합니다. 자기가 뗄레야 뗄 수 없는 타고난 연결점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게 애들 자신의 identity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죠? 미국에서 영어만 하며 산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부모에게 배운걸 얼마나 활용하냐, 가치있게 생각하냐는 애들 각자에게 달린 것이고, 부모는 물론 거기엔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우리 애들은 집에서 조금 가르친 정도였고 그러다보니 둘째는 한국어 듣기 수준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가더니 자기가 배우고 싶다며 스스로 열심히 하더군요. 지금 와서 하는 얘기인데, 당시에는 사춘기 때 뭔가 더 “한국인” 같은 모습을 가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친구들은 대부분 백인들이었고, 방학 때 돌아와 만나는 친구들도 그들뿐) 대학 가서는 사람들을 더 폭넓게 만나고 한국에 대한 생각도 더 성숙하게 정리 되었는데, critical한 동시에 appreciate합니다.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도 들었습니다. 스스로 공부해서 많이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옛날 뭣모르던 1학년 때와 달리 이제 한국 학생들은 거리를 두고 잘 안사귑니다. 한국 사회/문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저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보더군요. 좋아할건 좋아하고, 경계할건 정확히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어릴 때 혼자일 때 학교 가지 전까지 집에서 한국말도 배우며 자랐으니 원래 둘째보다 잘 했는데, 워낙 영어 책을 어릴 때부터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써서 언어적 감각이 잘 발달한 케이스고, 한국말이 유창하진 않아도 늬앙스 같은건 잘 이해합니다. 앞으로의 커리어를 위해서 스패니쉬를 많이 배웠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singing activity도 많이 했는데, 한국 대중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한국 문화에 더욱 친숙하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k-pop 그룹들은 싫어하고, 음악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찾아 듣고 좋아하더군요. 이쪽은 나보다 더 잘 압니다. 사회 과학 계통이라서, 역시 한국 문화에 대해 애정도 있지만 객관적인 비판적 시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 가서 한국어 읽기 쓰기를 독학으로 배워서 기본은 됩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 현상에 대해 분석하길 좋아합니다. 물론 그건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은 좀 더 친숙하니 관심이 더 가나보더군요.
집에서 “한국말만 해라” 등의 강요는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릴 때 부모가 엉터리 영어하면 애들에게 안좋습니다. 그런 특이한 것들을 전통으로 만들고 싶은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래도 나중에 애들이 얘기하길 몇몇가지 “우리집 발음”을 물려받은게 있답니다. 대표적인게 winter에 t 사운드가 들어가는거. ㅋㅋ 그 정도는 cute하다고 할 수 있는데, 교포 애들 중에 많이 심한 경우도 봤습니다. 안되는 콩글리쉬는 애들 앞에서 안하는게 낫습니다. 애들이 성인이 되니까 오히려 대화가 편하고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결론은, 그냥 자연스럽게 키우고 부모는 기회를 제공하는 정도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딴 집 애들이 한국말을 완벽히 하는걸 부러워한 적은 없었습니다.